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을 위한 책 한 권, 와인 한 잔(1)
휴가철을 위한 책 한 권, 와인 한 잔(1)
이제 여름 휴가철이 다가온다. 누구나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계획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갈 것이지만 국내에서 바다와 산으로 더위를 식히러 떠나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바가지 요금이나 혼잡함이 우리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휴가는 즐겁다. 일상에서의 탈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금이 모바일 시대라고 해도 휴가 기간 동안에 혹은 여행 중에 책 한 권 읽는 여유를 가져볼 것을 권하고 싶다.
국내에서 휴가를 보내거나 여행을 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권하고 싶다. 총 2권으로 구성된 이 산문집은 김훈 산문의 정수라 할 만큼 화려한 언어와 뛰어난 관찰력으로 우리의 감탄을 불러 일으킨다. 광고인 박웅현이 <책은 도끼다>에서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라고 소개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 책에는 여러분들이 보게 될 장소나 자연에 대한 설명이 있고, 여러분들이 맛보게 될 음식에 대한 설명이 있다. 그렇지만 그 내용들이 평범하지 않다. 마치 새로운 세계를 배우는 느낌을 갖게 된다.
여름이니 광릉 숲 속 연못에서 본 수련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보자. 김훈은 <자전거여행 1>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여름 아침의 연못에서는 수련뿐 아니라 물도 잠들어 있다. 물이 밤새 내쉰 숨은 비린 향기와 물안개로 수면 위에 깔려 있고, 해를 기다리는 물속은 아직 발현되지 않은 무수한 빛과 색의 입자들을 재우면서 어둡다. 빛과 색으로 존재하는 것들은 시간 위에 실려서 멀리서부터 다가오는데, 그 모든 생멸의 과정이 살아 있는 동안 뜬 눈에 다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여름의 연못은 인상주의의 낙원이며 지옥이다. 수련을 그린 모네의 화폭은 그 빛과 빛 사이, 색과 색 사이, 순간과 순간 사이의 경계를 비집고 들어가서 거기에서 새로운 빛과 시간의 나라를 열어내는데, 이 나라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지옥 위에 건설된 보이는 것들의 낙원이다.”
김훈은 차가 술과 다르다고 말한다.
”책은 술과 벗을 부르지만 차는 벗을 부르지 않는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읽으며 한 잔 마실 와인을 추천할 순서인 게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것은 두 동물이 사이 좋게 자전거 타는 모습을 라벨에 담은 도멘 라삐뜨 소비뇽 블랑(Domaine Laffitte Sauvignon Blanc)이다. 이 와인은 남프랑스 가스코뉴 지방에 있는 와이너리 레 프레르 라삐뜨(Les Frères Laffitte)가 생산하는 AOP 등급의 와인이다. 이 와이너리의 가족은 원래 수세기 전부터 아르마냑을 생산해왔었다. 항상 아들이 하나였는데 현재의 오너의 아버지는 처음으로 두 아들을 낳았고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와이너리 이름 ‘레 프레르 라삐뜨’는 ‘라삐뜨의 형제들’이라는 뜻이다. 두 개의 와인 브랜드를 생산하는데 하나가 AOP 등급의 도멘 라삐뜨(Domaine Laffitte)이고 다른 하나는 IGP 등급의 르 쁘띠 가스쿠(Le Petit Gascoun)이다. 가스쿠(Gascoun)는 가스코뉴(Gascogne)의 방언이다. 도멘 라삐뜨는 형, 르 쁘띠 가스쿠는 동생을 위한 브랜드인 것 같다. 도멘 라삐뜨의 소비뇽 블랑 하나로 모자랄 것 같은 경우에는 라벨에 선원복의 무늬와 붉은 베레모를 담고 있는 그래서 바다를 연상시키는 르 쁘띠 가스쿠 로제를 추천하고 싶다. 이 로제는 까베르네 프랑과 따나를 블랜딩한 와인이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 Lecturer
Asia Director of Asia Wine Tr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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