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소믈리에] 달빛 아래 피어나는 술 문화, 인천 옹근달양조장 이야기
달빛 아래 피어나는 술 문화, 인천 옹근달양조장 이야기
인천 만수동 구도심 한복판, 오래된 골목 끝자락에 자리한 옹근달양조장. 그 이름처럼 ‘완전한 달’을 닮은 술을 빚는 곳이다. 단순히 술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전통주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교육과 품평회, 지역 커뮤니티 활동까지 활발히 펼치는 이곳은, 도시 속에서 전통 문화를 지키려는 뜨거운 마음을 품고 있다.
술과 첫사랑처럼 만난 옹근달 주모
생애 첫 청주 한 잔이 시작이었다. 옹근달양조장의 주모님은 십여 년 전 처음 맛본 ‘2년 숙성 청주’에 매혹되며 전통주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그 깊고 풍부한 맛에 감탄했다. 하지만 우리 술을 배우면 배울수록,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전통주를 얼마나 모르는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술을 너무 모른다는 것, 그 사실이 기형적이고 억울했어요.” 라는 주모님의 고백은 깊은 울림을 준다. 그때부터였다. 매일 술을 빚고, 술자리에 직접 만든 술을 들고 다니며 전통주를 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7년, 숱한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옹근달양조장을 열게 된다.
‘누구의 술’이 아닌, ‘나의 술’을 빚다
옹근달양조장의 술은 ‘누구의 술’이 아니라, ‘나의 술’이다. 옹근달양조장의 술은 오양주법(다섯 번 덧술을 하는 방식)으로 빚는다. 멥쌀을 주재료로 한 드라이한 맛, 깔끔한 단맛이 스치는 듯한 그 맛은 흔한 막걸리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대중도 이제는 좀 더 복합적이고 섬세하며, 우리술의 깊은 맛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담았다.
이를 위해 오양주법을 선택하고, 누룩 발효부터 직접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누룩을 완성하고 법제를 갖추기까지 꼬박 3개월. 수많은 실패와 시도 끝에, 2021년 드디어 옹근달 본막걸리 첫 배치를 세상에 선보였다. 주모님의 오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전통주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결과물이었다.
술을 통해 사람을 잇다, 옹근달의 커뮤니티
2022년 초부터 옹근달 주모는 지역 사회 각 교육기관에 전통주 강사로 출강하기 시작했다. 전통주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3년 동안 4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전통주를 소개했다. 주모님의 수업을 들은 이들 중에는 직접 술을 빚고 싶은 열정을 품은 이들도 생겨났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이 만든 것이 바로 인천가양주연구회다. 월례 모임을 통해 절기에 맞춰 술을 빚고, 서로의 술을 시음하며 진정한 우리술 문화를 지역 안에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강화섬쌀로 빚은 가양주 품평회를 주최하여 30여 명의 회원과 함께 우리술의 다양성과 깊이를 널리 알리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만수동에 자리 잡은 ‘우리 술 아카데미’
2025년, 어느덧 4년 차를 맞이한 옹근달양조장은 올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새로운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인천 만수동에 옹근달 우리술아카데미를 오픈한 것이다. 술은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그 나라 문화의 중요한 한 축이라는 신념이 중심에 있다.
상대적으로 전통문화 소비 기반이 약한 도시 인천. 그래서 더욱 옹근달은 지역 내 전통주 인식을 확대하고, 문화 기반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다. 우리술 아카데미를 통해 전통주를 가르치고, 인천가양주연구회를 중심으로 교육, 시음회, 품평회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옹근달양조장에서 만난 맛있는 하루
필자는 화창한 봄날 갓 문을 연 옹근달양조장을 방문했다. 막걸리뿐만 아니라 함께 준비된 다양한 음식과 술에 감탄했다. 김치전의 바삭함, 신선한 샐러드, 매콤한 새우볶음은 술맛을 더욱 끌어올려 주었다, 옹근달 본 막걸리와 인천의 지역 전통주인 ‘오마이갓 스파클링’, 그리고 인천가양주동호회에서 만든 ‘목련탁주’까지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우리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옹근달 양조장 프로젝트 ‘금요술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시음회다. 매월 1,3주 금요일 양조장에서 열리는 소규모 시음회로, 옹근달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회차마다 계절 안주와 술이 준비되어, 매번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술은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입니다. 우리 양조 기술과 풍류는 소비되어야 발전할 수 있어요.”
조용하지만 단단한 확신 속에서 옹근달양조장은 오늘도 술을 빚는다. 술 한잔에 깃든 이야기와 철학을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 술의 깊이’를 되찾기 위해. 만수동 골목 어딘가에서, 옹근달처럼 둥글고 온전한 달빛 아래 사람들과 술이 어우러지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옹근달양조장이 앞으로도 지역을 넘어, 더 많은 이들에게 우리 술의 아름다움을 알리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 옹근달 우리술아카데미 ]
주소: 만경로12번길 13 1층
구매 및 교육 문의: 0507-1394-9004
인스타그램: http://instagram.com/onggendal_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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