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철의 와인 수입회사들이 위험하다

2021.04.28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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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수입회사들이 위험하다

 

2000년 전후 우리나라에서도 와인 문화에 관심과 호감을 많이 가졌던 시기가 있었다이때에 자생적으로 많은 와인 동호인 모임이 생겨났고 그 중에서 대형 동호인 모임은 회원수가 수 천명에 이르기도 하였고 또 활동도 아주 적극적이었다서울에서는 매일 저녁 많은 와인 동호회들이 레스토랑이나 와인 바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고 와인 맛을 보고 또 열심히 와인 공부를 하였다이 기간을 필자는 한국 와인의 2차 르네상스라고 규정한다.

 

이 2차 르네상스 기간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맞이하면서 막을 내렸고 그 이후 특히 내수 경제가 침체하면서 한국 와인 시장은 어려운 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와인의 소비는 감소와 아주 미미한 증가를 반복하고 있다많은 분들이 우리나라에서 와인이 대중화되었다고 생각하고 또 와인을 많이 마시고 있어서 한국의 시장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 우리 나라의 와인 소비는 많지 않다. 1990년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연간 와인 소비량이 반 병이 안된 수준에서 2016년 현재 1인당 반 병은 넘었으나 1병은 아직 안 되는 수준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1990년에는 거의 0에서 지금은 1인당 연간 약 2병을 마시고 있고 일본은 지금 1인당 약 4병 수준으로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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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아시아 와인 바이어스 컨퍼런스에서 열린 아시아 와인시장에 대한 세미나 모습>

 

 

여러분들도 아는 바와 같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국내 경제 환경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와인 산업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과거에도 경제가 어려울 때에 많은 와인 샵와인 바들과 레스토랑들이 문을 닫았고 또 어려움을 겪던 와인 수입회사들도 문을 닫았다그러나 지금의 현실이 과거와 다르게 심각한 것은 지금은 소규모 업체들이 아니라 Top 5 와인 수입회사들이 흔들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재작년에는 수입 와인 업계 4-5위인 나라셀러가 매각되었고금년 5월에는 업계 5-6위인 길진인터내셔날이 파산했고지난달에는 업계 1위인 금양인터내셔날이 건설회사에 매각되었다이러한 현상은 와인 업계 전체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하였던 큰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지금과 같이 와인 수입 업계 Top 5 회사들이 흔들리는 것은 직접적으로는 국내 경기의 어려움과 관계가 많겠으나 크게 보면 이러한 현상은 이미 예견되던 일로서 필자가 이점을 이미 경고한 바가 있었다.

 

일본의 예를 참고하면 1980 - 1990년대에 일본에서도 일본 자국산 와인의 퇴조와 수입 와인의 성장으로 많은 와인 수입회사들이 생겨나서 발전을 해왔다특히 산토리 회사는 자국산 와인의 생산에서도 가장 큰 회사 중의 하나였으며 와인의 수입에도 적극 참여해서 일본에서 가장 큰 와인 수입회사였다그러나 1990년을 전후로 산토리의 수입 와인 판매가 급감하였다이것은 유통의 변화에서 왔다와인 산업이 발전하고 유통 산업이 발달하면서 많은 백화점들과 슈퍼 체인의 본부들이 자체로 와인을 수입하고 또 작은 슈퍼들도 조합을 만들어서 자체적으로 와인을 수입하게 되면서 산토리가 많은 고객들을 빼앗기게 된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초창기에 와인 수입회사들은 유통과는 관련이 없는 회사들이 대부분이었다백화점 등의 유통회사들이 와인의 비중이 커지고 소비자들의 관심이 많아지는 것을 보고 와인을 직접 수입하게 된 것이다대표적으로 롯데 계열 백화점마트 등과 신세계 계열 백화점과 이마트현대 백화점 등이 직접 와인을 수입하게 되면서 초창기에 큰 역할을 해오던 와인 수입회사들이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와인 수입회사가 백화점이나 마트에 와인을 납품하면 매상의 약 30% 판매 수수료를 백화점에 주어야 하니 남는 장사가 아니고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효과밖에 없었다판촉 직원을 매장에 파견해야 하고 또 수시로 하는 세일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 하는데 이럴 때는 팔수록 적자를 보는 형편이니 백화점과 마트에서 와인을 팔아보아야 수입회사는 이익이 별로 나지 않는 구조로 되어있는 것이다따라서 유통회사 계열이 아닌 와인 수입회사들은 Top 5 라고 하더라도 견디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대형 유통회사 계열 와인 수입회사들이 시장에 주역으로 등장하게 되면

첫째백화점마트에서 2-3개 대형 유통회사의 와인회사들이 상호 교차 입점하고 이들 위주로 판매되고 이외의 와인들은 매대에서 철수가 예상된다이마트의 경우 신세계 L&B, 롯데아영금양길진에서 와인을 납품하였으나 현재 신세계롯데아영만 남았다.

