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Rosé) 와인의 국제적 트렌드
로제(Rosé) 와인의 국제적 트렌드
스위스의 대표적인 와인평론가이자 와인작가 중의 하나인 찬드라 쿠르트(Chandra Kurt)는 2005년에 독일어로 출판한 <Drink Pink>라는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나는 느긋한 와인의 파라다이스에 발을 들여 놓았다. 나는 또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왜냐하면 로제 와인은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항상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로제 와인이 존재했지만, 누구도 이 와인에 대해서 이야기하거나 글을 쓰지 않았다.”
이어서 본인의 일화를 대화형식으로 하나 소개하고 있다. 그 앞부분을 소개해보자.
손님: 로제 있나요?
주인: 네? 로제요? 아뇨. 우리는 와인만 판매해요.
손님: 그럼 로제도 있겠네요.
주인: 아뇨.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만 있어요.
손님: 로제는 없어요?
주인: 로제 이야기 하지 마세요. 그 여성의 음료는 와인도 아닙니다. 끈적거리고 달착지근하고……
손님: 하지만 포도로 만드는걸요.
주인: 무엇으로 만들던지 상관없어요. 로제는 와인이 아닙니다. 우리 하우스 와인을 한 번 맛보시지요.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생산된 묵직한 스페인 와인입니다.
AAWE(American Association of Wine Economists)가 며칠 전에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스위스 사람들의 일인당 연간 와인소비량은 44리터로 크로아티아와 함께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스위스에서조차 약 10여 년 전에 로제 와인에 대한 보급과 관심이 적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변했다.
요즈음 국제적으로 스파클링 와인, 유기농 와인과 더불어 로제 와인의 소비가 늘고 있다. 영국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Wine Intelligence의 금년 발표에 의하면 지난 1년 동안 로제 와인을 마셔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독일의 경우 2007년에 25%에 불과했었는데 2017년에는 46%로 늘었다고 한다. 영국의 경우 30%에서 48%로, 미국의 경우 24%에서 32%로 증가했다고 한다. 독일, 영국, 미국이 세계 3대 와인수입국이니 이러한 통계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로제 와인은 주로 여성들이 마실까? Wine Intelligence의 발표에 의하면 주기적으로 와인을 마시는 미국인 중에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로제 와인을 마시는 남성이 56%에 달하는 반면, 여성은 4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다른 결과라고 생각한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로제 와인 수입해봐야 잘 팔리지도 않아서 수입하지 않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조금씩 바뀌는 듯하다. 점점 로제 와인이 많이 눈에 띈다. 국제적인 트렌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스파클링 와인과 유기농 와인뿐만 아니라 로제 와인의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작년 12월 28일자 헤럴드경제의 기사에 의하면 2017년은 스파클링 와인, 로제 와인, 주정강화 와인 등이 성장하면서 와인의 다양성이 확대된 한 해였다고 한다. 헤럴드경제는 주류수입협회의 통계를 바탕으로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로제 와인과 주정강화 와인은 수입량이 25.4%, 수입액은 88.1%가 증가했다고 한다.
<왼쪽부터 르 쁘띠 라스쿤 로제(수입사: 아베크와인), 레 뮈레르 두쓰 비(수입사: WS통상), 아베 데 프레서 템프라니요 로제(수입사: 비니더스코리아)>
몇 년 전 영동의 도란원 와이너리(대표: 안남락)는 국내에서 최초로 로제 와인을 출시했는데 점점 판매가 늘고 있다고 한다. 국산와인으로는 드물게 백화점에도 납품되고 있다. 도란원이 생산하는 ‘사토미소 로제’의 인기에 힘입어 이제는 국내의 다른 와이너리들에서도 로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로제 와인이 점점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론 위갠드(Ronn Wiegand) MW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로제는 오늘날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과 라이프스타일에 잘 맞는다. 로제 와인은 재미있고(fun), 다른 와인에 비해 비싸지 않다.”
<프랑스 루시옹의 돔 브리알 와이너리에서 생산되는 로제 와인 ‘로지’의 재미있는 라벨>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 Lecturer
Asia Director of Asia Wine Tr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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