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 페리뇽이 태어난 마을에서 한국인 혈통의 와이너리를 직접 체험하다

 

무더운 여름 파리에서 샹파뉴를 향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샹파뉴는 프랑스의 수도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 파리에서 가장 가까운 유명한 와인 산지다. 그래서 와인에 관심이 있는 파리 여행객들은 한 번쯤 시간 내어 와인 투어를 다녀 올 수 있는 여행지다.

 

샹파뉴 오빌레르(Hautvillers)는 돔 페리뇽 수도사가 태어난 마을로 유명하다. 한국인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이 마을에 한국인 혈통이 운영 중인 와이너리라니… 방문하기 전부터 설렜다.

 

<오빌레르 마을이 보이는 포도밭>

 

<오빌레르 마을>

 

 

Champagne Joseph Desruets!

이 곳이 바로 한국인 혈통의 형제가 운영하는 와이너리다. 1888년에 설립된 이 샴페인 하우스에서 5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형제는 어렸을 때 데뤼에(Desruets) 부부에게 입양되어 현재 Joseph Desruets 와이너리를 경영하고 있다. 조셉 데뤼에 하우스 문 위에 보면 압착기 모형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오빌레르 마을의 집집마다 각각의 다른 모형이 부착되어 있는데 이 것은 그 집이 상징되는 모형을 문 위에 달아 놓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셉 데뤼에 양조장을 상징하고 있는 압착기!>

 

 

하우스 문 위에 있는 모형의 압착기 이외에 실제로 조셉 데뤼에에 있는 압착기는 샹파뉴 지역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현재도 원목으로 된 프레스 머신을 이용해 전통 방식으로 압착하여 샴페인을 만들고 있었다. 와인 메이킹에 있어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느껴졌다.

 

조셉 데뤼에를 방문한 우리 일행은 아주 재미있는 체험을 했다. 보통 와이너리 투어를 하면 까브와 포도밭을 둘러보는 것에 그쳤는데, 이 곳에서는 샴페인 양조 과정에서 중요한 데고르주망과 도자쥬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데고르주망은 뵈브 클리코(Veuve Cliquot)가 발견한 ‘푸피트르(Pupitre)’ 나무 선반을 조금씩 기울여 병 입구 쪽에 찌꺼기를 고이게 한 후 병 목 부분의 찌꺼기를 제거하여 투명한 빛깔의 샴페인을 만들게 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손실된 와인만큼 다시 새로운 와인을 넣어 주면서 샴페인의 스타일을 결정하는 과정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도자쥬(Dosage) 과정이다. 이때 채워지는 당분 함량에 따라 Extra Brut(0-6g/l) – Brut(0-15g/l) – Extra Sec(12-20g/l), Sec(17-35g/l), Demi Sec(33-50g/l), Doux(50+g/l) 스타일로 나뉜다.

 

데고르주망과 도자쥬, 코르킹, 라벨링까지 마치면 그 와인은 나만의 조셉 데뤼에 와인으로 탄생한다. 와인을 배워가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런 경험은 굉장히 소중했다. 앞으로 몇 개월 뒤 내가 만든 와인이 어떤 스타일로 탄생할지 궁금해하며 조셉 데뤼에 와인을 테이스팅 했다. 잔에 따라진 양만큼 섬세한 기포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돔 페리뇽 수도사가 했던 말처럼 나는 지금 별을 맛보고 있었다. 입 안 전체를 묵직하게 감싸주는 기포들... 상큼한 산도와 함께 이스트 향, 프루티한 아로마가 굉장히 오랫동안 입안에 머물렀다. 벌써부터 내 손으로 만들어진 조셉 데뤼에 와인이 기대된다.

 

이 글을 보는 현재 오빌레르(Hautvillers) 마을에 왔거나 앞으로 가고자 하는 계획이 있다면 돔 페리뇽 수도사가 잠들어 있는 성당도 빼놓지 말고 꼭 가보자! 그리고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조셉 데뤼에 와인이 궁금하다면 한국계 두 형제 중 토마 김(Thomas Kim)이 경리단길에서 와인바 아라띠엔(A la tienne)을 운영하고 있으니 그 곳에서 조셉 데루에 샴페인의 별을 맛보아도 좋을 것이다.

 

 

 

<참고>

아라띠엔(A la Tienne)

주소 :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251-49

연락처 : 02-3785-1095

영업시간 : 새벽 4시까지. 일요일 휴무

사이트 : https://www.facebook.com/Alatiennebar?fref=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