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투어 ‘정민영’ 대표님
THE SCENT
프랑스의 보르도에 거주하시면서 ‘Bordeaux Tour’라는 여행사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언제부터 보르도에 거주하셨는지요? 현재 하시고 계신 일을 자세하게 소개해 주시지요. ‘Bordeaux Tour’를 통해서 보르도를 방문하는 것이 왜 좋은지요?
정민영
우선 대단치도 않은 저에게 연락을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서면 인터뷰에 응하려고 하니 왠지 ‘임의동행’ 되어서 경찰서에서 조서 받는 듯한 느낌입니다(웃음).
설렁탕 한 그릇 먹고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요(깍두기 많이요).
보르도 공기를 코에 묻히며 살기 시작한 것은 2012년 2월부터니까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습니다.
3년 4개월 정도가 지났으니, 이곳 보르도에 오래 살고 계신 분들에 비하면 논산훈련소에 막 들어온 계급도 없는 빡빡머리 훈련병인 셈입니다.
보르도 한인회에 등록된 회원은 아이들을 포함하여 50명 정도입니다.
이곳에 계신 분들 중에는 25년 이상 거주하고 계신 분들도 많아요. 보르도는 프랑스에서 큰 도시에 속하지만 한인분들이 많이 살고 계시지는 않습니다.
제가 보르도에서 하고 있는 일은 와인을 테마로 샤토 방문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샤토 방문 전문 여행사라는 것이 생소하실 수도 있지만, 보르도의 샤토 방문에는 한국 분들께서 생각하시는 것과 보르도 현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곳 샤토들이(특히 그랑 크뤼) 항상 문을 열어놓고 방문객을 맞이하거나, 방문객을 상대로 와인을 팔아서 이익을 창출하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샤토에 방문 문의 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해도 답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니 샤토 방문을 원하시는 분들은 일정 세우시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샤토들이 네비게이션을 무용지물로 만들거든요. 샤토 주소가 없는 경우가 많고, 네비게이션을 따라가보면 아무것도 없는 포도밭 한가운데에서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라는 낭랑한 멘트를 들을 때도 많고요.
그리고 와인에 대한 설명 또한 (외국어를 잘하셔도) ‘용비어천가’를 같이 배운 한국 사람한테 설명 듣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지요.
보르도를 그냥 다녀가시는 게 아니고, 효과적으로 다녀가시도록 안내를 해드립니다. 위와 같은 일들을 벌초를 하듯 말끔하게 정리해주는 일이 제가 이곳에서 하는 일입니다.
THE SCENT
보르도에 있는 샤토들을 아주 많이 방문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얼마나 많은 샤토들을 방문하셨는지요? 특히 친분이 있는 샤토는요?
정민영
아마도 한국사람으로서는 샤토 가는 길에 뿌린 기름 량이 제가 제일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웃음). 프랑스에 와서 방문한 샤토는 대략 300군데 정도입니다.
그 중에서 250 곳이 보르도 근교에 있는 메독, 생테밀리옹 지역이고요, 나머지는 타 지역에 있는 샤토들입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많은 샤토를 방문하는 이유는 책에서 나오는 정보 이외에 현장에서만 얻을 수 있는 와인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향수보다 값진 땀 냄새 물씬 풍기는 농부, 파란 눈의 인형 같은 싸가지 없는 샤토 여직원, 레스토랑에서 만난 돈 많은 샤토 오너…… 이런 모든 것들을 이야기로 남기는 일 또한 재미가 쏠쏠합니다.
글쎄요, ‘친분’은 제가 친분이 있다고 말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 분들이 저와 친분이 있다고 말해줘야죠(웃음).
하지만 대부분의 그랑 크뤼 샤토들의 직원들과는 친합니다. 그래서 좋은 샤토 예약이 잘 됩니다. 예를 들면,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오브리옹 같은 경우는 전화하면 바로 제 이름을 알거든요.
이 밖에도 샤토 팔메, 샤토 피숑-롱그빌, 샤토 레오빌-바르통 등의 직원들과도 친분이 좋습니다.
THE SCENT
보르도에 있는 샤토들을 방문하시면서 받은 인상과 특히 기억에 남는 일들이 있다면?
정민영
많이들 알고 계시듯이 미국, 호주, 칠레를 비롯한 신세계 와인,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구세계 와인, 하지만 제가 받은 보르도 샤토들의 인상은 ‘구구세계 와인’ 같습니다.
예전부터 내려 오던 시스템을 바꾸려하지 않습니다. 한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그랑 크뤼 샤토들). 샤토에서는 와인을 만들고 소비자가 와인을 사서 소비를 하겠죠.
그 중간에는 Negociants 이라고 하는 도매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Courtiers 라고 하는 브로커도 있습니다.
