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손현주’님

2021.05.01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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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PEOPLE>




THE SCENT
우선 7월 10일 두산갤러리에서 시작되는 ‘손현주_안면도 오디세이(Odyssey in Anmyeondo)’ 특별전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작가님의 화려한 캐리어에 정점을 찍으면서 새로운 도약을 하시게 되는 아주 의미 있는 전시회라고 생각합니다. 소감 한 말씀 해주시지요.

손현주
우선 이 전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길을 터 주신 두산 및 평론가선생님 등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 번 전시작품은 제가 6년 전 섬으로 귀향, 2010년과 2014년 안면도 해안가를 따라 일주하며 찍은 작품들입니다.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섬에 가지고 있는 애착이 다큐로 보이기도 하고, 다시 그 작품을 내 안의 예술적 광기로 재인식하여 끄집어 냈을 때는 현대사진 범주로 접근한 독특한 물성들이 선보여집니다. 
류병학 평론가께서는 ‘제3의 사진’이라는 명칭을 부여했습니다. 철저하게 나를 드러내지 않고는, 바닥부터 끄집어 내지 않고는 작품이 될 수 없다는 기본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 것은 제 기억의 저점인 유년시절까지 내려갑니다. 내 안에서 머물던, 풀지 못하고 매듭으로 남아있던 이미지작업에 대한 갈구가 섬에 귀착, 사진작업을 하게 된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찌보면 이번 사진전은 그 꼬투리가 끌려 나온 것입니다.

역동적으로 살아 온 만큼 다양한 타이틀이 있지만 이번 전시는 사진작가로 완벽하게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날마다 좋은 에너지가 넘쳤어요. 
그것은 제가 얼마나 이 일을 하고 싶었고, 신이 났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겠죠. 벅찹니다. 바닥까지 두레박을 내려 보내 심연 속 울림을 끌어 올리는 예술작업들. 
요즘 제 심리는 이런 것입니다. 어느 영화에선가 그런말이 있었죠. “가장 좋아하는 일을 떠올려봐. 그러면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THE SCENT
안면도는 작가님의 고향이면서 고향을 떠난 지 30년 만에 다시 돌아와 거주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안면도 해안을 따라 일주하면서 겪은 온갖 모험담을 담은 사진들을 소개합니다. 
이제 안면도는 작가님에게 고향, 거주지 이외에 어떠한 의미를 갖게 되었나요?

손현주
어릴 적에 섬은 꿈 많은 소녀에게 탈출해야 하는 감옥처럼 느껴졌어요. 외부로부터의 고립성, 공간의 협소성, 그리고 자연생태 등 독특한 환경은 인간이 활동하기에 취약한 부분을 모두 갖췄지요. 
영화 하나 보려면 육지로 올라가야 했으니 문화적 소외감은 컸어요. 그래서 늘 탈출을 꿈꿨고, 열 아홉 겨울 전 대학을 진학하면서 섬을 떠납니다. 당시는 다시는 이 섬으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서울에서 공부를 하고, 신문사에 입사하여 20년간 근무하면서, 그렇게 찾고 싶던 제 꿈을 찾아 무던히도 떠돌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인생의 임계점이 찾아왔어요. ‘서울이라는 사람의 섬’은 내면을 채우주지 못했고, 끊임없이 소모하게 했죠.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렸던 지라 제 안에서 꿈틀거리는 이미지 작업에 대한 파동이 늘 솟구쳤는데, 어느 순간 그 꿈의 탯자리로 돌아가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거에요. 
과감히 사표 내고 나를 찾아 오십무렵 섬으로 숨어들었습니다. 섬의 고립된 환경이 싫어서 꿈을 향해 탈출했는데, 바로 고립된 환경이 글이든 사진이든 작가들 인생의 한 시기를 섬에 머물게 하는 것이잖아요. 
스스로를 가둬놓고 내면의 근원을 끌어 올리는 창작기반을 도모하는 일, 섬에서 가능할 것 같았어요. 

무의식적으로 갈구하던, 뭔가 소진된 에너지를 채우고 표현하는 일들을 할 곳인 것이죠. 소진 상태에서 내면과 근원을 가장 잘 끌어올릴 수 있는 곳이 나를 키워준 섬 안면도일테니까요.
내 조상들이 묻혀있고 내가 태어났고 묻힐 곳이죠. 이후에는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섬이고요. 그간 전 서울이라는 ‘시멘트 섬’에 살면서 진정 ‘모래 섬’으로 돌아오기를 갈구하며 온갖 핑계를 찾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Ithaka)를 찾아 온갖 모험을 하며 귀향을 하게 되듯이 저 또한 귀향을 하게 되는데, 그 것은 정착이 아니라 다시 꿈을 찾아 떠도는(섬을 일주하는) 여정의 시작점인 것입니다.

