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은 골치 아픈 애물단지 와인이었다.
샴페인은 골치 아픈 애물단지 와인이었다
마주앙 공장장 출신 소믈리에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스물한 번째’
샴페인은 와인 속에 기포가 있어서 맛이 쌉쌀할 뿐만 아니라 공기 방울이 계속해서 올라와서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샴페인은 무엇보다 마개를 뽑을 때 “뻥” 하는 소리와 함께 거품이 넘쳐나는 것 때문에 생일이나 우승 세레머니, 선박의 진수식 등등의 여러 가지 축하 행사에서 많이 사용되어 오고 있다.
옛날에는 포도밭 주인들이 대부분 자기 포도원에서 재배된 포도로 와인을 만드는 포도주 공장을 가지고 있었다. 포도 재배와 포도주 만드는 일을 온 가족들이 같이 했다. 봄철에 포도 싹이 나고 잎과 줄기가 나오면 포도 밭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포도가 다 익으면 포도를 수확해서 공장으로 운반해 와서 그때부터는 포도주 공장에서 일하면서 겨우 내내 앙금분리를 하면서 와인을 맑게 하고 봄철쯤 되면 와인을 병에 담아서 지하실에 두고 다시 포도밭으로 나가서 가을까지 일하여 포도밭과 포도주 공장에서 연속적으로 일을 하였다.
와인을 병에 담아두고 포도 밭에서 일을 하다가 가끔씩 포도주 공장 지하실에 내려 가서 바닥에서부터 차례로 쌓아둔 와인 병들을 휘 둘러보곤 하였다. 봄철을 지나서 여름으로 가는 어느 날 지하실을 둘러보는데 어떤 와인 병 속에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것이 보이는 병을 발견하였다. “거 참 이상하다”하고 생각하고 그 다음날도 유심히 지켜보았고 며칠 후에 지하실에 가보니 아, 글쎄 병에서 코르크 마개가 뻥 튀어 나가면서 와인이 쏟아지고 아주 일부만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무척 아까웠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보다 더 골치 아픈 일은 와인을 높이 쌓아두었는데 위 쪽의 병에서 와인 병의 마개가 뻥 튀어나오는 경우이다. 와인이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아래 쪽의 와인 병의 표면에 묻으면 나중에 말라서 끈적거리기도 하고 특히 병 입구 쪽으로 내려오는 경우 아래 병의 코르크를 외부에서 젖게 할 수 있다. 그러면 코르크 바깥쪽에 곰팡이가 생기고 코르크가 썩어서 와인을 버리게 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뻥 하고 터지면 아래에 있는 와인 병을 닦아주어야 하는 데 잘 닦아지지도 않고 또 번거로운 일이다. 한마디로 불량품 때문에 골치 아픈 일이었다.
그런데 남아있는 와인의 맛을 보니 쌉쌀한 게 색다른 맛이 있었다. 그래서 이 불량품 와인을 신제품 와인으로 만들었는데 이것이 샴페인이다. 와인 병 속에 거품이 생긴 것은 와인을 병에 담을 때에 발효가 완전히 끝난 것을 담아야 하는데 옛날에는 과학이 발달하지 못해서 발효가 끝났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간혹 겨울이 일찍 온 해에 와인의 발효가 끝나지 않아서 당분이 좀 있는 상태에서 병에 담게 된 일이 있었다. 겨울에 동면 상태로 있던 효모가 봄, 여름이 되어 지하실도 온도가 약간 올라가니 와인 속에서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 보니 와인 속에 달콤한 당분이 있어서 이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만들면서 탄산가스를 생산하게 되었다. 이렇게 병 속에서 2차로 발효하게 되었고 탄산가스도 상당량이 생겨서 병 속에 압력이 상당히 올라갔다. 그런 와인 중 일부 밀폐가 제대로 안 된 마개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튀어나오게 된 것이다.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의 하나이며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것만 샴페인이라고 부를 수 있고 프랑스 다른 지역과 외국에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은 다른 이름으로 부르던지 아니면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불러야 한다.
스파클링 와인을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3 가지가 있다.
1. 메토드 샹쁘누아즈(Methode Champenoise)
가장 전통적인 방법으로 프랑스 샹파뉴 지방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만들어지는 스파클링 와인 중에서 고급은 모두 이 방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와인들 중에서 샴페인을 만들기에 적합한 와인을 선별해서 base wine을 준비한다. base wine으로는 일반적으로 컬러가 옅고, 신맛이 상당히 있고, 향이 중립적인 와인들로 선정을 한다. 이 와인을 샴페인 병에 담고 이 와인에 적당한 양의 설탕과 효모를 넣어주고 맥주병 마개와 같은 왕관 마개를 한다. 이 와인 병을 저장실에 두면 병 속에서 2차 발효가 일어나고 병 속에 탄산가스가 포화되게 된다. 적당한 기간이 지나면 이 병들을 거꾸로 세워주는 리들링(riddling)을 하게 된다. 리들링은 샴페인 병을 나무로 된 랙에 꽂고 서서히 병을 거꾸로 세워주면서 병의 바닥에 갈아 앉아 있던 효모가 서서히 이동하여 병구 쪽으로 모여 제거하기 쉽도록 하는 공정을 말한다.
