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동굴 ‘최정욱’ 소믈리에님
THE SCENT
금년에 광명동굴의 일부에 와인동굴 구간이 만들어지면서 광명시청에 주무관으로 취직하셨습니다. ‘국내 제1호 공무원 소믈리에’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셨는데 그 배경을 좀 설명해 주시지요.
최정욱
혹시 저보다 먼저 중앙부서에서 의전을 전문으로 하는 소믈리에가 계실지 혹시 모르겠습니다만 알려진 바가 없어 제가 ‘1호 공무원 소믈리에’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듯 합니다. 공직에서 소믈리에가 상시 근무할 일이 좀체 없어서일 텐데, 광명시에 와인동굴이 오픈 되게 되면서 한국와인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일을 주 업무로 하는 와인담당관이 필요하게 되어 공채로 임용되게 되었습니다.
THE SCENT
와인 강사, 커피놀이터 대표, Paul&David Associates 이사로 활동하셨고, 가나와인나눔 협동조합에도 연관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활동을 안 하시고 계신지요? 가나와인나눔 협동조합의 경우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나요?
최정욱
2001년 보석경매회사의 경매사로 일하면서부터 정규직으로 일한 시간보다 프리랜서로 일한 시간이 좀 더 많은 듯 합니다. 스타트업 기업의 서포트를 주로 하면서 경영(운영)컨설팅을 하다 보니 직함을 여러 개 가지고 일하게 되어서 현재는 공식적으로는 광명동굴 주무관이 제 유일한 직함입니다만(공무원 겸직 금지), 커피놀이터(커피교육), 와인교실(와인교육), JM컨설팅(코칭&컨설팅)의 1인기업은 8~10년째 계속 운영하고 있습니다(현재는 가족이 대표로 되어 있습니다).
좋은 와인을 소개하고 소비하자는 모임에서 시작되었던 ‘가나와인나눔 협동조합’은 참 아쉬움이 많습니다. 현재 THE SCENT 구독자중에 연관된 분들이 있을 수 있어 말씀 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만 ‘알려지지 않은 좋은 와인의 대중소비와 소비자들의 권익과 선택권’을 추구하던 처음의 취지와 달리 적극적인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게 된 구성원들과의 갈등으로 중간부터 더 관여 않게 되었습니다. 현재 조합은 해체상태인데, 뜻있는 주변 분들과 다시 와인의 대중화와 소비자들 교육을 추구하는 조합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THE SCENT
각종 와인 시음회에 거의 빠지지 않을 정도로 아주 열심히 테이스팅 경험을 하고 계십니다. 2013년 첫 회부터 대전에서 열리는 국제와인품평회의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행사에 참가하시면서 느끼시는 점은?
최정욱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소믈리에 및 어드바이저 분들이 공감하실 텐데, 여유롭지 않은 환경에서 와인공부를 지속할 수 있던 것은 소펙사(Sopexa)와 수입사 등의 각종 세미나와 시음회를 찾아 다니며 참석하여 귀동냥, 맛동냥 등 조금이나마 실력을 연마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일 듯 합니다. 어느 한 시음회도 허투루 다니지 않게 되는 것은 와인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도 항상 같은 마음인데요. 먼 나라까지 자신의 와인을 들고 알리러 온 생산자들을 만나면 좋은 와인을 더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전와인트로피(현 아시아와인트로피)는 국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테이스팅과 세미나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 의미가 큰 곳입니다. 전 세계에서 온 전문가들을 만나 같은 테이블에서 나흘 동안 테이스팅과 토론, 경험을 이야기하며 교류를 갖게 되는 기회는 소믈리에로서 매년마다 손꼽아 기다리는 가장 중요한 행사입니다. 3년 전부터 아시아와인트로피에 참석하면서 크게 느낀 점은, 와인을 와인으로 즐기기보다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입장(수입사, 교육자, 소믈리에 모두)이다 보니 심사에 있어서도 그런 입장이 반영된다는 것과(특히 한국 업계분들 공통적인 사항), 그런 한계를 인지하고 뛰어넘고자 하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는 점, 와인에 있어서 변방으로 스스로 평가하고 있던 한국과 아시아가 점점 큰 포커스를 잡아가고 있다고 같이 느끼는 점 등이라고 생각됩니다.
