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로 가자”
“몰도바로 가자”
“작은 나라지만 기름진 땅으로 포도, 해바라기와 유채 등 일반작물을 주로 하는 농업 국가로 소비에트연방 시절, 러시아 와인의 주 생산지는 몰도바이고, 와인 소비량의 1/3을 이곳에서 충당했다고 한다.
몰도바는 규모가 대단한 와인 공장이 5개 정도 있으며 오래 전부터 관광 사업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와인 공장을 관광객에게 모두 개방하는 것은 아니며,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와인과 샴페인 등을 생산해서 해외에 수출하는 사업이 몰도바의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광 코스에는 다양한 품질의 와인을 맛볼 수 있도록 공장 견학 일정이 포함되어 있다.
와인 공장은 무척 긴 굴이라 차를 타고 들어간다. 들어가면서 보이는 수많은 오크통은 과연 와인의 주 생산국이 몰도바임을 알려주고 있다.
무엇보다 지하에서 길을 잃을 수가 있어서 가이드가 항상 동행하며, 지하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고 차로 이동해야 할 정도로 규모가 대단하다.”
수필가 최영희가 쓴 책 “몰도바로 가자”에 나온 글이다. 와인 전문가도 아닌데 이 정도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보면 몰도바의 산업에서 와인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환갑을 바라보며 문학박사를 학위를 받았고, 이어 대학에서 국문학을 강의하고 2007년에 수필가로 등단한 최영희는 몰도바에 세 번 갔다고 한다. 2002년에는 선교사 팀의 일원으로, 2006년에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목적으로, 2010년에는 몰도바의 우림대학에서 한국어 과를 열게 하기 위해 한국어를 가르치고 서예전시회를 열기 위한 것이었다.
“몰도바로 가자”는 몰도바에 대해서 쓴 국내 유일한 책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책의 내용에 오류가 조금 있는 것도 이해가 간다. 예를 들어 저자는 ‘머리글’에서 우리나라가 몰도바와 정상적인 외교관계로 맺어지기를 희망한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출판된 2010년은 몰도바와 우리나라 수교 18년이 되던 해였다. 그러나 이 책이 국내에서 출판된 것에 대한 감사함과 반가움을 금할 길이 없다.
나는 작년 2월에 몰도바에 다녀올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 몰도바의 수도 키시너우에서 열린 와인행사에 초대 받아 간 기회에 와이너리를 몇 군데 방문했다. 와이너리 방문에 도움을 준 Moldovan Small Wine Producers Association의 이온 루카(Ion Luca) 명예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알게 된 몰도바 와인산업에 대한 글을 귀국 후 2회에 걸쳐 쓴 적이 있다.
http://www.the-scent.co.kr/xe/wine_story/224811
http://www.the-scent.co.kr/xe/wine_story/224819
<크리코바(Cricova) 와이너리의 지하 셀라. 총 400km 중 120km가 현재 사용되고 있다.>
<몰도바 최고의 와인생산자 중의 하나인 샤토 바르텔리(Vartely)의 멋진 테이스팅 룸>
1년 전 몰도바에 처음 갔을 때 받았던 좋은 인상은 그 후로 내 가슴속 깊은 곳에 남아있다. 몰도바를 다녀온 후 혹시 몰도바를 소개하는 책이 국내에 출판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지난 9월 베를린에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독일어로 된 로제와인에 대한 중고서적을 구입하고 싶어서 사전에 베를린에 거주하는 지인에게 부탁했다. 아쉽게도 베를린에 며칠 머무는 기간에 그 지인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부탁한 책을 숙소인 호텔에서 간접적으로 전달받았다. 이 책을 포장한 누런 봉투에서 “몰도바로 가자”라는 문구를 발견하고는 흥분했던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분명히 같은 제목의 책이 국내에서 출판된 적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온라인을 뒤져도 이 책에 대한 검색이 되지 않고 온라인 서점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며칠 전 우연히 다시 한 번 검색하다가 한 인터넷 중고서점에서 이 책을 판매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나는 당연히 곧바로 이 책을 주문했다. 책을 배달 받자마자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때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책 한 권이 누군가에게 큰 의미를 갖기도 한다. 그 책이 얼마나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 내가 찾고 있는 내용을 담은 책을 썼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고, 그 책이 내 서재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책이 내 가슴속에 남아있는 몰도바의 추억을 회상하게 하고, 그 나라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라도 도와준다는 것이 중요하다.
금년 2월말에 다시 몰도바에 가게 되었다. 작년에는 혼자였는데 금년에는 일행이 있어서 더욱 기대가 크다. 그들도 나처럼 몰도바 사람들의 친절과 순수함, 몰도바 와인의 우수성, 와인과 관련된 특별한 관광에 감동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WRITTEN BY 박찬준(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 Lecturer
Asia Director of Asia Wine Tr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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