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실 때 첨잔의 문제
와인 마실 때 첨잔의 문제
마주앙 공장장 출신 소믈리에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스무 번째’
회식 때에 다른 사람이 내 잔에 술을 따르려고 하면 얼른 술잔을 비우고 잔을 술 병 주둥이 아래에 갖다 대어 술을 쉽게 따를 수 있도록 한다. 만약 술을 따르려는데 술잔을 비우지 않고 있다면, 잔을 비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또한 우리의 주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일본과 같이 술잔에 술이 남아 있는데도 추가하여 술을 첨잔하는 나라도 있다.
그런데 와인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와인을 첨잔을 해도 되는지 아니면 잔을 비우도록 기다린 후에 따라야 하는지 질문을 많이 받아보았다. 소주는 잔이 작아서 금방 잔을 비우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고, 맥주잔은 좀 크기는 하나 웬만한 사람들은 쭉 들이키고 빈 잔을 앞에 내어 놓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와인은 잔의 크기로는 소주잔보다는 엄청 크고 또 와인을 쭉 원 샷을 하는 것도 습관화 되어있지 않아서, 와인에는 별다른 관습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 일이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와인은 첨잔을 합니다.”
이 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주도와는 다른 문화이다. 와인 문화는 주로 유럽의 식사 문화 중 하나로 이어져 내려온 것으로 대개의 경우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면서 와인을 마시는데, 서양의 식사시간은 대부분 여러 시간으로 이어지면서 와인도 천천히 마시게 된다. 파티에서 서빙하는 종업원들은 연회장을 둘러보면서 잔이 비워지기 전에 적당량을 추가해 주는 일을 하는데 우리로 말하면 첨잔을 하는 것이다. 와인을 마시면 양도 줄어들고, 그러면 와인의 온도도 쉽게 올라가서 와인의 향과 맛이 달라질 수가 있다. 따라서 와인의 양이 적정하게 유지되도록 서빙하여 와인 맛이 좋도록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첨잔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와인은 첨잔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의 전통 주도와는 다르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있는 것도 또한 현실이다. 만약 직장의 상사가 와인을 따라 주겠다고 기다리고 있는데 와인 잔을 비우지 않고 "그냥 첨잔해 주세요"하고 고집을 피우다가는 열을 받은 상사로부터 "야, 김 과장 잔 빨리 비워" 라는 핀잔을 들을 수도 있다. 서양의 와인문화를 우리 사회에 도입하면서 때와 장소에 따라서 적절히 행동하는 것이 서양의 와인문화를 대중화 하는데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와인문화를 이야기할 때에 늘 생각해야 할 점은 서양의 문화와 격식이 요구되는 자리에서는 서양의 와인 관습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자리가 아닌 캐주얼한 자리라면 고집스럽게 ‘첨잔이네, 아니네’를 따지지 말고 융통성 있게 행동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BY 마주앙 공장장 출신/소믈리에 김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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