THE SCENT
지난 8월 21일부터 3일간 광명동굴에서는 ‘대한민국 와인페스티벌’이 처음으로 개최되었습니다. 반응이 어떠했나요? 가장 매력적인 프로그램이 무엇이었고 다음에 특히 더 향상시키고 싶거나 새로 도입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무엇이었나요?
최정욱
광명동굴에서 열린 ‘대한민국 와인페스티벌’은 오래 기획된 축제가 아닌, 금년 4월에 광명동굴에 와인동굴 구간이 새로 열리게 되었다가 기대이상의 반응으로 이슈가 되자 급조하여 조직된 행사입니다. 매년 동굴축제를 1개월 정도 진행하는데 그 마지막 3일을 와인축제로 진행하자 라는 내부 제안과 지시로 다소 급하게 조성되다 보니 관련 예산 확보 등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관련자들이 밤을 새워가며 충실히 컨텐츠를 확보하려 한, 나름 최선을 다한 축제였습니다.
관공서에서 진행된 행사이다 보니 다분히 보여주기 위한 행사가 많았다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긍정과 부정 양쪽이 모두 공존하는 듯 합니다. 대외적으로 가장 이슈가 되었던 행사는 와인생산지역의 지자체장님들이 개막식에서 각 지역 생산물(포도, 사과, 머루 등)로 직접 와인을 만들었던 ‘마루주’ 행사였었고, 내부적으로는 와인동굴 내 와인레스토랑에서 진행된 ‘한국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 품평회와 한국와인 세미나’였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와인 세미나는 한국와인 생산자들에게 마케팅과 유통, 상생의 와이너리 발전에 특화한 세미나로서, 생산하는 와인의 품질향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세미나를 벗어나, 한국와인의 발전방안에 더 깊이를 더해주었다고 평가되어 준비한 사람으로 매우 뿌듯하고 고무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 향상시키고 싶은 부분은 좀 더 많은 일반인들이 와인을 친근하게 즐기고 참여, 체험할 수 있게 할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 확보 및 활용과, 매해 한국와인품평회를 더 정밀하고 명망 있는 대회로 만들고 싶은 것이 욕심입니다.
THE SCENT
다양한 와인행사에 초대받아서 참가하시는 것과는 달리 금년 8월에 열린 광명동굴의 ‘대한민국 와인페스티벌’의 경우 행사 진행자의 입장이었는데 이 행사를 준비, 진행하시면서 느끼신 점은 무엇입니까? 시음회, 와인품평회에 초대받아서 참가하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을 텐데요.
최정욱
두 가지의 쟁점이 있었는데, 말씀하신 대로 제가 다녔던 와인세미나와 품평회에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던 부분을 많이 반영하려고 했다는 것과, 또 한가지는 ‘한국와인’이라는 특성이 폄하되거나 무관심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고민했다는 점일 듯 합니다. 여러 와인품평회에 다니지만 한국와인은 여러 가지 면에서 평가절하되어 무시되고 있고, 엄밀한 의미에서 와인으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축제를 준비하며 제가 할 수 있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한국와인의 위상을 좀 더 높게 잡으려고 했고, 평가항목 등에 그 특성을 살리려 애를 썼습니다.
저 자신이 3년간 농촌진흥청의 한국와인품평회 심사위원으로 참석하며 아쉽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는데요, 한국와인의 특성은 외국와인(수입와인)의 품질 평가와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오히려 더 한국와인의 독창적인 특성을 공정히 평가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항상 수입와인을 마셔온 전문가들, 특히 소믈리에들은 한국와인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할 수 밖에 없거든요. 향과 밀도감, 밸런스와 타닌 등 모든 면에서 수입와인과 단독으로 비교하기에는 그 특성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와인품질이라는 면에서 수입와인의 평가항목으로 한국와인을 평가하기는 처음부터 좋은 점수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틀 동안 진행된 블라인드 품평회 때 이런 특성을 고려하여 블라인드 테이스팅이지만 와인 별 분야와 테이스팅 순서를 나눠 진행했었고, 한국음식과 마리아주를 생각하며 한국와인을 평가해 줄 것을 고시하여 평가항목에도 첨부를 했습니다. 제가 그 동안 참석했던 모든 와인 시음회와 품평회가 이 축제에 녹아있는 것이 사실이죠. 심사방식은 아시아와인트로피와 농촌진흥청 한국와인품평회 방식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평가기준으로써는 가장 객관적이고 정밀하니까요.