둘째저가 와인은 마트에서 주로 판매고급 와인은 백화점 위주로 판매하게 된다.

셋째와인 전문 샵의 판매 위축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중소형 와인 수입회사들의 와인 소매 판매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 와인 수입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는 여러 가지의 문제가 있겠으나 그 중에 하나인 유통 문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첫째, 마트의 와인 납품에 목 매지 말기를 바란다마트에는 납품이 어렵기도 하고 또 납품해서 매장에 진열되고 판촉 사원을 붙인다고 하더라도 생각만큼 많이 판매가 안될뿐더러 비용 지출이 만만찮다아마도 마트 매장에서 와인 종류를 늘리고 구색을 갖추는데 이용만 당하는 꼴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둘째, 백화점에서는 마트와는 다르게 대체로 유명 브랜드 와인이 많이 판매된다초창기에 와인 수입 사업을 해온 소규모 와인 수입회사들은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를 수입 판매하여 시장에서 잘 알려지도록 열심히 애써 왔지만 앞으로 외국의 좋은 와인 브랜드는 대형 유통회사들이 차례로 빼앗아 갈 것이다새로운 브랜드를 찾아야 하는데 다행인 것은 세계의 와인 종류는 너무 많다는 것이다각 나라별로 또 지역 별로 비슷비슷하게 유명한 브랜드가 수 없이 많다. 1등이 있으면 2등도 있다새로운 브랜드를 알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SNS를 잘 활용하면 좋은 성과를 볼 수 있다특히 와인 애호가들은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에 도전적인 사람들이라 SNS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한가지 팁을 말한다면 SNS를 활용할 때 스토리 텔링을 할 수 있는 와인이어야 소비자들이 더 관심을 가진다는 점이다와인의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도록 고민하기 바란다대기업은 대기업대로의 약점이 있다고급 와인 시장에서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다 보면 제품의 종류가 너무 많아지게 되고 이는 제품의 재고 증가를 초래하고 결국은 회사의 경영에 압박을 받게 된다.

셋째중소 수입회사들은 저가 와인 위주로 판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주류전문점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저가 와인도 대기업 수입회사만이 수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찾아보면 각 나라별로 품질 좋은 저가로 수입할 수 있는 것이 아주 많다맥주위스키 등은 세계적인 메이저 브랜드가 세계 시장을 독과점할 수 있다그러나 와인 시장의 경우 와인은 다품종 소량 생산의 시장이다따라서 몇 개 메이저 브랜드가 세계의 와인 시장을 점유할 수 없고 또 그럴 능력이 있는 회사도 없다덜 알려진 브랜드로 저가의 좋은 와인이 부지기수로 있다주류 전문점에서는 중소 수입회사의 와인도 받아주니 대기업 회사 제품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중소 와인 수입회사들이 가장 주력해야 할 시장은 레스토랑과 와인 바 등 업소 시장이라고 생각한다업소 시장에는 고급 와인도 있고 저가 와인도 판매되고 있다대기업 수입 와인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도 있고 업소에 근무하는 소믈리에들이 소비자들에게 개인별로 자세히 와인을 설명할 수 있으니 중소 수입회사들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이다.

 

지금은 국내 와인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언젠가는 와인 문화가 대중화되고 국내 와인 시장도 커지면 그때의 와인 시장은 전세계의 각 지방에서 생산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와인 브랜드를 찾아내어서 와인 애호가들에게 소개해야 하는데 이런 일은 비대한 대기업 와인 수입회사보다 몸이 가벼운 중소 규모의 와인 수입회사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또 앞으로 통신 판매가 가능하게 되는 날이 오게 되면 와인 소매 시장 전체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마트나 백화점이 아닌 와인 전문 샵들에게 유리한 시장이 되고 이것은 중소 와인 수입회사들에게 유리한 시장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중소 와인 수입회사들은 잘 버티어 나가기 바란다독자들께서도 가장 유명한 브랜드의 와인만 마실 것이 아니라 와인에는 다양한 종류와 다양한 브랜드가 있으니 중소 수입회사들이 수입한 덜 유명하면서도 좋은다양한 와인을 즐기시기를 부탁 드린다이런 일이 중소 와인 수입회사들을 도와주고 와인 애호가들에게 유익한 일이 될 것이다좋은 와인을 다양하게 수입해야 한국의 와인 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와인 문화가 대중화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WRITTEN BY 마주앙 공장장 출신/소믈리에 김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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