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앙 공장장 출신 소믈리에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스물여섯 번째’
마주앙 공장장 출신 소믈리에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스물여섯 번째’
막걸리 소믈리에라니요?
와인의 소비량이 증가하고 또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아지면서 소믈리에라는 직업에 대해서 호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린 학생들과 멀쩡하게 직장을 잘 다니고 있는 직장인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소믈리에가 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을 받은 일이 여러 번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몇 년 전에 와인에 관한 만화가 출판되면서부터인데, 이 책이 많은 사람들의 화제가 되었고 어떤 기업에서는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이 만화책을 읽도록 권장하기도 했다. 와인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한두 잔을 마셔보는 등 이 만화책이 와인의 대중화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와인 업계로 보아서는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이전에 소믈리에에 관해서는 칼럼을 썼던 일이 있다. 그때에도 언급은 했지만 일반인들이 만화책을 재미로 읽는 것은 좋은 일이겠으나 직업적으로 일하는 소믈리에들에게는 만화책에 나오는 내용 중에서 몇 가지 특히 디캔팅 하는 법 또 향을 너무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것 등은 잘 못 묘사된 것이니 흉내를 내지 말라고 지적한바 있다.
사회적으로 와인에 관심을 많이 가지므로 다른 주류 산업에서 와인을 벤치마킹 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막걸리 산업에서 와인을 본 따서 판촉을 하는 일이 많았다. 막걸리를 와인 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 가끔 TV에서 비치기도 했다. 막걸리를 와인 잔에 따라서 마시고 나면 빈 잔이 뿌옇게 되어서 보기에 썩 좋은 것은 아니었다. 막걸리는 역시 뚝배기에 따라 마시는 것이 더 정감이 있지 않을까? 다른 주류가 와인 문화의 좋은 점을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무조건 따라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면에서 언급해 보겠다. 최근에 와서 소믈리에라는 단어를 다른 주류나 다른 식음료 분야에서 너무 쉽게 사용하는 점에 대해서 지적하려고 한다. 여러분들께서도 아시다시피 소믈리에(Sommelier)는 그 어원이 옛날에 짐을 운반하는 짐승을 관리하는 사람 또 군에서 보급품을 관리하는 장교 등을 말하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와인을 추천하고 서빙하는 사람을 소믈리에라고 불러 오고 있다. 레스토랑과 바의 경우 주방에서 나오는 요리 이외의 모든 음료와 커피, 주류 등의 서빙과 관리하는 것이 소믈리에의 업무이다.
소믈리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간단히 말하면, 업소에 내방하는 고객들이 식사와 와인을 잘 즐기고 또 다시 방문하도록 하여 오너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도록 서빙을 하는 것이다. 소믈리에가 맡은바 본분을 잘 하기 위해서는 와인의 양조와 각국의 와인도 알아야 할뿐만 아니라 다른 주류, 음료, 커피 등과 와인과 요리의 패어링도 잘 알아야 한다. 또 와인을 맛보는 것도 잘 알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소믈리에가 와인의 맛만 보는 근사한 직업 중의 하나로 잘 못 인식이 되고 있다. 와인의 맛만을 보는 직업은 없다고 생각된다. 포도주 공장에서 와인 생산이나 품질 관리하는 부서에 근무하는 사람 또 마케팅 부서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와인을 자주 그리고 기술적으로 접근해서 시음을 하므로 이런 분들이 시음 전문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람들은 모두 일상 업무를 하다가 필요한 경우에 와인의 맛을 보게 되므로 직업적으로 시음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다. 또 일반인들로 와인의 맛을 잘 보는 전문가(와인 패널리스트)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와인을 오래 마시고 재능도 있어서 맛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는 분들이다. 여러 회사들에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와인 맛의 평가를 할 때에 이런 일반인 와인 시음 전문가들을 활용하기도 한다.
물론 소믈리에들도 이런 시음회에서 와인 맛의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믈리에가 본업을 제쳐두고 와인 맛만 보고 돌아다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런 사람은 소믈리에가 아니고 와인 패널리스트인 것이다. 소믈리에들은 이점을 잘 이해하고 업장에서의 업무에 충실하기 바란다. 소믈리에가 와인 시음 전문가로 잘못 알려지고 있고 또 맛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생소한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식음료의 맛보는 사람에 소믈리에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티 소믈리에, 꽃차 소믈리에, 워터 소믈리에, 채소 소믈리에, 젓갈 소믈리에… 하다 하다 이제는 밥 소믈리에까지 등장하고 있다. 와인 이외의 주류와 식음료를 맛보는 사람을 일컬어서 소믈리에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시음 혹은 시식 전문가로 부르던지 아니면 다른 적당한 단어를 찾아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겠다. Sommelier는 영어로 Wine waiter 혹은 wine steward라고 번역한다. 두 가지 모두 서빙을 하는 사람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차 소믈리에(Tea Sommelier)”라는 단어를 영역하면 “차 웨이터” 혹은 “차 스튜어드” 라고 번역이 된다. “워터 소믈리에”는 “워터 웨이터”로 번역되는 데 이 단어를 시음 전문가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소믈리에라는 단어를 다른 용도에 사용하고 있는 분들은 잘 판단해서 사용하기 바란다. 또 와인 업계에서도 와인의 맛을 보는 사람은 Wine Panelist 혹은 Connaisseur en Vin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고 소믈리에라고 말하는 것은 바른 표현이 아니라는 것을 잘 이해하기 바란다.
WRITTEN BY 마주앙 공장장 출신/소믈리에 김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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