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르나슈 와인의 축제 Grenaches du Monde 2018

 

작년에 불가리아에서 열린 국제와인기구 OIV(Organisation Internationale de la Vigne et du Vin)의 총회에서 발표된 2015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그르나슈 누아(Grenache Noir)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양조용 포도품종에 속한다.

 

그르나슈 품종은 스페인의 아라곤(Aragon) 지방에서 유래한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생산국은 스페인과 프랑스다. OIV의 통계에 따르면 스페인에서 재배되는 전체 포도품종의 6%, 프랑스에서 재배되는 포도품종의 10%가 그르나슈다. 프랑스에서는 Grenache, 스페인에서는 Garnacha, 특히 카탈루냐(Catalonia)에서는 Garnatxa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스페인과 프랑스 다음으로 그르나슈가 많이 재배되는 국가는 이태리인데, 특히 이 품종이 많이 재배되는 사르디니아(Sardinia) 섬에서는 Cannonau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화이트 생산용 그르나슈 품종도 있는데 프랑스에서는 Grenache Blanc, 스페인에서는 Garnacha Blanca, 카탈루냐에서는 Garnatxa Blanca라고 표기한다.

 

와인 양조에 사용하는 포도품종 중에서 그르나슈(Grenache) 만큼 적극적으로 프로모션되는 품종은 없을 것이다. 프랑스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Grenache Association은 매년 9월의 셋째 금요일을 International Grenache Day로 선정하여 그르나슈 품종을 프로모션하고 있다. 금년에는 9월 21일이 바로 그날이다. 그르나슈의 경우 이에 그치지 않고 그르나슈 품종을 사용하여 만든 와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품평대회도 개최되는데, 그 이름이 Grenaches du Monde이다. 화이트, 로제, 레드, 스파클링, 내츄럴 스위트의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진행되는 이 품평대회에는 그르나슈가 적어도 51% 이상 사용된 와인에 한해서만 출품이 가능하다.

 

 

 

Grenaches du Monde는 올해로 6회를 맞이했다. 지난 2013년에 루시옹와인협회(CIVR: Conseil Interprofessionnel des Vins du Roussillon)의 발의로 시작된 이 품평대회가 1~3회까지는 프랑스 루시옹에서 열렸고, 재작년에는 스페인의 사라고사(Zaragoza), 작년에는 이태리의 사르디니아 섬에 있는 국제적인 휴양관광도시 알게로(Alghero)에서 개최되었으며, 금년에는 카탈루냐 지역에 속하는 와인산지 테라 알타(Terra Alta)에서 열렸다. 따라서 루시옹와인협회와 DO Terra Alta가 공동으로 금년의 행사를 주최한 셈이다. 테라 알타는 카탈루냐의 4개 주의 하나인 타라고나 주(Província Tarragona)에 속하는 지역(Comarca)이다. 이곳은 무엇보다도 화이트 와인인 Garnatxa Blanca로 유명한 곳이다.

 

 

 

작년에는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 레바논, 마케도니아, 남아공, 호주 이와 같이 7개국에서 모두 684종의 와인이 출품되었는데, 금년에는 이보다 약 20% 증가한 800여종의 와인이 출품되었다. 이러한 증가 때문에 주최측이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심사위원은 모두 15개 그룹으로 편성되었고 각 그룹의 심사위원은 5~6명으로 구성되었다. 작년에는 15개국에서 100명의 심사위원이 초대되었지만 금년에는 약 80명의 심사위원이 초대되어 심사위원의 규모가 다소 줄어든 반면 작년과 달리 하루가 아니라 이틀간에 걸쳐서 와인품평이 이루어졌다. 심사위원의 대부분은 양조가 아니면 와인 저널리스트들이다.

 

테이스팅이 열린 장소는 가우디의 영향을 받은 카탈루냐 모더니즘의 스타일로 건축된 간데사 와인협동조합(Cooperatiu Gandesa)의 셀라였다. Terra Alta의 중심지인 간데사(Gandesa)에 1919년에 설립된 이 조합은 내년에 10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를 자랑한다.

 

<간데사 와인협동조합(Cooperatiu Gandesa)의 셀라 2층에서 내려다본 테이스팅하는 모습>

 

 

<심사위원 단체 사진. 장소: 바테아(Batea)에 있는 레스토랑 Venta de Sant Joan>

 

 

3~4개의 flight로 구성된 하루의 테이스팅이 끝나면 각 심사위원들에게 테이스팅한 와인의 리스트가 제공되었다. 금상(Médaille d’or)을 받으려면 평균 88점 이상, 은상(Médaille d’argent)을 받으려면 85점 ~ 87.9점, 동상(Médaille de bronze)를 받으려면 84점 ~ 84.9점의 점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출품와인의 30% 이하에만 메달을 부여하는 규정 때문에 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고서도 입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Grenaches du Monde는 와인품평을 통한 그르나슈 품종의 프로모션을 위한 행사이지만 이에 그치지 않는다. 그르나슈 품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세미나를 개최하고, 행사가 개최되는 장소와 지역의 역사, 문화, 음식 등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부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것이 Grenaches du Monte 참가를 아주 매력적으로 만든다.

 

행사장소가 카탈루냐 지역이다 보니 테이스팅은 물론 세미나를 포함한 모든 부대행사의 언어도 카탈루냐어, 스페인어, 불어, 영어로 진행되었다. 교통의 편의상 심사위원들은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모이게 되었다. 따라서 디너 파티를 겸한 첫 공식 프로그램도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다. 4월 11일 바르셀로나의 최고의 번화가인 라 람블라(La Rambla)에 있는 레스토랑 Òpera Samfania를 시작으로 행사가 끝날 때까지 모든 런치와 디너에는 타파스 식 로컬 푸드와 그르나슈 와인이 제공되었다. 루시옹와인협회와 공동으로 DO Terra Alta가 행사를 진행한 관계로 특히 이 지역에서 생산된 화이트 그르나슈가 많이 제공되었다.

 

<바르셀로나의 레스토랑 Òpera Samfania에서 Grenaches du Monde의 시작을 알리는 President Fabrice Rieu(맨 오른쪽)>

 

 

와인품평이 시작되기 전날인 4월 12일에는 타라고나(Tarragona) 시를 관광하게 했다. 카탈루냐의 4개 주의 하나인 타라고나 주(Província Tarragona)의 수도인 이곳은 기원전 218년에 로마인이 정복하였고 이후 로마 시대에 타라코넨시스(Tarraconensis)의 수도가 되어 로마에 이어 제2의 도시로 번성한 곳이다. UNESCO 문화유산인 타라고나의 구시가는 카탈루냐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특히 지중해 해변에 붙어 있는 원형경기장이 멋졌다.

 

<로마의 유적인 원형경기장>

 

 

<경마 등의 경주가 열린 로마의 유적 Circus>

 

 

4월 13일, 1일차 테이스팅이 끝난 후에 열린 세미나는 다음과 같은 주제로 열렸다.

• “Vitivinicultural production’s evidence in Iberian times: archaeological site case of Coll del Moro de Gandesa (Terra Alta)”
  
• “From Vernacchia to Grenache ‘peluda’. Seven centuries with Grenaches”
  
• “Rancio Wine and ‘vi brisat’, a popular reference that challenges us”
  
• “Discovering a bit more about the White Grenache. Development works at La Vall d’Ebre”
  
• “Organoleptic characterization of Mediterranean Grenach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