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서점
동네 서점
대형서점에는 없고 이곳에는 있다.
수백 평에 이르는 공간을 그들은 갖고 있는데 반해
이들은 겨우 책장 하나에 여러 책을 함께 쌓아 올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서점에는 없고 이곳에만 있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오늘은 홍대와 이태원에 위치한 작은 서점들을 소개할까 한다.
왜 우리가 편리하고 커다란 곳을 두고 이 작은 곳들을 찾아갈 수 밖에 없는지
이곳에만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소녀적엔 서점엘 들르는 일이 일상의 낙 중에 하나였다. 내 손으로 골라 읽는 책의 재미가, 그 맛이 좋아 자주 찾았던 동네 책방은 고등학교 시절 내내 역사를 함께 했다.
동네책방의 따스한 분위기, 문을 열면 느껴지는 진한 책 냄새. 얼굴을 알아본 책방 아저씨는 가끔씩 쎄씨의 부록을 챙겨주곤 했다.
하지만 졸업하던 해까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한 동네 서점은 끝내 다시 문을 열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중심지 한복판에 놓인 대형 서점을 찾아가기 시작했지만 그때 그 서점을 다시 찾아갈 수 없다는 아쉬운 마음은 여전히 가슴 한 구석에 자리한다.
그런데 그 아쉬움은 비단 에디터만의 것은 아니었나 보다.
어느 순간부터 작은 동네 구석 구석에 못 보던 책방들이 하나 둘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으니까.
지난 겨울, 종로에 위치한 소규모 독립출판 서점(가가린, 더북소사이어티)편을 기억하시는지.
오늘은 이곳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두 곳의 동네 서점을 다녀 왔다.
어린 시절 동네책방에서 느낀 향수까지는 불러일으키지는 못해도 아늑하면서 감각적인 공간으로 거듭난 새로운 동네 서점이 당신의 발걸음을 이끌어낼지도 모른다.
페이퍼 뮤즈PAPER MUSE
전세계의 패션 잡지를 두루 경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패션 잡지 전문 서점 ‘페이퍼 뮤즈’
규모는 쇼윈도에서 한 눈에 보이는 정사각형의 공간이 전부이지만 공간을 가득 메운 패션 잡지의 종류만해도 150여 종이 넘는다.
외지의 가격이 꽤 부담스럽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쉽게 문턱을 드나들기가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그런 걱정은 접어두시라.
친절한 미모의 주인장(성경원)께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을 즐기다 가길 권하니까.
촬영을 해도 괜찮은지 물어보면 흔쾌히 대답해 줄 것. 그도 그럴게 국내에선 자주 접하지 못할 실험적이고 트렌디한 화보와 표지가 절로 셔터를 누르게 만든다.
평범한 직장생활을 해왔던 페이퍼 뮤즈의 오너는 지리한 오피스 라이프를 과감히 내려 놓고 중학생 시절부터 애정해왔던 패션 잡지를 모아 부티크를 오픈하기에 이르렀다.
그녀가 16살이던 그 해 국내에 처음 들어온 ELLE를 통해 그녀는 신세계를 경험했다고.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화보 속 드라마틱한 연출에 매료된 그녀는 포토그래퍼를 꿈꿨지만 부모님의 만류로 다른 길을 걷던 중 뒤늦은 유학 길에 올랐다.
영국이라는 컬러풀한 나라가 주는 이미지가 유독 그녀에게 어떻게 다가왔을지는 어느 정도 가늠이 된다.
그렇게 일 년여 만에 한국에 돌아와 외국계 전자회사에 입사했지만 그녀의 마음 속 불씨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환하게 타오르고 있었던 것.
그렇게 그녀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 3년 전 가게를 연 후로 지금까지 무사히 페이퍼 뮤즈를 운영하고 있다.
이태원을 찾은 셀럽들에게도 이곳은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패션 잡지 전문서적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대형서점에 없는 희귀 화보집이 여기 페이퍼 뮤즈에는 있다.
공간에 발을 디디는 순간만으로 패셔너블한 이미지의 홍수에서 황홀경을 경험할 수 있다니.
이태원에 들러볼 때마다 이번엔 어떤 새로운 잡지가 들어왔을지 은근한 기대를 품게 만드는, 그런 영감이 넘치는 곳이다.
뒤집어져 있는 잡지는 할인가가 적용되는 것이니 참고하시길.
무엇보다 페이퍼뮤즈 근처에는 꽤 괜찮은 핫플레이스들이 밀집해 있다는 점.
고심 끝에 골라든 잡지 한 권과 맛있는 차 한잔의 여유를 만끽하시라.
페이퍼뮤즈
용산구 대사관로5길 25
02.6406.6818
땡스북스THANKS BOOKS
입구에 마련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며 구석 구석 놓인 작은 테이블에서 책을 즐길 수 있다.
소규모 책방이라고 하기엔 카페와 서점, 테이블, 간이 전시장, 세미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독립서점들에 비해 규모가 있는 편.
땡스북스는 서점이라는 공간을 브랜딩하며 그들만의 큐레이션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곳곳에 눈에 띄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했더니 이곳의 오너(이기섭)가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홍익대학교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한 오너는 현재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과 교수를 맡고 있다고 한다.
입구 쪽에 놓인 카우치엔 낯익은 패브릭 소품이 놓여있다.
‘키티퍼니버니’의 컬러풀한 패터늬 쿠션커버가 서점 분위기를 한껏 밝고 아늑하게 한다. 땡스북스의 앉을 곳은 그다지 엉덩이가 편하지 못하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알고 있다. 딱딱한 의자에 엉덩이 감각이 무뎌져도 한 번 앉으면 좀처럼 쉽게 일어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서점이 바로 이곳이라는 것을.
땡스북스 역시 소규모 책방이지만 독립출판 서적만을 취급하는 건 아니다.
대형서점에서 접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 역시 이곳에도 만나볼 수 있으며 이들은 땡스북스에서 엄선한 독립출판 서적들과 함께 한데 놓여 있다.
자투리 공간에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문구류가 놓여있다. 대형서점 한 켠에 즐비한 저런걸 대체 누가 살까 싶은 유치한 팬시용품 대신 하나하나 소장하면 좋을 소품을 판매하고 있다.
결국 에디터는 이날, 굳이 필요 없지만 어쩌자고 이렇게 예쁠까 싶은 멋진 노트를 하나 장만했다.
땡스북스는 꾸준히 트위터 계정(twitter.com/thanksbooks)을 통해 금주의 도서를 공지해 준다. 이수 많은 매력적인 책들 사이에서 어떤 책을 고를지 결정장애가 도진다면 참고하시라.
땡스북스는 회원제를 운영한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도서 구매 금액의 10%를 적립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도서 발표회, 저자와의 대화, 주말 벼룩시장 등 다양한 행사 소식을 메일로 알려주고 있으니, 도서 구입과 더불어 땡스북스와 오랜 커뮤니케이션을 나누고 싶다면 회원등록을 해두는 것도 좋겠다.
땡스북스
마포구 서교동 잔다리로 28 더갤러리 1층
12pm-9:30pm
LAST MON OFF
02.32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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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HYUNIM KIM
DESIGNER SUNYO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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