THE SCENT
이번 사진전뿐만 아니라 안면도의 식자재와 음식을 소개하는 글을 통해서 마치 안면도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계신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여행객이 아름다운 경치에 관심을 갖는 것과 상업적인 의도가 배경에 깔린 맛집 소개와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고 계십니다. 
사진작가이며 음식칼럼니스트로서의 손현주가 만들어보고 싶은 안면도의 이미지는 무엇인지요?

손현주
섬이 저를 이만큼 키워줬어요. 어쩌면 저는 섬사람으로서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다시 귀향했으니 저를 키워준 섬에게 뭔가 보답을 해야죠. 
30년간 세상경험을 하며 제 몸속에 자리잡은 코드들을 끌어내 봤어요. 제 창작영역은 사진작업이지만, 섬을 위해 봉사하는 영역은 섬을 알리고 살리는 길일 것일 테니까요. 
안면도는 관광지에요. 관광의 핵심은 미식이죠. 건강한 음식이어야 해요. 그래서 태안에서 나오는 제철식 재료를 어떻게 세상에 알릴까 고민을 했어요.
우선 저에게는 세상을 향해 열린 눈과 15년간 와인 공부를 하고 글을 써오고 그 큰 줄기인 향토 음식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재능이 잠재되어 있어요. 
태안 안면도는 바다로 둘러싸여 사계절 해산물이 풍부하고, 대한민국 대표 향채료인 고추, 마늘, 생강 주산지이며 음식의 근간이 되는 소금이 생산되고, 1천300리 해안선을 따라 울울소나무숲을 갖췄어요. 
게다가 서울에서 2시간거리라는 지리적 이점을 지녔죠. 그렇다면 태안 안면도를 ‘대한민국의 키친’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섬에 대한 보답이죠.

귀향하여 2년간 전국을 돌아 2012년에 낸<계절밥상여행>은 그런 고민이 숨어있는 책이에요. 
태안은 풍광과 함께 식재료가 워낙 좋으니 특별히 요리를 개발하거나 서비스에 신경을 안써도 저절로 식당이 잘 되요. 온통 간장게장집이고 횟집이고 게국지집이에요. 
태안의 맛을 한 단계 높일 필요성이 절실했어요. 제철 태안 식재료를 이용하여 파인다이닝을 기획, 연출했어요. 서비스에서 식기류 하나 까지 완벽한 세팅을 했죠, 바로 이 섬에서. 
그리고 섬의 만찬을 널리 알렸어요. 그것이 벌써 4년째에요. 그러니 지금 지자체에서 열풍처럼 불고 있는 계절밥상이야기의 태동은 태안이에요. 그 역할을 해왔고, 섬의 식재료를 이용한 미식이야기는 계속 될 것입니다.

THE SCENT
사진작가로서의 데뷔는 2011년 정동갤러리에서 열린 그룹 전시회 <더 페이스(The Face)>였습니다. 그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사진작가 손현주는 어떻게 변해있나요?

손현주
지금 떠올려보면 그 굴이 호랑이 굴인지도 모르고 뛰어 들었죠. 막연하게 심상을 흔들던 단초와 섬에 대한 애정만으로 달려든 시기가 2011년이에요.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고 텀벙대며 정신 없이 미쳐가던 시절이죠. 어찌 보면 그 때가 더 열정적이었는지도 몰라요. 
섬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무엇을 끄집어 내야 할지, 날마다 흔들리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댔으니까요. 
큰 비가 올 때, 태풍이 섬을 강타할 때, 안개가 자오록할 때, 폭설에 갇혔을 때, 전 늘 카메라를 들고 섬 테두리 어디엔가 서 있었죠. 몸이 사진적 내성을 체득해 가던 시기라고 봐요. 

슬럼프도 왔었고, 그럴 땐 카메라를 놓고 책만 읽었죠. 조금씩 사진적 근육이 붙기 시작했어요. 사진에 답은 없다고 봐요.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다만 끊임없이 찾아가는 거에요. 낯설고 다시 낯설어질 때까지 말이죠. 사진근육이 붙어 조금은 강도가 세졌을지언정 제가 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어쩌면 인식하지 못할 만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지도 모르죠. 
어느 날 문득 진화된 내가 보일 수 있겠으나(지금도 물론 과거보다는 나아진 부분도 있으나) 여전히 전 폭풍우 속에 서 있습니다. 
그래야 발전하고요. 뭐랄까, 호랑이 굴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깊숙이 들어가니 사자 굴이더라고요, 하하.

THE SCENT
2011년 가을에 독일의 모젤와인협회 초청으로 모젤의 와이너리와 포도밭을 방문하고 사진을 찍으셨습니다. 
이 사진들의 일부는 다음 해 봄에 열린 전시회 <Mosel! Nature, Terroir, People>에서 전시되었습니다. 
경향신문에 근무하면서 해외의 와이너리 투어에 자주 초대되셨고 그 때도 사진을 많이 찍으셨겠지만
모젤에서 사진을 찍은 것은 사진작가로서의 데뷔 이후이고 또 전시도 되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가요?

