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젤바인 링(Moselwein Ring)의 ‘임형선’님 & ‘양승찬’님

2021.05.01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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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ENT
지난 10월 25일에 36번째의 ‘모젤바인 링(Moselwein Ring)’의 시음회가 열렸습니다. 한 달에 한번씩 진행하니 벌써 3년 동안 열린 셈입니다. ‘모젤바인 링’은 (독일) 트리어에 거주하는 황만수 독일 국가공인 와인 컨설턴트와 두 분이 함께 만드셨는데 ‘모젤바인 링’을 만든 계기와 ‘모젤바인 링’에 대한 소개를 해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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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젤바인 링의 주인공: 임형선, 황만수, 양승찬 (왼쪽부터)/

임형선
일단 모젤바인 링을 만들게 된 계기는 순수하게 모젤와인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수입량이 많지 않아 선택권이 제한적인 모젤와인을, 독일에 특히나 모젤에 직접 가지 않고 마실 수 있을까?”, 더불어 “이 와인의 매력을 나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릴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양승찬씨와 트리어에서 거주 중이신 황만수 대표님과 함께 만들게 되었습니다.

설립동기에서도 말했듯이 모젤바인 링은 독일의 모젤 지역에서 나오는 와인의 매력을 국내에 소개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시음회를 가지는 비영리단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젤지역에 대한 떼루아, 품종, 각종 이벤트 등 다양한 정보를 게시하는 페이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승찬
모젤바인 링을 만들 생각을 한 것은 2012년 10월, 제1회 대전 국제 푸드&와인 페스티벌 행사를 마치고 나서입니다. 당시 모젤와인협회 부스를 도와드렸는데, 정말 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정신 없이 와인은 따라드리는데 정작 이 와인이 어떤 지역의 어떤 품종이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해 무언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잔을 내밀면 우리는 와인을 따르고 끝이었어요. 사실 그 와인들이 독일 현지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정말 좋은 와인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스치듯 말고, 한자리에 앉아서 설명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던 건 아니에요. 꽤 오랫동안 매년 모젤와인협회가 한국을 방문하여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런저런 행사를 치러왔고, 저도 그 행사에 많이 가보며 이런 좋은 기회가 특정 시기에만 접하며 단발성으로 그치기보다는 작은 규모라도 상시로 유지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은연중에 품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도화선이 된 것이 2012년 대전 국제 푸드&와인 페스티벌의 부대 행사로 열린 모젤와인소믈리에대회인데, 열심히 준비해서 출전했지만 아쉽게도 1~3등에 들지 못해 다들 노리던 모젤 와이너리 투어를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대회를 같이 준비했던 사람들과 뒤풀이 겸 아쉬움을 토로하며 우리가 모젤에 못 가면 모젤을 한국에 소환하자! 라고 홧김에 이야기했죠.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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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대전 국제 푸드&와인 페스티벌에서 모젤와인을 시음하게 하는 ‘양승찬’님/



THE SCENT
시음회를 한 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3년 동안 진행한다는 것은 보통의 열정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포기하거나 비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 것 같은데…… 무엇이 이러한 열정을 가능하게 하는지요?

임형선
매우 간단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맛있기 때문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힘이 든다거나 포기하려 하거나 하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고 세 명 모두 본업이 있고 자기의 생활이 있기 때문에 일정 때문에 난관에 부딪힌 적은 있었지만, 한 모금 마시는 순간의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양승찬
사실 중간에 포기하거나 비정기적으로 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그 동안 그럭저럭 싫은 감정 없이 잘해온 것 같아요.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꾸며가는 거라 더 애착이 가죠.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덧 만 3년이 됐네요. 그래도 해보자고 제안한 거니 책임감은 있었어요. 또 일을 할 때 저 스스로 생각하는 어느 정도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열심히 할 수밖에 없죠. 예를 들면 대전 와인 행사 자료를 준비할 때는 밤새워 디자인을 수정하고 출력하고 새벽에 24시간 업체에 가서 코팅하고 잠깐 집에서 1시간 눈 붙였다가 대전으로 들고 내려가기도 했어요.

