비니쉬드(Vinisud) – 지중해를 넘는 도약의 시작!
비니쉬드(Vinisud) – 지중해를 넘는 도약의 시작!
“Passionately Mediterranean”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와인박람회 비니쉬드가 지난 2월 15일부터 3일간 남프랑스의 몽펠리에(Montpellier)에 있는 Montpellier Exhibition Center에서 개최되었다. 1994년에 처음 시작된 비니쉬드는 격년에 한번씩 열리면서(짝수 해) 올해로 12회를 맞이하였다. 지중해 연안의 와인생산국들이 주로 전시에 참가하는 특성을 가진 이 와인박람회는 프로바인(ProWein), 빈이태리(Vinitaly), 비넥스포(Vinexpo)와 더불어 세계 4대 와인박람회에 속한다.
지중해를 벗어난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비니쉬드
비니쉬드와 마찬가지로 1994년에 시작된 독일에서 개최되는 와인박람회 프로바인(ProWein)이 독보적으로 세계 최대규모로 성장한 반면,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와인박람회 Vinitaly(1967년에 시작)와 Vinexpo(1981년에 시작)는 전시자 수와 방문객의 숫자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이다. 최근 2회의 행사와 관련된 통계를 살펴보면 프로바인 이외에 유일하게 비니쉬드가 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비니쉬드가 프로바인의 독주 속에서도 성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첫째, 비니쉬드는 지중해 연안의 와인생산국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프로모션하는 컨셉으로 시작되었는데 이 지역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와인생산지이기 때문이다. 비니쉬드 주최측이 국제와인기구 OIV의 2014년 통계를 바탕으로 발표한 바에 의하면 지중해 연안의 와인생산국들이 전세계 와인생산량의 과반수를 넘게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포르투갈 4개국이 전세계 와인수출의 63%를 차지하고 있다(Value 기준). 이러한 컨셉은 거의 이태리 와인만 만날 수 있는 빈이태리나 특별한 컨셉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는 비넥스포에 비해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둘째, 비니쉬드에서 가장 많은 전시자가 참여하는 프랑스 중에서도 랑그독-루시옹(Languedoc-Roussillon), 론(Rhône), 프로방스(Provence), 코르시카(Corse), 쉬드-우에스트(Sud-Ouest)의 와인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이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의 수출은 무려 59%가 증가하였다.
셋째, 최근 로제와인에 대한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데 지중에 연안의 국가들에서 생산되는 로제와인이 전세계 생산량의 76%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제와인을 “지중해 문화의 상징(Symbol of Mediterranean Culture)”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특히 프랑스가 31,50%, 스페인이 22,50%, 이태리가 10,50%로 각각 1, 2, 4위를 차지하고 있다(미국이 14.50%로 3위).
넷째, 스파클링 와인의 국제적인 인기에 따라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스파클링 와인의 소비는 세계적으로 30%가 증가하였는데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의 생산량이 전세계 스파클링 와인 생산량의 48%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같은 기간에 스파클링 와인의 수출이 29.4% 증가했지만, 샴페인의 수출 증가는 9.4%에 그친 반면, 남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 내 기타지역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의 수출은 무려 86.9%가 증가하였다.
다섯째, 지중해 연안에 위치하지 않은 와인생산지에서도 금년부터 전시참가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보르도 지역의 참가였다. 다른 전시홀에 비해서 보르도의 생산자들이 전시한 곳에는 방문객의 발걸음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지만 비넥스포의 쇠퇴와 비니쉬드의 성장을 감안하면 앞으로 비니쉬드에서 보르도의 와인생산자들에 대한 방문객들의 관심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보르도나 샴페인의 생산자들이 비니쉬드에 참가하는 것은 이 박람회와 연계되어 있는 World Wine Meetings Barcelona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행사 모두 프랑스의 Adhesion Group이 주최하는데 바르셀로나의 행사에 참가한 바이어뿐만 아니라 전시자들의 상당수가 비니쉬드에서도 참가하기 때문이다. 여하튼 프랑스의 보르도나 샴페인 지방의 생산자들이 앞으로 적극적으로 참가할 경우 비니쉬드는 지중해 연안의 와인생산지 중심에서 지중해 연안의 와인생산국 중심의 와인박람회로 그 성격이 약간 변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뜩이나 부진으로 고민에 빠져 있는 비넥스포를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비니쉬드를 내년부터는 매년 개최
