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원조가 그루지아(조지아)일까?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스물다섯 번째’
와인의 원조가 그루지아(조지아)일까?
어떤 이유로던지 포도 껍질이 손상을 입으면 껍질에 붙어있던 효모가 포도 알 속으로 들어가서 발효를 하여서 와인이 만들어진다. 와인은 이렇게 자연 발생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와인이 생긴 역사는 인류의 존재와는 관계없이 오래 되었다. 그래서 포도라는 식물이 생겨났을 때부터 와인이 만들어졌을 수 있다고 말하는 학자들이 있다. 포도라는 식물은 대체로 1억 5천만 ~ 2억년 전에부터 있었다고 추정되므로 와인의 역사는 그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와인을 만든 역사는 자연 발생적으로 와인이 만들어진 시기와는 상당히 달라서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다. 인간이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역사가 언제부터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 기록을 찾아보고 분석한 고고학자들의 자료를 보면 그 시기를 알아볼 수 있다.
기록이 없는 선사시대에도 와인을 마셨겠지만 기록이 없어서 언제부터 와인을 만들었는지 또는 와인을 마셨는지를 알 수가 없다. 이 선사시대에도 와인을 마신 것을 알아보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유적과 유물들 중에서 포도 압착기나 혹은 그릇에 액체를 담았던 흔적이 있고 또 포도씨가 같이 발견되면 고고학자들은 이것을 두고 바로 그 당시에 와인을 만들어서 마셨다고 판단한다.
앞에서 말한 대로 포도의 껍질에는 다량의 효모가 묻어있기 때문에 주스를 만든다는 것은 바로 효모가 발효를 시작해서 와인이 된다는 것을 말한다. 포도씨와 같이 발견된 액체가 담긴 흔적이라는 것은 처음에는 포도 주스이었지만 나중에는 와인을 담았던 그릇이 되는 것이다. 포도를 압착하던 압착기나 포도를 담은 그릇 등의 유적이 발견될 때마다 고고학자들이 탄소 분석을 통해서 아주 정확하게 그 시대를 추정하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새로운 유물과 유적들이 발견될 때마다 와인의 역사는 점점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이집트 시대(BC 3,500), 메소포타미아(BC 4,000), 이란(BC 5,000) 등으로 점점 거슬러 올라가는데 유적이 발견되는 지역이 대부분 터키 남쪽 이란과 이라크 중간 지대의 고대 문명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이다. 학자들은 이들의 지역에서 신석기 시대인 BC 8,500 ~ BC 4,000년경에 인간에 의해서 와인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들어 조지아(그루지아)의 와인 항아리인 Kvevri(크베브리)가 사용된 시기를 약8,000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어서 조지아가 가장 오래된 와인 원산지로 부상하였다. 세계에서 와인을 가장 먼저 만들어 마신 나라로 알려지고 있는 조지아의 와인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루지아 고대 유적
조지아는 성경에 노아의 방주가 내려앉았다는 터키의 아라랏 산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흑해 연안에 있는 나라이다. 조지아 남부 지방의 고대 주거지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 재배와 신석기 시대의 와인 생산 유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조지아에서 Qvevri를 사용하여 와인을 만든 양조법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고고학자들은 조지아에서의 와인 생산의 시작은 남부 코카서스인들이 겨울 동안 덮어져 있던 작은 구덩이 속의 야생 포도의 주스가 와인으로 변하는 것을 발견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추정한다. 그 후 BC 4,000 년경 이곳으로 이주해온 지금의 조지아인들이 포도를 재배하고 땅속에 항아리(크베브리)를 묻고 와인을 보관하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4세기에는 조지아가 기독교 국가가 되면서 와인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Saint Nino(성녀 니노)가 포도 나무로 된 십자가를 지녔다고 한다.
아르메니아의 아레니(Areni) 마을에서 확인된 최초의 와이너리 유적 장면 (사진 : National Geography 제공)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는 와인 생산이 매우 활발했고 소련에서 선호하는 와인이었다. 구 소련 시대에는 몰도바에 이어서 소비에트 연방에서 두 번째로 와인을 많이 생산하였고 품질이 우수한 와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조지아는 2014년 163,000 에이커(약 2억 평)의 포도원에서 연간 약 9,800 만 리터의 (약1억 3천만 병)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조지아에서 재배되고 있는 포도 품종은 외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품종들이다. 조지아 와인 병의 상표에는 원산 지역, 마을 등을 표기하고 있고 프랑스 와인들과 같이 2 종류 혹은 그 이상의 품종들을 블랜딩하여 와인을 만들고 있다.
그루지아 레스토랑 와인리스트
조지아 와인의 특기할 것은 앞에서도 말한 바 있는 크베브리에 관한 것인데 우리나라의 독(항아리)와 상당히 비슷하다. 와인이 꼭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나 오크 배럴에서만 숙성을 해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와인 양조에 비슷한 것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큰 독을 많이 사용해온 민족도 많지 않을 것이다. 수백, 수천 년 간 독을 사용해온 전통과 경험이 있으므로 와인 양조에 활용한다면 상당히 특징이 있는 좋은 와인이 생산될 것으로 생각된다.
크베브리에 와인을 만들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양조 국가인 조지아 와인에 관심을 가지고 조지아 와인을 한번씩 맛 보시기 바란다.
WRITTEN BY 마주앙 공장장 출신/소믈리에 김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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