그러면 많은 분들이 “소비자가 직접 샤토로부터 와인을 사면 가격이 조금 저렴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실 겁니다.
그런데 샤토 오너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우리는 와인을 만드는 사람이지, 와인을 파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들 말합니다.
그리고 En Primeur 기간에 와인은 95% 이상 이미 매각이 되기 때문입니다.
THE SCENT
얼마 전에 보르도에서 열린 와인박람회 Vinexpo를 방문하셨을 텐데 2년 전과 어떠한 면에서 달라졌나요?
독일에서 열리는 프로바인(ProWein)이라는 박람회의 급성장 때문에 Vinexpo가 긴장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민영
제가 경험한 2년 전에 비해서 2015년은 분명히 한산했습니다.
빈엑스포 첫날 풍경은 마치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요르단과 베트남이 축구시합을 하듯 관중이 없었습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없더라고요. 이곳에 오래 사신 분들 말에 의하면 예전의 빈엑스포 기간 동안에는 보르도에 있는 호텔 예약은 6개월 전에 해야 했고, 보르도에서 차로 2시간 거리 내에는 호텔을 구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본인들 집에서 잠도 재워주곤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정확히 빈엑스포 결과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 것은 아니지만,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많은 샤토들 혹은 네고시앙들이 참여를 했다기 보다는 큰 네고시앙들만의 잔치인 것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금년에 빈엑스포 부스의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뒷담화도 있습니다. 또 다른 점은 누군가 밖에서 양꼬치만 구웠다면 여기가 차이나 타운인가 할 정도로 중국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중국 샤토인 Changyu는 직접 부스를 설치해서 와인을 홍보하기도 했고요. 다른 비즈니스도 같은 상황이겠지만, 와인 시장 또한 중국인들에 의해 많은 변화가 있을 듯 합니다.
THE SCENT
캐나다에서 양조학을 전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학교와 학과정 그리고 와이너리에서의 경험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캐나다에서 양조학을 전공하신 계기는 무엇입니까?
정민영
우스갯소리로 외국 생활은 공항에 누가 마중을 나오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외국 생활이 결정된다고 하더라고요.
편의점 하시는 분이 공항 마중을 나오면 나중에 편의점을 할 가능성이 높고,
주방 일을 하시는 분이 공항에 마중 나오신다면 식당할 확률이 높고요, 여행사 하시는 분이 나오시면 가이드 일을 하시게 된다든지…… 뭐 이런 연관성 있는 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제 경우에는 공항에 마중 나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지만, 제 옆집에 살고 있던 ‘마이크’라는 친구 때문에 와인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살았을 당시에는 와인은 드라마에서 노주현씨가 벽난로 앞, 안락 의자에 앉아서 마시는 무지하게 비싼 술이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옆집 사는 ‘마이크’와 수다를 떠는데 그 친구가 저에게 “여기 나이아가라 폭포 지역이 캐나다 최대의 와인산지야.” 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는 주말에 그 친구가 알려준 곳으로 가족들과 나들이 갔었습니다.
와이너리 한 곳 한 곳을 방문하면서 ‘야, 요것봐라! 술도 공짜로 마실 수 있을것 같고 일자리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맹랑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와인을 어떻게 하면 알수 있을까?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그런데 마침 제가 살고 있던 캐나다 나이아가라 지역에서 양조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두 곳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한 곳이 Niagara College의 포도 재배 및 양조학과 였습니다.
우선 입학원서와 입학 동기서를 써서 교수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교수님은 독일 분이셨습니다. 교수님과의 인터뷰에서 와인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많은 부분을 설득시켰습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만 해도 동양인 학생은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동양인이면 어떻고, 안 동양인이면 어떻겠습니까? 열심히 배우면 되지요. 그리고 학교에서 입학허가 통지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고생(?)은 시작이 되었습니다(웃음). 저는 와인이라고 해서 많이 마시면 되는 줄 알았는데, 화학, 미생물학, 토양학 등등 영어도 어려운데 상형문자를 칠판에 막 써대더라고요.
겨울이면 가지치기하러 가야 학점을 주고…… 너무 추워서 포도밭에서 얼어 죽는 줄 알았어요(웃음).
그러다가 마지막 한 학기를 남겨 두고 와이너리에 이력서를 들고 쫓아다녔죠. 그 중에 한 곳이 아이스와인으로 유명한 이니스킬린(Inniskillin) 와이너리였습니다. 매니저에게 연락을 받고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이것이 1차 면접이었던 거죠. 그리고 며칠 후에 연락이 왔습니다. 또 다른 면접이 있다고. 이것이 2차 면접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연락이 왔습니다. 맨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것이 3차 면접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한 통의 전화가 오더라고요. “We can give you work.”라는 멘트가 전화기에서 들려왔습니다. 정말로 기쁘더라고요.
