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 이정훈 소믈리에님
<INTERVIEW PEOPLE>
THE SCENT_
한국인 최초로 국제소믈리에협회(A.S.I.: Association de la Sommellerie Internationale)가 부여하는 A.S.I. 소믈리에 디플로마(Diplôme de Sommelier A.S.I.)를 취득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2013년에는 (사)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주관하는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금상을, 작년에는 최근 3년간 이 대회에서 입상한 소믈리에들만 참가할 수 있는 왕중왕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셨고,
금년 4월에는 마침내 국제적인 영광까지 차지하셨는데, A.S.I. 소믈리에 디플로마에 도전하신 계기와 준비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정훈_
3년 전 국제소믈리에협회(A.S.I.)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A.S.I. 소믈리에 디플로마를 알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그냥 인지하는데 그쳤습니다.
이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시험(International A.S.I. Exam)을 통과할 경우 국제소믈리에협회의 Serial Number가 매겨지는 명예로운 국제 타이틀을 획득하게 되기 때문에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A.S.I. 소믈리에 디플로마만을 위해서 따로 준비한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다만 와인 애호가이면서 와인 분야에서 직업적인 활동을 한 것이 벌써 15년 되었으며, 소믈리에로서 지난 10년간 17회에 걸쳐서 각종 소믈리에 대회에 도전하였습니다.
또한 영국의 CMS(Court of Master Sommelier)가 인정하는 소믈리에 과정을 통과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구세계 와인에 대해 많은 이해 및 지식을 쌓아온 것 같습니다.
작년 대전에서 열린 ‘Asia Wine Buyers Conference’에서 요즈음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와인산지이지만 국내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몰도바, 조지아, 루마니아 등 동유럽의 와인을 접한 경험이 행운처럼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작년 중국의 연태 지방 와이너리 투어를 통해 중국 와인을 이해하게 된 것과 이후 아시아 각국의 소믈리에들과 음식문화에 대해서 토론한 것도 도움이 되는 등
여러 해 동안의 경험 하나하나가 차곡차곡 쌓아져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습니다.
유럽커피연합회(SCAE: Speciality Coffee Association of Europe)의 바리스타 과정과, 국내의 워터 소믈리에, 티(tea) 소믈리에 과정을 밟은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금년에 A.S.I. 소믈리에 디플로마에 처음 도전하였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고 도전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각종 소믈리에 대회에 참가하면서 도전은 어느덧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호기심도 분명히 있었고요.
언젠가는 A.S.I. 소믈리에 디플로마를 취득하고 싶은 목표를 가졌는데 이번에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와서 많이 기쁩니다. 그러나 책임감도 느낍니다.
THE SCENT_
금년에는 9개국에서 52명이 도전하여 22명이 A.S.I. 소믈리에 디플로마를 취득하였다고 합니다. 이 디플로마를 취득하기 위한 시험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지요.
이정훈_
이 시험에 참가하기 위한 조건과 시험의 내용에 대해서는 ‘International A.S.I. Sommelier Diploma Rules’라는 규정이 정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 와인 바, 와인 샵, 와인의 유통분야, 기타 전문적인 수준으로 와인을 서빙하고 추천하는 분야에서 최소 4년 이상 활동한 경력을 가진 소믈리에만 이 시험을 치를 수 있습니다.
시험은 1년에 한 번 실시되는데 국제소믈리에협회의 공식언어인 불어, 영어, 스페인어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시험은 두 단계에 걸쳐서 실시됩니다. 1차 시험은 필기시험입니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와인산지, 맥주, 증류주와 기타의 음료, 포도품종, 양조, 소믈리에 직업과 연관된 시험(총 90분), 블라인드 테이스팅한 2종의 와인에 대한 서술(20분),
2개의 전통주 및 3개의 증류주/리쿼/주정강화와인 알아 맞히기(10분), 음료 및 소믈리에 관련 주어진 주제에 대한 에세이 작성(30분). 이와 같이 4분야에 대한 필기시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차 시험은 구두시험과 실습으로 구성되는데 주어진 상황에 적합한 와인을 선택하고 이러한 선택을 한 것에 대한 설명(4분),
디캔팅과 서빙(7분), 주어진 음식과 와인의 매칭에 대한 설명(7분)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한 실무적인 능력을 테스트합니다.
THE SCENT_
작년 7월과 금년 2월에 국제 와인품평회인 ‘베를린와인트로피’에 심사위원으로 초대되었고,
작년 여름에 홍콩에서 처음 열린 ‘Asia Champion Sommelier & Asia Independent Wine Critics Wine & Spirits Award’에 심사위원으로 초대받은 경력이 있는데 이러한 국제행사의 참여가 이번 영광에 도움이 되었나요?
이정훈_
와인을 처음 배우고 소믈리에를 꿈꿀 때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 와인품평회 소식을 기사로 접하면서 “나도 저런 자리에 언젠가 참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뜬구름 잡네.”라고 혼자 말하며 피식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믈리에도 아닌 신입사원이 꿈꾸기에는 너무 황당한 상상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시간이 흘러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은 정말 짜릿했습니다.
‘베를린와인트로피’는 세계 5대 와인품평회 중 하나인 세계적인 와인품평회입니다.
