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전문가들은 와인품평회를 통해서 와인의 품질을 평가한다. 대개는 100점 혹은 20점 만점 기준으로 진행되는 이러한 와인품평회에서 고득점을 한 와인에게는 점수에 따라 메달을 부여한다. 칼라, 향, 맛을 기준으로 와인의 품질을 평가하는 이러한 전문적인 행사에는 와인전문가들만 참여하고 그 결과는 병에 부착된 스티커나 미디어를 통해서 일반 소비자들에게 알려진다. 와인 생산자들과 거래상들에게 있어서 와인품평회에서의 입상은 마케팅의 툴로 사용되고, 일반 소비자들은 와인 구매에서 자주 이러한 평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점수를 기준으로 와인의 품질을 평가하는 것 이외에 와인애호가인 유명인사들은 어떤 것을 기준으로 좋은 와인과 나쁜 와인을 평가할까? 와인에 대한 명언과 속담 등을 통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와인은 오래될수록 좋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이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에 비유한 이러한 말이 영할 때 마셔야 하는 보통의 와인뿐만 아니라 장기숙성이 가능한 와인의 경우에도 그렇지 않다는 것은 웬만한 와인애호가들은 알고 있다. 스페인에는 “좋은 와인은 지갑을 망치고, 나쁜 와인은 위를 망친다(Good wine ruins the purse; bad wine ruins the stomach).”는 속담이 있다. 비싼 와인일수록 좋은 와인이라는 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저급한 품질의 와인이 위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의학적인 검증을 필요로 한다. 역사적으로 보아 인체에 해로운 물질을 첨가하여 만든 위조된 와인의 경우도 있다. 와인법과 성분분석이 강화된 현재에는 이러한 경우를 거의 상상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Wine Investment Pioneer였던 윌리암 소콜린(William Sokolin, 1930~2015)은 “미소로 시작해서 미소로 끝나는 것이 좋은 와인”이라고 정의했다. “What is the definition of a good wine? It should start and end with a smile.” 와인을 사람의 경우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보물섬>,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로 유명한 스코틀랜드의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 1850~1894)은 “좋은 와인은 선행처럼 언제나 기억된다(A bottle of good wine, like a good act, shines ever in retrospect).”라는 명언을 남겼다. 와인을 사람 혹은 사람의 행동과 비유한 점에서 윌리암 소콜린과 차이가 없다.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와인전문가 메이나드 아메린(Maynard Amerine, 1911~1998)은 “좋은 와인은 무언가 즐거움을 남기고, 평범한 와인은 그냥 사라진다(The fine wine leaves you with something pleasant; the ordinary wine just leaves).”라고 말했는데 사실 이것도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전설적인 보르도의 필립 드 로칠드(Phillippe de Rothschild, 1902~1988)의 경우도 와인과 인간의 행동을 비교한 말을 남겼다. “훌륭한 와인은 열의를 발생시킨다. 열의를 갖고 무엇이든 하면 대개는 성공적이다(Excellent wine generates enthusiasm. And whatever you do with Enthusiasm is generally successful).” 이와 같이 좋은 와인에 대한 유명인사들의 정의는 주로 인간 혹은 인간의 행동과 연계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New York Wine & Grape Foundation의 회장인 짐 트레자이즈(Jim Trezise, 1946~)는 정말 멋진 말을 남겼다. “The best wine is the wine you like best.” 와인의 선호도는 주관적인 경험과 평가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당연한 것을 말하고 있지만 행여 타인의 선택과 가격에 의존하지 말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와인을 라벨만 보고 마시지 마라(Drink wine, not labels).”라는 메이나드 아메린의 조언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 Lecturer

Asia Director of Asia Wine Tro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