거꾸로 세워진 병구 쪽으로 모인 효모를 제거하는데 특별한 과정을 거친다. 즉 디스고르징(disgorging)이라는 과정이다. 이 방법은 거꾸로 세운 와인 병의 주둥이 부분을 조심스럽게 영하 20-30도의 냉매 속에 집어 넣으면 병구 쪽의 와인이 얼어서 얼음 덩어리가 되고 이 얼음 덩어리 속에 효모 등의 침전물이 들어 있다. 오프너로 왕관을 제거하면 얼음 덩어리가 뻥 튀어나간다. 이때 얼음 덩어리와 같이 효모도 날아가고 병 속에는 맑은 와인만 남는다. 이 와인은 온도가 낮아서 탄산가스의 손실이 최소화되고 대부분의 탄산가스는 와인 속에 포화되어 있다. 날아간 얼음 덩어리만큼의 와인 손실이 있고 그 양 만큼의 와인을 보충시켜 준다. 이것을 도사징(dosaging)이라고 한다. 도사징할 때에 적당한 량의 설탕을 넣어주면 brut, sec, demi sec, doux 등 단맛이 다른 샴페인이 된다.
이 병에 샴페인용 코르크 마개를 하고 철사(wire hood)로 매어서 고정시킨다. 그 후 캡슐을 씌우고 상표를 붙여서 완제품을 만든다. 뉴월드에서는 이 방법을 Traditional Method, 이태리에서는 Metodo Classico, 남아공에서는 Cap Classique 라고 부른다.
2. 병 교환 방법(Transfer Method)
앞의 전통적인 방법은 리들링을 할 때에 많은 인력이 소요된다. 따라서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 이 리들링 과정을 생략하는 방법이다. 즉 전통적인 방법과 같이 베이스 와인을 준비하고 이 와인을 병에 담고 왕관으로 마개를 해준다. 그리고 병을 상자에 담고 병을 세워두면 발효하고 발효가 끝나면 병 바닥에 효모가 침전하게 된다. 적당한 기간이 되면 리들링을 하지 않고 상자에서 병을 꺼내어서 냉각수를 뿌려서 와인의 온도를 섭씨 약 5도로 냉각해준다. 그 다음 오프너로 왕관을 따고 호스를 병 속에 집어 넣어서 병 속의 와인을 뽑아낸다. 이때에 호스의 끝을 병 바닥까지는 내리지 않고 침전물보다 조금 위쪽에 내려가게 해서 흡입 시에 와인은 올라오고 그 밑의 침전물은 남아있게 한다. 흡입한 와인은 일부 효모들이 빨려 들어가서 약간 뿌옇다. 이 와인을 여과해서 와인을 맑게 한 후에 도사징을 해서 단맛을 조절하고 병에 담는데 이때 사용하는 병은 앞의 병이 아닌 다른 병이다. 그 다음 샴페인 코르크로 마개를 하고 캡슐과 상표를 붙여서 완제품을 만든다. 병을 바꾸었기 때문에 transfer method 라고 부른다. 이 스파클링 와인은 classic method으로 만든 샴페인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된다.
3. Tank Process, Bulk Process, Charmat Process
이 방법은 베이스 와인을 병에 넣어서 2차 발효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베이스 와인을 압력을 견디는 큰 탱크에 담고 이 와인에 설탕과 효모를 첨가하여 2차 발효가 탱크 속에서 일어나도록 한다. 발효가 끝난 후에 효모가 침전하도록 한 후에 탱크 전체를 냉각시키고 와인을 여과하고 병에 담고 코르크 마개를 하는 데 이 스파클링 와인은 천연 코르크가 아닌 프라스틱 코르크를 사용하고 저가로 판매한다. 저렴하게 팔리고 있는 스파클링 와인은 모두 이 방법으로 만들어진다.
샴페인은 대부분이 화이트이다 그러나 이 화이트 샴페인도 대부분 적포도인 Pinot Noir와 Pinot Meunier로 만들어 진다. 백포도인 샤르도네로 만든 샴페인은 상표에 blanc de blanc이라고 기재하고 적포도로 만든 화이트 샴페인은 blanc de noir라고 기재하기도 한다. 샴페인은 대부분이 여러 해의 와인을 섞어서 베이스 와인을 만든다. 이런 샴페인은 빈티지를 표기할 수 없고, 한 해의 와인인 경우 빈티지 샴페인이라고 부른다.
WRITTEN BY 마주앙 공장장 출신/소믈리에 김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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