다만 시음회 당일에 뭐가 잘 안 풀리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머리 속이 꽉 찬 것 같이 지끈거리기도 해요. 그러면 집에 와서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를 듣죠. 그런데 무엇보다도 와인이 맛있잖아요. 정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시음회에 와서 지치고 피곤함이 밀려와도, 시음회를 진행하며 되려 와인에 ‘힐링’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다시 원래 질문에 답하자면,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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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젤바인 링의 행사에서 모젤 팬들을 만들어가며……/


THE SCENT
‘모젤바인 링’의 시음회에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참가합니까?

양승찬
나이와 직업 등 여러 기준에서 봐도 다양하게 오시는 편이에요. 수입사, 레스토랑에 근무하시는 분들께서 오시기도 하고, 대학생도 오고, 모임 홍보 글을 보시고 오시는 분도 계세요. 그리고 소규모 인원이 모이다 보니, 모임에 오신 분들끼리 서로 친해지기도 하고 가끔은 이 모임 외에 따로 만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걸 보면 왠지 뿌듯하죠. 또 아무래도 준비하는 입장이다 보니, 와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할 따름이에요.





THE SCENT
임형선 소믈리에는 모젤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여름에 신혼여행으로도 모젤을 다녀오셨는데 이에 대한 설명 좀 해주세요.

임형선
모젤은 제 와인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30살에 단순히 모젤와인이 좋아서 무턱대고 모젤의 와이너리(Weingut)에서 근무해 보겠다고 찾아갔었지요. 그 때 황만수 대표님과 아돌프 슈미트 모젤와인협회장님도 만나게 되었고요. 일년간 고생했던 기억은 경험으로 바뀌어 한국에서 소믈리에로서 근무하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신혼여행은 샹파뉴, 부르고뉴를 거쳐 모젤에서 제일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요. 마침 제가 모젤에 도착한 날부터 ‘Saar Riesling Sommer’라는 유수의 Weingut의 연합 시음 행사가 시작이 되었기 때문에 신부와 함께 정말 다양한 모젤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Saar Riesling Sommer’가 끝나고는 중부 모젤의 Weingut과 특급 밭들을 돌아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와인업계에 종사하지 않아 본인의 관심사가 아니라 지루할 수도 있었을 텐데도 이 여행에 흔쾌히 수락해주고 함께 즐겨준 신부 김정희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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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젤와인협회 아돌프 슈미트 명예회장과 함께 다정한 포즈를 취한 ‘임형선’님/



THE SCENT
모젤바인 링의 시음회에 사용하는 와인의 선정은 어떻게 하는지요? 아직 미수입된 와인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와인은 어떻게 조달하시는지요?

양승찬
애초에 모젤 팬 시음회의 목적이 미수입 모젤와인의 소개였습니다. 간혹 수입된 와인을 섞어 사용하는 정도에요. 와인의 선정은 개략적으로 다 같이 이야기는 하는데, 세부적인 건 황만수 컨설턴트님이 현지에서 여러 바인굿(와이너리)를 만나보시고, 그 중에 준비할 주제에 맞는 바인굿과 와인을 고르시죠. 예를 들자면 ‘요즘 주목받는 젊은 와인생산자’같은 주제요. 그리고 와인을 항공편으로 보내주세요.





THE SCENT
모젤와인의 특징을 세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임형선
화려함
우아함
섬세함

양승찬
짱짱한 산미가 좋고요.
맛있네요.
맛있어요.





THE SCENT
모젤와인의 시음회에 국한하지 않고 독일와인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나요?

임형선
아직까지는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 인지도를 올리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젤바인 링이 정착이 되고 다른 지역에 대한 정보가 준비가 된다면 시도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독일 와인 전체로 범위를 늘린다면 더 이상 Moselwein Ring이 아니고 Germanwine Ring 이나 Deutscherwein Ring으로 이름을 바꿔야 하겠지요.

양승찬
처음 모젤바인 링을 시작하며, 정해진 게 없어서 오히려 책을 내거나 아예 따로 수입사를 만들거나 등등 상당히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우선은 각자의 삶에서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작게 시작해 보자는 데에 동의가 있었습니다. 일을 크게 벌이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해서 운영할 수 있었다고 봐요.