손현주
당연히, 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전 기자생활 할 때의 제 역할은 사실 사진보다 와인전문가로서의 글에 더 치중한 취재였지요.
물론 사진을 외면하거나 등한시한 적은 없습니다. 
프랑스, 미국 등 와이너리 투어를 가면 새벽에 일어나 포도밭을 기웃거리고 한 장이라도 더 잡아내려고 흙먼지 풀풀 이는 밭고랑에서 애쓰던 것이 제 모습이었어요.
그러나 모젤 와이너리 투어는 취재기자가 아니라 사진작가로 간 것이지요. 저에게는 획기적인 전환인 셈입니다. 사진작가로서 포도밭을 취재하는 것이었으니까요.

당시에 현장사진을 찍으면서도 테마로 농부들의 손을 집중적으로 찍어 한 액자에 넣은 세로 2m 10cm 크기의 작품을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전시 후 그 작품은 한 카페로 들어갔는데, 액자가 문 사이즈보다 커서 결국 벽을 부스고 들어갔답니다. 다시는 그 카페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진이 된 것이죠.
에피소드도 많고, 종종 아름답던 그 모젤의 가을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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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ENT
모젤을 주제로 한 사진 이외에도 와인과 연관된 사진작품을 만드셨고 또 전시도 계속 하셨습니다. 
와인을 주제로 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작가님께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나요? 
경향신문에서 2003년에 매주 1회 와인 고정칼럼을 쓰셨고, 2009년에는 <와인 그리고 쉼>이라는 책도 발행한 작가님에게는 와인이라는 사진작품의 주제가 상당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짐작합니다.

손현주
전 ‘오십은 사진 찍기 참 좋은 나이’라고 말합니다. 그 말 저변에는 오십 년 살아 온 희로애락이 사진 속에 배어 나온다는 말입니다. 
관록과 인문학적 사유와 아픔과 고뇌와 삶의 희열까지 스무 살이 겪을 수 없는 인고가 깃들어 있어요. 무엇인가를 오랫동안 바라보고 탐구하며 끌어 낸 사진은 우리의 시선을 오랫동안 머물게 하잖아요. 
눈으로가 아니라 마음으로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듯 와인과 오랫동안 사귄 사람의 사진은 맛이 읽히고 이야기가 보입니다.
그 한 병의 와인 속에 담기 농부의 땀을 알고, 자연 속에 서 있었던 포도나무의 사계절을 알며, 수백 년 이어 온 가문의 스토리를 아는데 어찌 사진이 가벼울 수 있겠습니까.

제가 와인을 시작한 것은 2000년도에요. 딱 15년 되었군요. 양이나 종류에서 제 몸이 체득한 와인은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거에요. 
그 때부터 찍어온 사진과 글이 엮어져 와인에세이 <와인 그리고 쉼>이 나왔어요. 이후로도 와인과 관련된 사진은 꾸준히 찍어왔습니다.
와인은 특별한 술이 아니라 제 일상이에요. 아마 제가 섬 안면도로 내려오지 않았고, 숙명적으로 사진작가가 될 것이었다면, 제겐 타이틀이 아나 더 붙었을지도 몰라요.
‘와인을 전문적으로 쓰는 기자 국내 1호’와 ‘와인을 전문적으로 찍는 국내 작가 1호’. 제 일상의 음료이니 꾸준히 작업은 하지만 그쪽으로 기울지 않는 것은 전 지금 안면도에서 살기 때문입니다.
시골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와인을 전문영역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전 제 안에서 끓어오르는 과거의 콩물을 퍼 내야 하는 숙명을 지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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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ENT
앞으로 와인과 연관된 사진을 찍으신다면 어떠한 면을 특히 관심 있게 표현하고 싶으신지요?

손현주
예술가들은 특정한 곳에 머물지 못하는 중병을 늘 앓습니다. 
탈출을 꿈꾸죠. 대개 특정 도시에서 수개월에서 수년을 머물며 작업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예술의 싹을 틔우며, 새 사조가 나옵니다.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 경우가 흔하죠. 섬에서 머물고 섬 작업을 할 것이나 스스로 탈출하는 시기가 있을 거에요. 
그 때는 아마 유럽의 어느 포도밭 밭고랑에 앉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고 호젓한 마을로 숨어들어, 농부보다 더 일찍 일어나 새벽안개를 맞고 있을 거에요. 
동네 할아버지들과 카페에서 1유로짜리 와인 한 잔에 행복해하고, 와인이 사람을 닮듯이 와인 같은 사람을 담아낼 거에요. 생각만해도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THE SCENT
마르틴 루터는 “와인, 여자 그리고 노래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평생 바보로 남는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작가님이 앞으로(도) 가장 사랑하게 될 것은 가족과 친구를 제외하면 사진, 음식, 와인인가요?

손현주
어떻게 더 진화할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것 같습니다. 음식이라는 카테고리 속에 일상의 마약 와인이 있겠고, 여전히 제 창작영역으로서의 사진이 있을 것입니다.
하나 더 꼽으라면 명상으로서의 자연을 말하고 싶습니다. 자꾸 관찰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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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손현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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