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소믈리에 경기대회 한국대표 ‘오형우’님
THE SCENT
지난 8월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주최한 2016년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될 국제소믈리에협회(A.S.I.: Association de la Sommellerie Internationale)의 ‘Contest of the Best Sommelier of the World’에
한국대표로 출전할 소믈리에를 선발하는 경기대회에서 우승하셨습니다. 축하 드립니다. 먼저 우승소감을 말씀해 주시지요.
오형우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간 여러 대회에 출전했고 입상하기도 했지만 세계 대회 출전권이 걸린 이번 대회는 어떻게 보면 처음 와인 일을 시작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 자리에 서고 싶다”라고 동경했던 목표였습니다.
물론 공부에는 끝이 없고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여행의 중간 경유지에 도착한 느낌입니다.
한편으로는 부담과 책임감도 많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세계대회에 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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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의 이정훈 소믈리에가 한국인 최초로 국제소믈리에협회(A.S.I.: Association de la Sommellerie Internationale)가 부여하는 A.S.I. 소믈리에 디플로마(Diplôme de Sommelier A.S.I.)를 취득하였고,
처음으로 개최된 ‘Korea Sommelier of the Year’를 비롯하여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주최한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국가대표 부문 및 ‘Contest of the Best Sommelier of the World’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발전,
소펙사 코리아가 주최한 한국 소믈리에 대회의 우승자가 각각 다릅니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소믈리에 경기대회에 출전하여 우승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소믈리에들의 숫자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입증하나요?
오형우
제가 대회를 출전하기 시작한 것이 2009년도인데 그간 변화를 살펴보면 매년 각 대회에서 요구하는 기준들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Court of Master Sommelier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세계 소믈리에 경기대회 정보 등을 많이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세계적인 수준의 서비스와 테이스팅의 기준들이 생겨나고 대회를 준비하는 소믈리에들은 공부할 것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준비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괴로운 일이지만 확실히 한국 소믈리에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 되고 있고 월드 클래스에 근접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론적인 부분만 보완한다면 세계 어디다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각 대회의 우승자가 다른 점은 각 소믈리에들의 기량차이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에 부족하기 때문이고 그날의 컨디션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원한 승자도 절대강자도 없는 만큼 꾸준한 자기관리가 중요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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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국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 2012년 대한민국 사케 챔피언쉽 최우수상, 2012년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우승, 금년 Sommelier of the Year의 Adviser 부문 우승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에 개최된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주최한 ‘Contest of the Best Sommelier of the World’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발전 우승이 지금까지의 캐리어에서 가장 영예로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모든 타이틀이 각각 큰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설명을 좀 해주시지요.
오형우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대회가 저에겐 특별합니다. 지금보다도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노력해서 얻어낸 성과이기 때문이죠.
대회는 저에게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내 스스로가 얼마만큼인지 알아볼 수 있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합니다.
대회에서 입상하는 것이 실력을 증명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저에겐 다른 방법보다 대회에 출전해서 정정당당히 겨루는 것이 결과에 상관없이 기분이 좋고 편한 느낌이었습니다.
전통주 대회는 1회 대회 우승자이자 한국 1호 전통주 소믈리에라는 타이틀을 제게 안겨주었고 제가 전통주를 소개하는데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전국 양조장을 통해서 전통주를 구입해 테이스팅 했던 추억은 덤입니다. 사케 대회는 일본 술을 공부함으로써 한국 전통주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느끼게 해주었고 한국대표로 세계 사케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영광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Sommelier of the Year 대회를 비롯한 다른 많은 대회들도 출전 자체로도 많은 공부가 되었고 특히나 와인을 배우면서 동경했던 많은 선배분들을 실제로 보고 인사할 수 있는 자체만으로도 저에겐 영광스럽고 기쁜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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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 매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호텔의 정하봉 소믈리에, 롯데호텔 서울의 이용문 소믈리에에 이서 세 번째로 ‘Contest of the Best Sommelier of the World’에 한국대표로 참가하게 됩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하고 있는지요?
오형우
정하봉 소믈리에 이전에도 홍정화 소믈리에와 편정범 소믈리에가 출전하신 경력이 있으시기에 저는 정확히는 여섯 번째가 됩니다.
사실 좋은 마음도 있지만 책임감을 많이 느낍니다. 출전 자체가 영광임에는 분명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준결승 까지는 가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욕심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해서 출전하는 대회이기에 세계에 한국 와인시장과 소믈리에의 우수함을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THE SCENT
한국을 대표하는 소믈리에라는 영광의 이면에는 이에 따르는 책임감도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요?
