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수요일
‘아, 고작 수요일이네’
트렌드에 따라 우후죽순 생겨나는 음식점이 늘어갈수록 나만의 아지트가 필요해 집니다.
이번엔 이거다! 해서 우르르 생겨난 가게는 맛이든 뭐든 어딘가 늘 부족함 투성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늘 그렇듯 가던 곳만 가게 되더군요.
아무리 호화로운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하더라도 집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안도감과 안락함은 비교할 수 없듯 말입니다.
‘아, 고작 수요일이네’
월요병을 이겨내고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길에 도장을 찍었는데 아뿔싸, 아직 수요일이라니.
재미있는 네이밍이 이름을 기억해내는데 수천 년이 걸리는 에디터에게도 쉽게 각인 되었습니다.
나만 알고 싶은 가게, 상수동에 위치한 캐주얼 와인 바 <고작 수요일>입니다.
가게는 네 다섯 테이블 정도의 공간으로 조그마 합니다.
꼭 유럽의 시골 어느 마을에 있을 법 한 따뜻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었습니다.
와인은 보틀로 만원대의 저렴한 와인부터 오륙만 원대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며, 화이트와인은 14 종류, 레드와인은 17 종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와인은 보틀 뿐만이 아닌 글라스로도 마셔볼 수 있으니 다양한 와인을 자유롭고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는 와인의 단맛을 알려주는 척도 입니다. 오른쪽으로 치우칠수록 단맛이 난다고 하네요.
이토록 친절한 메뉴안내와 더불어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안주의 가격대 역시 만원대로 저렴합니다.
이 날 저는 <비노 비앙코>를 마셨습니다. 달콤한 화이트 와인이 한 주 동안 쌓인 묵은 피로를 씻어 내리는데 도움이 될 것만 같더군요.
가볍게 주문한 치즈 플레이팅은 에디터의 마음을 앗아가기에 충분했습니다.
여섯 종류의 치즈가 앙증맞은 나무 플레이트에 나란히 올려진 채 나왔습니다.
훈연 처리된 스모크한 향기의 치즈와 달콤하고 진한 식감의 치즈가 달콤한 비노 비앙코와 가장 잘 어우러졌습니다.
입안을 감도는 묵직한 훈제향에 달콤한 와인 한모금이 예상치 못한 풍미를 더해 주었고,
절인 과일이 큼직히 박혀 있는 치즈는 와인을 입안에서 굴리며 함께 먹었을 때 쫄깃한 식감과 함께 달콤함이 두 배가 됩니다.
그렇게 앉은 자리에서 와인 한 병을 몽땅 비워내고야 일어났습니다.
저녁 식사 전 가볍게 에피타이저로 즐기려던 와인 한 잔에 흠뻑 빠져, 공복에 와인 한 병이라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죠.
이른 저녁, 살짝 오른 취기에 추위도 잊은 채 저녁식사 장소를 향해 상수동 골목을 휘저었습니다.
어쩐지 걸음 걸음에 비치는 골목 풍경이 몽환적이었던 건 취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주택가이지만 마냥 주택가는 아닌, 번화가라고 하기엔 또 골목길인 이곳의 오묘한 골목 정경이 좋습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딱 알맞은 이곳, 상수동의 아지트.
연인과 친구와 동료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더할 나위 없을, 함께 와인 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즐거운 대화만으로
그 누구에게도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만 같은 ‘그곳’ 입니다.
고작 수요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수동 93-109 2층
070-821-1136
영업시간_ 18:00~다음 날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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