1994년 이래 짝수 해에만 개최되었던 비니쉬드가 앞으로는 매년 개최된다. 2017년에는 2월 10일부터 3일간 개최되는 것으로 이미 일정이 확정되었다. 세계 4대 와인박람회 중에서 프로바인과 빈이태리만 그 동안 매년 개최되어 왔었고 프로바인이 3월 중순, 빈이태리가 4월 초/중에 개최되고 있기 때문에 프로바인이 선점하는 효과를 누려왔었다. 그러나 비니쉬드가 앞으로 매년 개최됨에 따라서 이제는 비니쉬드가 유럽에서의 와인박람회를 선점하는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그렇지만 이로 인해서 프로바인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왜냐하면 이미 프로바인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독일을 중심으로 인근국가들, 특히 베네룩스 3국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이 중요한 와인수입국들이기 때문이다. 비니쉬드는 매년 개최함에도 불구하고 전시자와 방문객의 숫자를 최소한 유지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고, 반면에 격년에(홀수 해) 한번씩 개최되는 보르도의 비넥스포는 더욱 곤경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에 비넥스포 측은 기존에 홍콩에서 짝수 해에 개최해오던 Vinexpo Asia-Pacific을 금년부터Vinexpo Hong Kong으로 명칭을 바꾸고 이러한 명칭의 변경에 계기가 된 Vinexpo Nippon을 2014년에 동경에 론칭하였다. 한편 비니쉬드의 경우 2013년과 2014년에 연속으로 상하이에서 개최해오던 Vinisud Asia를 포기하였다. 비니쉬드의 Managing Director인 Ahmad Monhem은 지난 2월의 비니쉬드 기간 동안 아시아의 와인미디어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서 “Vinisud Asia를 포기한 것은 주주들의 결정에 의한 것이었고 2회에 걸쳐서 이 행사를 치름으로 인해서 많은 투자를 하게 되었다”고 말하며 “앞으로는 몽펠리에에서 매년 개최될 비니쉬드에 집중할 생각이며 Vinisud Asia를 다시 개최할지는 시간을 두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hmad Monhem은 비니쉬드가 가지는 지중해 연안 와인생산지가 중심이 되는 컨셉과 비니쉬드를 방문하는 방문객들의 퀄리티 때문에 비니쉬드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다.
코르시카와 Grenaches du Monde
비니쉬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와인산지는 남프랑스의 랑그독과 루시옹이다. 이 산지의 와인협회가 비니쉬드의 탄생에 핵심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금년에는 코르시카의 활발한 마케팅이 두드러졌다. 코르시카의 음식과 와인을 즐길 수 있는 큰 천막시설에는 점심시간이 되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고, 전체 와인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로제와인의 중요성 때문에 핑크 빛의 장식과 핑크 빛 모자를 통해 코르시카 와인의 마케팅에 칼라를 부여하였고, 와인 병에 “If you like me, SCAN ME!”라는 슬로건을 담은 하트 모양의 스티커를 붙여 개별적인 와인을 홍보하기도 했다. 코르시카 와인협회(Counseil Interprofessionnel des Vins de Corse)의 General Manager인 Bernard Sonnet은 아시아의 와인미디어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코르시카 와인생산 현황을 자세히 소개하고 “코르시카 와인의 가격이 그리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그 독특성과 품질 때문에 그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소개하며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한 사실에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코르시카 와인협회의 General Manager인 Bernard Sonnet(왼쪽에서 세 번째)와 아시아의 와인미디어, 맨 오른쪽은 비니쉬드의 아시아 담당자인 유민영(Minyoung Yoo)/
비니쉬드의 매력 중의 하나는 그르나슈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대상으로 하는 품평대회 Grenaches du Monde에서 Gold에 입상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것이다. 루시옹 와인협회(Conseil Interprofessionnel des Vins du Roussillon)가 주관하는 이 품평회는 매년 개최지를 변경하며 열리는데 4회를 맞이한 금년에는 2월 5일에 스페인의 사라고사(Saragossa)에서 열렸다. 6개국(프랑스, 스페인, 이태리, 마케도니아, 호주, 그리스)에서 출품된 576종의 와인을 80명의 심사위원들이 평가하여 82개의 Gold, 73개의 Silver, 21개의 Bronze 메달을 부여하였다. 그 중에서 루시옹 와인이 17개의 Gold, 19개의 Silver, 2개의 Bronze를 획득했다.
입구에서부터 지중해의 코발트 빛 바다와 멋지게 어울리는 전시장, 이와는 대조적인 프로방스와 코르시카의 핑크 빛 로제! B2B 전문의 와인박람회임에도 방문객에게 친근감을 주는 분위기의 비니쉬드는 지중해 연안의 와인생산지가 중심이 되는 독특한 컨셉 때문에 비넥스포를 위협하며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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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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