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카페 <아름품>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애견샵의 30센티 남짓한 유리 벽 사이 사이에 잠들어 있는, 혹은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는 손바닥 만한 생명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귀여운가요, 아니면 작고 귀여운 이 아이를 데려가 키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지요? 글쎄요, 저는 좀 다른 생각을 합니다.
유기견 입양카페 아름품
이 지구상에서 가장 약자인 동물들의 고통을 대변해 주려는 사람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2002년만들어진 ‘아름품’은 동물보호법 개정과 개식용 반대 캠페인, 동물실험 반대 등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문화 운동을 이끌어 왔습니다.
그러나 수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넘을 수 없는 제약들에 가로막히게 됩니다.
벽을 뛰어넘고 낙후된 생명존중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아름품은 2006년 KARA(KOREA ANIMAL RIGHTS ADVOCATES)라는
새 이름으로 비영리 시민단체로 발돋움 합니다.
그렇게 2010년 3월 농림부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하면서 보다 견고한 동물보호활동의 발판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무한도전>의 스피드레이서 특집에서 ‘카라’의 대표로 등장한 임순례감독을 기억하시나요?
우리에게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익숙한 임순례감독님이 카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홍대에 위치한 카라의 ‘더불어 숨 센터’의 1층에 바로 이곳, 유기견 입양카페 <아름품>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모여있는 강아지와 고양이는 애견샵의 쇼윈도 속 어린 강아지들과 다릅니다.
품종도 정확하지 않아요. 사설보호소에서 태어난 새끼 강아지들이 주로 모여 있습니다.
사설보호소 역시 수많은 유기견이 모여 살기 때문에 일일이 중성화수술을 시켜주기가 힘든 것이 현실,
어쩔 수 없이 그 안에서도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게 됩니다.
축복받지 못한 채 태어난 아기들을 더 좋은 환경에서 돌보며 평생을 함께 해줄 가족을 찾아주는 것이 이곳 <아름품>의 역할입니다.
주의하세요.
이곳은 일반 애견카페와는 조금 다릅니다. 낯선 사람이 문을 열면 한 아이가 다급하게 짖기 시작하고 뒤이어 모든 강아지들이 짖어요.
손님이 문을 열면 처음 방문인지 아닌지부터 체크한 후 주의사항을 알려줍니다.
단순히 강아지가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찾는다면 놀랄 수 있으니 염두에 두세요. 그리고 갑자기 일어서지 마세요.
예민한 아이들은 갑자기 일어나는 행동만으로 위협으로 느낍니다.
사진을 찍을 때에도 마찬가지에요, 유난히 한 아이가 카메라를 싫어합니다.
처음부터 너무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밀지 마세요. 그리고 특히 남자손님은 아이들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너무 놀라지 마시고 차를 마시면서 아이들이 새로운 사람에 적응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에디터가 찾은 이 날, 우연히 입양상담을 물어오는 부부를 보았습니다. 조심스럽게 의자에 앉아 아이들을 살펴보시더군요.
그때 한 아이가 이들 부부의 무릎에 폴짝 올라 앉습니다.
이름은 ‘순돌이’에요. 아직 9개월 밖에 안된 푸들아가입니다. 짖지도 않고 조용히 다가와서 마치 ‘나를 쓰다듬어 주세요’ 하는 얼굴로 쳐다봅니다.
<아름품>에서 가장 먼저 입양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던 아이가 순돌이였다고 합니다.
아직 아기이기도 하지만 무리생활에 익숙한 천방지축 언니오빠들 틈에서 유독 사람손길을 그리워하는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입양을 보내고 싶어하는 아이라고 해요. 조용히 눈을 맞추던 순돌이가 자꾸 마음에 맴돕니다.
<아름품>은 카라의 전신이었던 아름품 활동가 모두가 꿈꾸던 공간입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했던 2000년대 초반, 구조된 동물들은 운이 좋으면 도움을 주던
연계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한밤중에 구조된 동물을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습니다.
아름품의 활동가들에게 <아름품>은 밤새도록 울면서 병원을 찾아 헤매며 한 마리라도 살리기 위해
하루 100여통의 전화를 돌리면서 임보처를 구해온 지 십여 년 만에 얻은 소중한 보금자리 인 것입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쇼윈도 속 강아지는 어디에서 오는지 알고 계신가요?
구입되고 버려지는 유기견 실태의 악순환은 ‘종견장’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산속 어딘가에 허름하게 세워진 비위생적인 판자 시설에서 제대로 된 치료도 보살핌도 받지 못한 어미견들이 끊임없이 새끼를 낳습니다.
동물보호활동가에게 구조된 한 어미견은 잦은 출산으로 탈장과 자궁이 쏟아져 나오는 병에 걸려 있었습니다.
어미견들은 병에 걸리면 치료는 고사하고 새끼를 낳을 수 있을 때까지 낳다가 병이 악화되면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렇게 태어난 새끼들은 엄마 젖을 떼기도 전에 품종별로 나뉘어 30센티 남짓의 유리관 안에 갇힙니다. 작을수록 잘 팔리기 때문이죠.
아직도 쇼윈도 속 강아지가 귀엽기만 하신가요?
강아지를 들이는 일은 아이를 입양하는 일과 같습니다.
밥을 먹이고 배변을 돕고, 아프면 치료하고, 외로워하지 않게 돌보아 주는, 한 아이를 키우는 일과 똑 같은 책임감이 드는 일입니다.
종견장을 시작으로 결국 유기견이 되고 마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는 방법은 생명에 대한 책임감입니다.
우리는 이토록 당연한 사실을 너무도 쉽게 간과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기억하세요, 생명은 구입할 수 없습니다.
아름품
마포구 서교동 잔다리로 122 1층
02.6381.0999
11AM-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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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HYUNIM KIM
DESIGNER SUNYO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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