소파에다 머리를 처박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니스킬린 와이너리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저로서는 명예로운 일이었습니다.
THE SCENT
이니스킬린 와이너리에서 얼마나 계시면서 무슨 일을 하셨나요?
정민영
제가 이니스킬린에서 녹을 먹고 살았던 기간은 5년 정도입니다. 처음 입사했을 당시에는 와인 메이킹 어시스턴트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웠던 양조와는 많은 부분이 달랐습니다. 학교에서는 주로 클래스 메이트들과 실습 같은 양조를 했지만, 와이너리 현장에서는 바로 상품과 연결되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었죠.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2006년쯤에 이니스킬린이 Constellation이라는 미국의 큰 와인회사에 매각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니스틸린 와이너리 내부에도 많은 조직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때 저의 자리도 와인 메이킹 어시스턴트에서 아시아 담당 파트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니스킬린 와이너리는 저에게 와인에 대한 많은 것을 가르쳐준 교과서 같은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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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중국으로 이사하셔서 몇 년 거주하셨는데 무엇을 하셨는지요? 왜 양조학을 전공한 후에 귀국하거나 캐나다에서 일을 계속 하시지 않고 중국으로 가시게 되었는지요?
정민영
중국으로 가게된 이유는 어머님과 관련된 개인 가정사가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답변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THE SCENT_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데 왜 중국에서 보르도에 가시게 되었는지요?
정민영
중국에서 4년을 살다 보니 아이들이 사춘기를 맞더라고요. 아이들을 계속 중국에서 살게 하는 것은 아이들한테도 힘이 들고 미래가 밝아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중국을 떠나려고 했고, 이동하기 전에 우리 가족이 생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을 찾아서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했거든요.
보르도를 선택한 이유도 제가 가지고있는 경력이라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건방진 예상이 있었거든요(웃음). 물론 그 예상은 아주 멋지게 빗나갔지만요.
유럽은 외국인이 취업(정규직)을 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행히 와이프가 이곳에서 정규 워킹 퍼밋을 받아서 가족들이 와이프 그늘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웃음).
THE SCENT
블로그나 페이스북을 통해서 글을 쓰시는 것을 보았는데 남다른 유머감각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본인의 성격과 관련하여 이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주시지요.
정민영
유머감각이 있다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배 나온 사람한테 ‘배 많이 나왔네’ 하는 것보다 ‘가슴이 많이 들어갔네’라고 말하는 것처럼 어떻게 갖다 붙이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제 성격이요? 남자 천사가 있다면 저와 똑같은 성격 아닐까요?(웃음). 제 블로그 홍보를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보르도 대감 와인 한사발” 검색하시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THE SCENT
앞으로의 꿈은요? 혹시 언젠가 보르도의 샤토를 인수해서 직접 와인을 생산하고 싶으신가요?
정민영
앞으로의 꿈은 잠을 자봐야 알겠습니다(웃음). 제 희망은 2002곳의 샤토를 방문해서 이야기를 찾는 겁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나오지 않는 와인 이야기’ 같은 책을 한 편 발간하고 싶고요.
또 다른 하나는 지금 배우고 있는 첼로를 열심히 해서 샤토를 방문할 때 마다 샤토의 캬브에서 직원들에게 두 곡 정도 들려주고 와인 한 잔 얻어 먹는 게 희망사항입니다.
THE SCENT
최근 ‘프랑스 와인의 진실’이라는 방송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민영
이번 방송이 한국 와인업계에 계신 분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라는것을 멀리있는 저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에서 유튜브에 올려져 있는 2편의 영상만으로 저의 의견을 말씀드리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이곳 보르도에 살고 있는 저로서는 프랑스 민간 방송사의 취재에 많은 부분에 대해서 공감할 수 없는 녹슨 가위질(짜집기) 같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시작은 지롱드 강 하류 살충제 살포 장면을 보여주고, 성분 분석한 와인들은 대부분이 ‘아펠라씨옹’이 없는 지역의 저가 와인들,
게다가 문제가 되고 있는 ‘카벤다짐’의 부분에서는 살충제를 사러 프랑스 농부들이 왕복600~800km를 운전해서 스페인까지 가서 사오는 것처럼 보도가 된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다시 말하면 프랑스에서는 판매금지가 잘 지켜지고 있기 때문에 구입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제가 지금까지 다니면서 경험한 프랑스 와인 생산자들은 농약은 포기할 수 있지만, 그들의 와인에 대한 열정과 철학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THE SCENT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웹진 <더 센트>의 독자에게 많은 웃음과 유익한 정보를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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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투어 ‘정민영’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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