오형우
제가 한국을 대표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저의 힘이 도움이 된다면 개인적으로 한국 와인을 많이 알리고 싶습니다.
그것이 한국에서 와인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해외 와인들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은 한국 와인이지만 지금도 열심히 한국 와인을 생산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기회가 될 때 마다 한국 와인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또한 품질도 매년 눈에 보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일본이나 중국처럼 한국도 당당히 세계에 와인 생산국으로 알려지는 날이 오도록 하고 싶습니다.
다른 책임감이라는 측면에선 여러 매체나 인터넷에 특정 와인을 평가하거나 할 때 객관적이 되도록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THE SCENT
내년에 열리는 ‘Contest of the Best Sommelier of the World’를 위해 어떻게 준비를 하실 계획인지 상세하게 설명을 좀 해주시지요.
예를 들면 어떤 교재를 집중적으로 읽을 계획이라든지, 시음 경험을 늘리기 위해 어떤 방안을 생각하고 있는지 등등……
오형우
우선은 필기시험을 통과해야만 시음이나 서비스를 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필기시험에 큰 비중을 두고 준비할 계획입니다.
세계대회 출제 경향을 살펴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국가나 지역은 출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공부할 자료를 구하는 것부터가 난관입니다.
때문에 힘은 들겠지만 해외 서적들을 구해서 동구권과 아시아 등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와인 산지를 중심으로 공부할 생각입니다.
시음 같은 경우엔 와인뿐 아니라 증류주나 리큐르들이 많이 출제되기 때문에 여러 증류주들을 시음하고 특히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지역의 술을 경험해 보고 싶은데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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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와인에 대한 지식을 넓히기 위해 공부도 많이 하고 다양한 시음을 해보는 경험을 할 텐데 이와 병행하여 와인전문가로서 다양한 행사에 초대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와인투어, 각종 시음회, 국제와인품평회 등등…… 어떠한 경험들이 특히 인상에 남고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까?
오형우
최근에는 역시 베를린와인트로피와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각 국의 와인 전문가분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며 와인을 평가하는 자린데 “내가 이렇게 느끼는 와인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까”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외국 사람들은 점수를 부여하는데 있어서 이런 점을 중요시 하는 구나”하는 배움까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음이라는 것이 혼자만의 생각으로는 발전을 이루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전문가들과의 시음자리는 저에게 매우 큰 도움과 의미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품종들을 시음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점은 저에겐 큰 공부입니다.
THE SCENT
혹시 와인과 관련된 특별한 습관이 있나요?
오형우
특별한 습관은 없지만 와인 테이스팅 할 때 책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표현 보다는 한국적이고 일상적인 표현으로 와인을 기억하려 합니다.
그리고 해외에 나가서 와인을 구매할 때 처음에는 “그 나라 와인을 사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에 손에 들려있는 것은 부르고뉴 와인이라는 것이 습관이라면 습관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여러 와인을 동시에 테이스팅 할 때 옷 소매 냄새를 맡아서 코를 쉬게 하는 것도 습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THE SCENT
이제 와인을 경험하기 시작하는 초보자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요?
오형우
다양한 와인을 편한 자리에서 접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와인문화가 아직까지는 매너라고 불리는 겉모습에 얽매여있고 와인이라면 무조건 비싸다고 생각하는 이미지와
고급스럽고 특별한 날에만 접할 수 있는 술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와인 대중화에 방해가 되는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와인도 결국에는 술이기 때문에 어려운 마음으로 공부한다는 생각보다는 소주와 맥주를 즐기는 마음으로 즐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꼭 고가의 와인을 소비하는 것에만 의미를 두지 마시고 가격과 상관없이 다양한 와인을 열린 마음으로 접했으면 합니다.
THE SCENT
내년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대회참가 이후 어떠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것 같습니까?
오형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계속해서 와인 공부를 할 것 같습니다. WSET 디플로마 과정을 준비할 생각이고 어느 시점에서는 해외에서 일을 해볼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차와 물, 치즈, 시가 등 와인 이외의 분야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알아보고 싶습니다.
초보자 분들과 소믈리에 분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책을 한 권 써 볼 계획도 있고 다양한 분들께 보잘것없는 제 지식을 나누고자 다양한 자리에서 강의도 하고 싶습니다.
먼 이야기가 되겠지만 언젠가는 마스터 오브 와인과 같은 자리에 올라서 한국 와인 시장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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