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와 거기

2021.05.01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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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가린

&

더북소사이어티


경복궁역 3번 출구로 올라와서 한 블록이 조금 안되게 주욱 걷다 보면 오른쪽으로 뻥 뚫린 널찍한 골목길이 하나 나옵니다.

가지런히 정돈된 양 갈래길 사이로 정갈한 가게들이 보일 때쯤 그 길의 중심을 지키는 두 서점이 있습니다.

가가린과 더북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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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서촌 특유의 포근함과 안락함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스치듯 지나갔을 그 골목의 그 가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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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선반마다 가득 꽂혀있는 서적들대형 서점의 진열이 그러하듯 가나다 순으로 정리되어 있는 서점을 연상한다면 오산입니다.

이곳은 도서 검색대도 진열을 안내하는 가나다 팻말도 없습니다.
좋은 책을 찾는 일은 오롯이 손님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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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각형의 작은 내부흰 철제 선반을 가득 채운 책들을 하나하나 뒤적여 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마음은 불편하지 않습니다

이곳의 모두는 그래도 괜찮다는 어떤 약속이라도 한 듯 시간을 놓아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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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도 언제나 괜찮습니다.

가가린을 처음 찾던 날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사람들을 지나 ‘저기사진촬영 괜찮을까요?’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책방지기는 웃으며 괜찮다고 대답해 줬습니다물론 책 장 안의 내용물은 아티스트의 고유 작업물이니 함부로 담아가지 않는 게 에티켓이겠지요
이 날은 듬직한 남자분이 책방지기로 앉아 있었습니다.
이 날은 작정하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습니다적막을 가르는 기계음이 이 공간에선 낯선 세계의 것 같았습니다
참신한 독립출판물 하나 하나에 혀를 내두르며피식 웃어 보이며 그렇게 연신 사진을 담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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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결제도 괜찮습니다.

사실 이 날 처음 안 사실이었습니다고요한 서점을 기계음으로 가득 채우고 나니 뭐라도 한 권 사 들고 나가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요카드만 덜렁 들고 무작정 나온 게 아니겠습니까낙담하며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뒤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립니다
카드 결제 해도 되나요? –네 할 수 있어요.” 대형서점에서 살 수 있는 책이었지만 굳이 이곳에서 구입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 프란츠 카프카의-’’>을 사들고 시공간을 분리해 놓은 듯한 가가린의 유리문을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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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은편 건물의 2층으로 향합니다.

어둑하고 좁은 계단을 하나 올라가면 두꺼운 철문과 각종 팜플렛이 손님을 반깁니다.
살짝 밀면 쉽게 열리니 주저하지 말고 들어가 보세요.
가가린의 이미지가 밝다면 더북소사이어티의 공간은 투박합니다.
두터운 철문과 천장의 콘크리트 외벽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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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내 곧 비슷한 안락함을 느끼게 됩니다이건 책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더구나 더북소사이어티에서 만난 책방지기는 어찌나 따뜻하던지요
실수로 바닥에 한 권뿐인 책을 떨궜지만 “어디 다친 곳은 없으세요?”라는 대답이 한없이 웃는 얼굴로 들려왔습니다
대형서점의 책들처럼 많은 부수의 책을 소장하는 곳이 아니니한 권 한 권 소중히 보아 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언제 입고 될지 모르는 리미티드에디션들 입니다.
이 날은 사진집을 넘겨보다 왔습니다이토록 참신한 아티스트들이라니. 똑똑하고 예측 불가능한 것들 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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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거쳐가는 것 만으로 충만한 어떤 것을 얻어가게 될 지 모릅니다.

이 느낌 이 온기가 당신에게도 전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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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HYUNIM KIM

DESIGNER SUNYOU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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