와인의 현재 상태를 평가하여 소비자가 신뢰하고 구매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소비자 중심이 특징인 품평회로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도를 얻는 와인품평회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세계 와인업계의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양조가, 평론가, 바이어, 소믈리에, 강사 등)의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의미 있는 행사이며,
단순히 와인에 점수를 매겨 입상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와인에 대한 토론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셀러 마스터는 테이스팅 하면서 양조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을 지적하며 와인의 품질을 평가하고, 평론가는 출품된 와인으로 세계 시장의 흐름을 토론하며,
각국의 바이어들은 자국의 시장친화적인 의견을 제시하며, 각국의 소믈리에들은 생소한 토착품종을 자세히 설명하는 등 서로의 정보 및 의견을 교환하는 마당입니다.
게다가 유럽에서조차도 자주 접할 수 없는 토착품종으로 만든 와인들을 많이 접할 수 있기 때문에 2회에 걸친 심사활동을 하면서
출품된 와인 리스트의 포도품종을 검색하고 숙지해 두는 등의 습관이 이번 결과에 좋은 밑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홍콩에서 열린 ‘Asia Champion Sommelier & Asia Independent Wine Critics Wine & Spirits Award’ 에서는 마스터 소믈리에(MS)가 각 심사위원 그룹의 리더로 참석하며
아시아 각국의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소믈리에와 와인평론가들이 각 그룹의 패널로 참석하고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두고 수상와인을 선정하는 아시아 마켓 중심의 와인품평회입니다.
20점 만점의 다소 생소한 채점방식이 채택되고 아시아 각국의 음식문화에 대한 토론이 폭 넓게 이루어진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소믈리에들과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배울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이었고 와인과 음식의 매칭 관련하여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온 소믈리에들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들었던 것이 시야를 넓혀준 것 같습니다.
사석에서 선, 후배님들과 편하게 얘기할 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세계를 만나면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를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베를린과 홍콩에서의 경험을 통해 더욱더 낮은 자세로 정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THE SCENT_
다음에 도전하게 될 타이틀이나 자격증은?
이정훈_
2016년에 아르헨티나에서 열릴 예정인 제 15회 ‘Contest of the Best Sommelier of the World’의 한국대표 선발 경기대회가 8월에 서울에서 개최됩니다.
이 경기대회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11월에는 홍콩에서 제 3회 ‘Contest of the Best Sommelier of Asia & Oceania’가 개최되는데 작년에 이 경기대회에 참가하는 자격을 획득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습니다. 이 두 개의 경기대회는 모두 국제소믈리에협회(A.S.I.)가 주관합니다.
특히 아시아 & 오세아니아 대회의 경우 1회 대회에서는 일본, 2회 대회에서는 호주의 무대였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무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일본이 와인과 더불어 미식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신야 타사키(Shinya Tasaki)가 국제소믈리에협회에서 주관한 세계 소믈리에대회 경기에서 1995년에 우승한 것이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당시만해도 생선회를 많이 먹는 일본의 음식문화는 미식으로 크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대회 수상 이후 일본에서는 와인붐이 일어났고 일식과 와인의 마리아주는 일본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갔습니다.
더불어 와인 평가방식을 도입해 사케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여 현재 사케는 일식과 함께 미식의 중요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국제적인 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국제적으로 한국의 음식문화와 와인의 매칭은 물론 우리의 전통주를 세계적으로 알리고 한식을 세계화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스터 소믈리에들이 한식과 와인을 추천하는 것도 좋지만 국제적인 인지도를 갖게 된 한국의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한식과 와인의 제안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합니다.
자격증은 자신을 갈고 닦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각종 세미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세분화된 분야까지 가능한 많은 참여와 도전을 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A.S.I. 소믈리에 디플로마와 함께 도전 중이었던 영국의 CMS에서 주는 자격증인 마스터 소믈리에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A.S.I. 소믈리에 디플로마와 다른 점도 있으며 제 인생의 목표인 장인(匠人) 소믈리에가 되기 위한 좋은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THE SCENT_
A.S.I. 소믈리에 디플로마에 앞으로 더 많은 국내의 소믈리에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여기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다른 소믈리에들에게 어떠한 조언을 해주시고 싶으신가요?
이정훈_
제가 가지고 있는 타이틀 중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타이틀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대회에 도전한 소믈리에’라는 타이틀입니다.
지난 10년간 17개의 대회에서 4차례의 예선 탈락, 6차례의 준결선 탈락, 7차례의 결선 참가 중 장려상 3회, 4위 1회, 준우승 2회, 우승 1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탈락은 실패라고, 1등 이외에는 똑같다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대회 하나하나마다 개인적으로 많은 교훈을 얻어왔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주기적으로 대회나 시험에 참가하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새로운 길을 떠날 때는 항상 설렘과 불안이 함께 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시작하면 두려움이나 불안감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금새 깨닫게 됩니다.
소믈리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도전을 즐기는 기쁨을 함께했으면 합니다. 거기에 소믈리에 경기대회와 디플로마라는 도전도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많은 우수한 소믈리에들이 A.S.I. 소믈리에 디플로마를 획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저 자신도 더욱 정진하여 우리나라 소믈리에들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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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 이정훈 소믈리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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