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수다가 함께하는 시스트로(Systro)
와인과 수다가 함께하는 시스트로(Systro)
오랜만에 와인이 마시고 싶은 날이 있다. 바로 오늘 같은 날이다. 그래서 찾게 되는 음식이 맛있고 와인도 맛있는 곳을 찾아 나섰다. 그래서 들른 곳은 바로, 이번이 두 번째로 방문하는 방배동에 위치한 시스트로(Systro)이다. 시스트로는 Syster(자매)와 Bistro(작은 식당)의 합성어이다. 전에도 한 번 설명한 적이 있었는데, 이 곳은 세 명의 자매들이 일구어가는 식당이다. 식당, 와인, 매장의 운영 등 각자 역할에 맞추어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트로가 좋은 이유는 별거 없다. 사실 레스토랑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의 질과 맛일 것이다. 언제와도 합리적인 가격과 음식의 맛과 질이 만족스러운 곳이다. 거기다가 본인 같은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는 좋은 와인리스트와 좋은 와인을 소개해주는 차진선 소믈리에 덕분인 것 같다.
긴 말은 각설하고, 오늘은 음식과 어떤 와인을 즐겼는지 알아보고 추천해보고자 한다. 우선 오늘은 본인을 포함하여 7명의 인원이 미리 예약을 해두고 와인을 몇 병들고 방문했다. 다들 식사를 하지 않았기에 음식을 주문해야 하는데, 차진선 소믈리에를 통해 가져온 와인과 주문한 와인, 그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까지 추천을 받았다. 음식의 추천만으로도 이 레스토랑이 얼마나 수준이 있는 식당인지 알게 될 수 있다. 분명히..
이 음식의 이름은 시스트로 새우 비스크이다. 이 음식은 식사 처음을 알리는 음식이기도 했다. 우선 새우와 콜리플라워, 호박, 당근 등의 채소와 함께 끓여 나온 수프(Soup)이다. 특히, 비스크라는 말은 갑각류를 사용해서 만드는 진하고 크리미한 프랑스식 수프이다. 우선 탱탱한 새우살과 함께 갑각류의 풍미가 가득 느껴지는 토마토 페이스트의 맛도 엄청나게 매력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재미있고 맛있게 느껴졌던 것은 수프 안에 들어있는 콜리플라워 때문이었다. 삶은 것인지, 튀긴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크리스피(바삭)한 질감이 너무나도 좋았다.
함께 즐겼다기 보다는 웰컴주 또는 식전주 개념으로 즐긴 프랑스의 상파뉴 지방에서 생산하는 샴페인 상파뉴 베쉐 드 로쉬퐁텐 브륏(Champagne Bechet de Rochefontaine Brut)와인이다. 아무래도 여타 다른 스파클링 와인과는 다르게 상파뉴답게 우아한 기포함과 농익은 풍미, 거기에 어울리는 토스트풍미까지 흠잡을 때 없다. 특히나 스파클링 와인은 다양한 음식과 즐기기에 너무나도 좋다. 어떤 음식과 매칭하더라도 튀지 않는 유일한 와인이라고 생각한다.
식전 음식을 먹고 나서 나온 음식은 바깔라(대구살과 감자무스와 폴렌타 튀김)이다. 바깔라는 소금에 절여 말린 대구로 만든 이탈리아의 다양한 요리이다. 깔끔하고 단백한 대구 살 튀김과 함께 제공된 감자무스도 너무나도 매력이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 감자무스 안에 들어간 질감이 대구 살이었던 것 같다. 특히나 폴렌타 튀김은 옥수수 등의 곡물가루로 만들어진 죽 같은 요리이다. 그것으로 튀김 옷을 만든 듯 싶었다. 요리사에게 칭찬을!
함께 즐긴 와인은 도멘 샹송 부르고뉴 샤르도네(Domaine Chanson Bourgogne Chardonnay)이다. 이 와인은 본인이 많이 설명했던 와인이므로 이번에는 짧게 마리아주만 설명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일반적인 부르고뉴 샤르도네에 비해 샹송 샤르도네는 좀 더 복합미가 있고 오일리한 느낌이 강하다. 따라서 바깔라와는 정말 좋은 궁합을 보여줬던 것 같다.