THE SCENT
광명동굴에서는 국내에서 생산된 와인 및 과실주만 시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와인 및 과실주 생산자에게 아주 매력적인 유통로를 열어준 셈이 되었는데 입점한 주류의 생산자들의 반응이 어떻습니까? 또한 더 많은 업체들이 입점하고 싶어할 것 같은데요.
최정욱
처음 광명와인동굴이 오픈할 때 생산자 분들께 연락하여 입점을 제안했을 때는 그렇게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지자체에서 하는 이벤트성 사업으로 보셨던 듯 합니다. 특히 초기홍보를 위한 시음주를 부탁했더니 어느 와이너리에서는 화를 내면서 ‘광명시에 재정이 없어서 시음주를 달라고 하느냐’면서 전화를 끊으시더라고요. 한국의 와인생산자 분들이 영세한 가운데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 많아 차근차근 설명 드리며 입점제의를 하게 되었고, 초기에는 와이너리 분들의 협조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거의 모든 업체가 사실 큰 기대는 안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잘 될 줄 몰라서 소량을 보내셨다가 그 다음주에 다시 발주연락을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물량을 더 확보해야겠다고 했습니다. 4월 한 달 동안 1,200여 병을 판매하고 점점 더 주문속도가 빨라지면서 전국적으로 와인생산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해 그 때부터는 입점문의가 밀려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와인의 판로가 없어 생산자들이 직접 영업을 다니셔도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한 달에 서너 병 수준의 판매가 되었다고 하는데 광명동굴에서 하루에 100여 병이 판매되니 내년엔 생산량을 더 늘려야겠다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현재는 분기에 한 번 그간의 입점제의를 받은 와인들을 심사하여 광명동굴 입점와인을 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 지자체와 와인판매를 위한 업무협약식(MOU)을 진행하여 현재 가평, 세종, 영동, 영천, 영주, 사천, 무주, 문경, 삼척 등 10여 개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와인생산과 판매의 적극적인 협조체제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THE SCENT
광명동굴에서 ‘대한민국 와인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열린 대한민국 와인품평회에는 전문가 그룹 20명과 일반인 30명이 각각 심사위원으로 참가했습니다. 이 두 그룹의 평가가 어떻게 다르게 나왔습니까?
최정욱
직접 와인을 생산하지 않고 전국의 와인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광명동굴의 특성상, 와인품평회 심사위원의 구성은 동굴에서 와인을 구매하고 있는 일반인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믈리에 등 전문가들만 심사위원으로 위촉하는 다른 품평회와 달리 일반인의 심사 비중이 높은 편이었는데, 심사방식은 전문가와 일반인을 다르게 진행하였고 (전문인은 와인의 품질심사 위주, 일반인은 전반적인 와인의 호감 위주), 점수를 모두 계수하여 전문인 부문과 일반인 부문을 따로 집계를 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전문가와 일반인의 점수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점인데, 대상과 금상, 은상이 가벼운 순위차이만 있을 뿐 거의 동일점수로 집계되어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소위 전문인과 일반인의 평가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은 일반인들의 입맛과 선호도가 전문가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되어 매우 유의미한 마케팅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THE SCENT
11월에 광명동굴 내에 와인레스토랑이 오픈될 예정인데요. 그 외 새로 추진되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설명을 좀 해주세요.
최정욱
11, 12월 동안 임시운영 후 정식운영을 예정하는 와인레스토랑은 100% 예약제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호텔 쉐프 출신의 조리사와 기자재를 확보하여 막바지 공사가 한창입니다. 동굴에서 와인과 식사를 즐기게 되는 이색장소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된 와인동굴이다 보니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준비되고는 있으나, 본질에 충실하게 한국와인을 더 잘 알리고 판매하는 초점을 벗어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좀 더 와인을 잘 소개할 수 있도록 전시대 개선과 판매방식의 효율화가 진행 중이고요, 각종 와인컨텐츠를 순환 전시하여 와인동굴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우리와인의 우수성과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함에 있어 부족함이 없도록 기획하고 있습니다. 동굴을 찾아주신 분들, 의견이 있으시거나 동굴에서 보고 싶은 건의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의견 환영합니다.
+
광명동굴 소믈리에 ‘최정욱’님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