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느세자매
옹느세자매 on ne sait jamais
오픈한 지 한 달이 채 되지도 않았지만
정식 오픈 시간 전부터 가게 앞을 서성이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범상치 않은 곳이 있다.
고요했던 골목길이 본격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건 이곳 때문이리라.
일명 목욕탕 카페라 불리는 그곳, 오늘은 <옹느세자매>로 초대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이름 때문에 가게의 오너가 세 명의 자매인 줄 착각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이곳의 이름은 불어 ‘옹-느-세-자매on ne sait jamais’에서 따온 것으로 ‘어차피, 그리고 솔직히 인생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라는 유쾌한 의미를 갖고 있다.
신의 한 수
인테리어는 보시다시피 전면 개방형. 문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구조를 띄고 있다. 오픈형 주방에선 파티시에 들이 디저트를 만드는 모습을 안팎으로 확인할 수 있다.
메뉴판에는 디저트의 각 재료마다 어느 제품을 사용했는지 원산지가 표기되어 있음을 손님들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을 구상하는데 10년의 시간을 투자한 만큼 이는 그들의 옹느세자매에 대한 포부와 자신감의 표상이 아닐까.
디저트의 종류 또한 가게의 규모에 비해 대단히 많다. 디저트를 정복하겠다는 일념이라면 도전해 보시라.
메뉴를 고르기가 우유부단하기로 유명한 에디터에게 이 먹음직스러운 디저트를 먹을 만큼만 골라야 하는 일은 매우 벅찬 일이었다.
목욕탕 카페라 일컬어진 데는 이 에메랄드빛 타일이 한 몫 했다. 눈 앞에 네모진 옥빛 타일들을 보고 있자니 늦가을 무렵 따뜻한 물을 담아 놓고 족욕을 하며 커피를 마시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향긋한 커피와 뛰어난 디저트의 한가운데 이 타일들이 오묘한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어릴적 엄마 손잡고 따라갔던 목욕탕의 모습과 습한 공기가 순간 스친다.
발사진의 근원
왜 그렇게 이곳을 찾은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본인의 피드에 그렇게 남의 발 사진을 올렸는지는 직접 방문해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앵글 어디에든 타인의 얼굴이 걸리기 때문. 초상권을 염두에 둔 센스있는 인스타용 앵글이 이렇게 완성된 것이다.
진풍경
다소 불편한 좌석 덕분에 회전률이 좋지만 손님은 계속해서 들어차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둘이서 오는 경우라면 문제 없지만 세 명 이상의 무리에겐 다소 난해한 자리가 될 수 있다. 가로로 앉는 좌석의 구조상 대화의 시간이 조금만 길어지면 둘 중 하나는 목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러나 친절함과 놀라운 기억력을 가진 오너가 북적이는 손님 사이에서 최적의 대화 장소를 마련해 주며 진동벨 없이 착오없는 메뉴를 직접 서빙해 주니 그저 발길만 닿으면 될 일이다.
우쥬라잌썸팅투
메뉴는 디저트를 맛보기에 최적화 되어 있다. 종류가 적다는 얘기. 커피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떼가 전부다.
그렇다고 맛이 덜하다는 건 아니다. 풍부하고 깊은 커피향이 오히려 디저트에 집중력을 높여주니까.
카페인을 줄여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안고 청량한 페퍼민트차를 주문했지만 어느새 커피향을 찾는데 온 후각을 집중한 내 자신을 발견하고 말았다.
커피는 보통 두툼하고 늘씬하게 빠진 스테인레스 컵에 서빙되지만 손님이 북적일 땐 일회용 컵에 제공된다.
“어차피, 그리고 솔직히,
인생은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즐겁습니다.
일단, try it[eat].
Funk you very much.”
커피 가격대 4.5천원대
차 7천원대
디저트 가격대 7,8천원대
옹느세자매
한남동 684-101
MON OFF
11am-21pm(FRI-SAT TO 22pm)
+
EDITOR HYUNIM KIM
DESIGNER SUNYOUNG KIM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