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와인에 미친 보리스 노박(Boris Novak)을 만나다
오렌지 와인에 미친 보리스 노박(Boris Novak)을 만나다
여러 해 전에 슬로베니아에서 몇 명이 모여 올리브 오일 테이스팅을 했다. 이 테이스팅이 끝난 후 훌륭한 오렌지 와인을 시음했다고 한다. Orange Wine Festival의 탄생이 씨를 뿌린 순간이다.
슬로베니아의 아드리아 해 연안에 있는 낭만적인 어촌 이졸라(Izola)에서 2012년에 처음으로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이 열렸다. 약 30여명의 오렌지 와인 생산자가 참가한 작은 규모의 행사였다. 같은 해 가을에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서도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이 열렸다. 그 후 이졸라에서는 매년 4월 마지막 금요일에, 비엔나에서는 가을에 해마다 날짜가 변경되며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이 열린다. 올리브 오일 테이스팅 후 이 행사를 처음 탄생시킨 주인공은 이졸라에 있는 자로(Zaro) 와이너리의 오너인 브루노 자로(Bruno Zaro), 지역 신문의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인 사쇼 드라비네츠(Sašo Dravinec), 도마치아 노박(Domačija Novak)이라는 레스토랑과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보리스 노박(Boris Novak), 이렇게 세 명이다.
슬로베니아의 와인 마케팅 전문가인 다비드 브라토쉬(David Bratoz)가 주축이 되어 국내의 와인 바이어를 슬로베니아로 초대한 이달의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한 기회에 보리스 노박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눴다. 그는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에서 Portfolio Manager의 역할을 한다. 오렌지 와인과 오렌지 와인 생산자들을 선정하는 것이 그의 업무이다. 평소에는 레스토랑과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는 것 이외에 목공예 사업을 한다. 레스토랑에서는 고용된 요리사 이외에 보리스 노박의 부인이 직접 요리를 하는데 그녀는 25 Best cooks in Slovenia에 선정되기도 했다. 레스토랑은 사전 예약에 의해서만 운영된다고 한다. 빵도 직접 굽는데 효모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게스트 하우스는 10개의 룸을 가지고 있고 부근에 7~8명이 숙박할 수 있는 Apartment도 소유하고 있다.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오렌지 와인을 마시며 필자와 대화를 나누는 보리스 노박>
보리스 노박이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에 관여하고 있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며 오렌지 와인에 대한 열정(passion)과 오렌지 와인이 주는 기쁨(joy) 때문이다. 12ha 규모의 대지도 소유하고 있는 그가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을 통해 수익을 추구할 이유가 없다. 그의 열정은 오렌지 와인이 Natural way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금년 겨울에는 호주에서의 오렌지 와인 생산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 달 동안 호주에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오렌지 와인의 생산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사실에 기뻐한다. 다만 보통의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지 않고 오렌지 와인만 생산하는 와인생산자의 숫자가 세계적으로 약 30명이라고 한다.
보리스 노박은 자신의 셀러에 약 4,000병의 오렌지 와인을 수집하고 있다. 세계 최고나 최대의 오렌지 와인 수집가라는 타이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친구들이나 그를 찾아오는 손님들과 같이 마시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판매가 목적이 아니다. 그가 수집한 것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은 1997년 빈티지이다. 오렌지 와인이 저장된 셀러에는 유명한 생산자들의 사진이 많이 걸려있다. 우리 일행을 위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오렌지 와인 중의 하나인 Radikon 2004 빈티지를 즉석에서 오픈한다. 뛰어난 밸런스를 가진 이 와인을 맛보는 순간 우리 모두는 오렌지 와인의 팬이 되었다. 계속 다른 오렌지 와인을 오픈하려는 그를 피해 숙소로 돌아갔다. 아침에 일어난지 48시간 만에 다시 잠자리에 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렌지 와인이 저장된 셀러에서>
현재 이졸라에서 열리는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의 규모는 어떤 면에서 그리 크지 않다. 100개 이하의 생산자들이 참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규모를 늘리는 것에 관심이 없다. 수백 명의 생산자가 참가를 희망하고 있지만 행사장의 공간적인 여건이 뒷받침되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규모의 확대보다는 작은 규모로 지속적인 발전을 하고 싶어한다. 전세계에서 오렌지 와인의 팬들이 이 페스티벌을 방문하는 것에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또한 조만간 서울에서 오렌지 와인 페스티벌이 개최될 것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오렌지 와인에 미친 보리스 노박은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남자였다. 내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지는 그의 뒷모습에서 열정이 주는 삶의 기쁨을 배운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Asia Ambassador for Slovenian autochthonous grapes
University Lecturer (Kyung Hee University, Catholic University of Pusan)
Asia Director of Asia Wine Tr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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