이어서 나온 음식은 메인이다. 부추소스를 이용한 치킨 스테이크이다. 일단, 닭다리 살로 만들어진 스테이크는 탱글거리는 식감과 부드러운 닭 다리살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가니쉬로 등장한 양송이와 버섯, 토마토 등도 자칫 재미없을 수 있는 식감에 재미를 돋아준 것으로 느껴졌다. 부추소스로 인해서 더 다양한 풍미와 함께 모자를 수 있는 영양소까지 골고루 갖춘 음식이었다.
이어서 나온 음식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육고기이다. 바로 양갈비 스테이크와 크림 커리소스이다. 누린내없이 잘 구워진 양갈비와 함께 다양한 향신료가 들어간 크림 커리소스까지 너무 좋다. 좋을 수 밖에 없다. 양갈비 스테이크의 가니쉬로는 브로콜리, 호박, 가지, 토마토가 가지런히 구워져 나왔다. 또한 허브(무슨 허브인지는 모르겠지만) 솔트와 디종 머스타드도 양갈비를 즐기는 다양한 시도가 되어 주었다. 특히나, 디종 머스타드는 알맹이의 부서짐 없이 크고 굵은 본연 그대로의 톡톡 터지는 듯한 질감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보다도 본인이 다양한 레스토랑에 방문하면서 가장 실망하는 부분이 다른 음식을 시켜도 같은 소스, 같은 구성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가니쉬나, 샐러드가 많이 겹치는데, 시스트로는 전혀 그런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느 하나 가니쉬나 소스가 겹치는 일이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메뉴구성의 고민이 많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양갈비와 함께 즐긴 와인은 메종 요하네 부베에서 생산하는 까르뜨 도(Maison Johanee Boubee Carte d’Or)이다. 프랑스 마디랑에서 생산하는 따나(Tannat) 100%로 만들어진 와인이다. 프렌치 페러독스가 발생된 지역으로 따나 품종은 자연적으로 굉장히 높은 타닌감과 폴리페놀 성분이 높은 품종이다. 따라서 블랙와인(Black Wine)이라고 불리었던 와인이다. 높은 타닌감과 강인한 바디감은 양고기와 최상의 궁합을 나타내 주었다.
이탈리아음식 코스는 물론 레스토랑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육류를 즐기고 피자나 파스타, 리조또를 다음으로 즐기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와인도 화이트를 마시다가 레드를 마시고, 이후에 레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위 사진의 음식은 엔초비 오일 파스타이다. 엔초비(멸치과 생선)의 짭조름한 맛과 오일감이 부담없이 후루룩 마실 수 있는 음식이다.
파스타와 함께 같이 즐긴 이 음식의 이름은 감베로니 크레마이다. 새우와 크림베이스의 보리 리조또이다. 크림베이스의 고소하고 새우의 식감까지 너무나도 맛있던 음식이었다. 무엇보다 쌀이 아닌 보리로 만들어져서 굉장히 식감이 뛰어났다. 나중에 집에서 리조또를 만들 때 보리를 꼭 이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음식이다.
파스타와 리조또를 즐기면서 함께 마신 와인은 이탈리아 음식을 먹었으니, 신토불이의 원칙에 따라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에서 생산하는 가르가네가와 트레비아노 품종을 이용한 소아베 와인이다. 비첸티니 아고스티노 소아베(Vicentini Agostino Soave)는 라벨부터가 굉장히 인상적인 와인이다. 와이너리의 오너의 친구가 와이너리에 머물면서 창 밖을 내다본 포도밭의 전경을 그림으로 그려준 것이라고 한다. 특히 소아베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이 된 와인이기도 하며, 이 와인은 ‘줄리엣의 눈물’이라는 의미 또한 가지고 있다. 맛의 설명이 필요한가? 파스타와 리조또에는 그냥 모르겠다면 소아베를 마셔라.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은 디저트로 내어주신 바닐라 젤라또이다. 아 달콤하다. 끝…하하.. 본인은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와인은 달콤하면 먹는다. 뭔가 아이러니하지만.. 그렇다.
이건 식사를 다 마치고 와인만 즐기는 것으로 꺼낸 와인이다. 남아공에서 생산한 메를로 100%와인이었다. 메를로의 부드러움은 온데간데 없고 강인한 임펙트가 미각을 사로잡았던 와인이다.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