독일와인 활동 관련해서는 안 그래도 최근에 개인적으로 생각을 해봤어요. 독일의 다른 지역 와인에도 관심이 있거든요. 모젤와인 3년 했고, 한국에 모젤와인을 다루는 수입사도 꽤 늘어나서 이제는 홍보에서 손 떼도 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스스로 내린 결론은 아마 모젤바인 링의 활동을 독일와인으로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다 같이 논의해서 결정할 일이지만, 그 전에 일단 제가 당분간은 새로운 활동을 기획하고 꾸려나갈 시간적 여유가 나지 않아요. 또 한편으로는 모젤바인 링의 활동을 5년, 10년, 혹은 그 이상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보고요. 그래서 아마도 독일와인은 그냥 저 혼자 틈틈이 공부하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하지만 또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기도 하네요).





THE SCENT
두 분이 현재 영위하고 있는 직업적인 활동에 대한 소개를 해주세요.

임형선
저는 청담동에 위치한 주식회사 비28서울 이라는 Bar에서 매니저로서 근무 중입니다. 각종 와인, 주류에 관련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양승찬
IT 업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머, 연구원 정도로 분류하면 될 것 같아요.





THE SCENT
한국시장에서 모젤와인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임형선
현재 한국시장에서 모젤와인, 특히 리슬링은 아주 저 평가 되어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리슬링은 한식과 매칭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품종입니다. 경쾌한 산도와 함께 적당한 당도 그리고 기분 좋은 아로마(때로는 상큼하고 때로는 고소한)가 맵거나 짜서 자극이 강한 한국의 요리와 정말 좋은 궁합을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나 달콤함 때문에 음식과의 매칭이 어려울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쉽게 얘기해서 삼겹살 먹을 때 함께 먹는 쌈무의 역할이라던가 콜라의 청량감 같은 느낌을 리슬링이 줄 수 있는 것이지요.

한식과의 페어링 뿐만 아니라 모스카토 같은 달기만 한 품종이 아닌 풍부한 산도로 인하여 기본이상의 골격을 가지고 그보다 살짝 높은 알코올 도수를 가지고 있어 훨씬 탄탄한 구조이기 때문에 한번 맛을 들이면 헤어나오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리슬링은 달다.”라고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리슬링이라는 품종은 드라이한 와인부터 벌꿀처럼 달콤한 와인까지, 그리고 라이트 바디에서부터 풀바디까지 모든 스펙트럼을 소화할 수 있는 품종이기에 누구에게나 맛있을 수 있는 품종입니다. 이러한 강점을 잘 살리고 브랜딩을 잘 해나간다면 훨씬 많은 인지도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양승찬
의외로 놀라워요. 제가 2010년부터 한국 시장에서 독일 와인의 입지를 보고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독일 와인 자체가 별로 없었어요. 대량 생산 와인을 대형 수입사가 수입하는 것 외에는 보기가 잘 힘들었죠.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은 독일 모젤 지역의 리슬링을 취급하는 수입사가 떠오르는 것만 열 개가 넘어요. 실제로는 더 되겠죠. 물론 여전히 항상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꼭 모젤이 아니더라도 독일 와인을 리스트에 넣는 와인바/레스토랑도 꽤 보이는 등 많이 나아졌어요.

모젤바인 링을 운영하며, 우리가 시장을 만들어 나간다는 일종의 자부심도 있었고, 또 어떻게 바로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겠느냐고, 씨앗을 뿌리고 기다려 보자는 이야기를 종종 했는데, 모젤바인 링의 활동이 직접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모젤와인이 수입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반가워요.

종종 이런 이야기가 있죠. 와인 자체는 참 좋은데 수입해서 팔 수 있을지를 잘 모르겠다. 혹은 이 지역은 좀 뜰 것 같으니 공부해두면 좋을 것이다. 독일 와인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이제 그 태동을 보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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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젤바인 링 ‘임형선’님 & ‘양승찬’님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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