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은 항상 독일 젝트(Sekt) 보다 좋다?
샴페인은 항상 독일 젝트(Sekt) 보다 좋다?
지난 달 말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스파클링 와인의 수입 규모는 수량 기준 453만병으로 2011년 188만병 대비 약 2.5배가 늘었다. 하지만 수입금액은 이보다 낮은 1.9배 증가하는데 그쳐 ‘병당 수입 평균가’가 2011년에 비해 현재 약 21% 낮아졌다. 이와 같은 현상은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가 높아졌고, 다양한 제품이 수입되어 스파클링 와인의 선택 폭이 넓어진 탓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인 까바의 선전이 주목할 만하다.
작년에 국제와인기구 OIV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장 스파클링 와인의 소비가 많은 국가는 독일이다. 프랑스, 러시아, 미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독일에서는 젝트(Sekt)라는 스파클링 와인이 생산되지만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수요가 워낙 많아서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 매년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다.
독일에서조차 스파클링 와인에 대한 가치평가에서 젝트는 프랑스의 샴페인은 물론 스페인의 까바에도 뒤져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심지어는 샴페인이 그 자체로 젝트와는 다른 리그에 속해있다고 말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물론 젝트에 대한 경험이 많은 독일의 와인전문가들은 이러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1996년에 Master Sommelier 타이틀을 획득한 프랑크 캐머(Frank Kämmer)는 철저하게 반박하며 독일 젝트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아 독일 젝트는 프랑스의 샴페인과 오랫동안 동등한 레벨에 속하며 명성을 날렸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이 끝난 1871년부터 제1차 세계대전 사이에 쿠퍼베르크(Kupferberg), 헨켈(Henkell), 케슬러(Kessler), 다인하르트(Deinhard) 같은 젝트 생산자들은 유명한 샴페인하우스들과 같은 레벨로 언급되었다. 라인, 네카, 모젤 강변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들이 당시 어떤 명성을 얻었었는지는 샴페인 애호가임에도 불구하고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가 1876년 바이로이트(Bayreuth)에서 열린 <니벨룽엔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 초연의 성공을 죈라인 라인골트(Söhnrhein Rheingold)라는 젝트로 축하했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젝트들은 – 일반 와인과 마찬가지로 - 실제로 명성을 잃었고, 고급 스파클링 와인은 샴페인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했다. 독일의 생산자들은 오히려 저가시장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시작된 훌륭한 빈쩌젝트(Winzersekt)의 등장으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빈쩌젝트는 독일 와인법령(WeinV 1995) 제34a조 3항에 규정되어 있는데, 포도재배자가 자신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든 크발리테츠바인 등급의 와인을 사용하여 샴페인 제조 방식에 의해 생산한 젝트를 의미한다). 공명심과 수공예적인 기술로 생산된 많은 훌륭한 젝트들이 이제는 샴페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러한 젝트들은 물론 저렴하지 않다. 그러나 같은 퀄리티 등급의 샴페인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제는 인기 있는 샴페인과 젝트의 가격 대비 퀄리티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독일의 젝트가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샴페인이라는 지역적인 특성의 국제적인 명성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마시는 것은 와인 병 안에 든 내용물이지 명성이 아니다. 독일의 젝트 생산자인 상크트 라우렌티우스(St. Laurentius)의 젝트가 수많은 샴페인을 물리치고 독일 대통령궁인 슐로쓰 벨뷔(Schloss Bellevue)에서 서빙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St. Laurentius의 젝트들>
샴페인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품질을 자랑하는 젝트 중에서 국내에 수입된 것으로는 모젤와인협회 명예회장인 아돌프 슈미트(Adolf Schmitt)가 생산하는 ‘디히터트라움 리슬링 브뤼(Dichtertraum Riesling Brut)’이 있다. 2014년 Berlin Wine Trophy에서 금상을 수상한 이 와인은 제6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공식 스파클링 와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00% 리슬링을 사용하여 전통 샴페인 제조방식으로 만든 이 와인에는 세계적인 문호인 괴테가 그린 그림을 레이블에 담고 있다. ‘디히터트라움(Dichtertraum)’은 ‘시인의 꿈’이라는 뜻으로 괴테가 꿈꾸었던 유럽의 평화를 상징한다.
디히터트라움이 모젤에서 생산되는 반면, 라인가우에 있는 8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와이너리 슐로스 폴라즈(Schloss Vollrads)가 생산하는 ‘괴테 리슬링 젝트 브뤼(Goethe Riesling Sekt Brut)’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슐로스 폴라즈는 1861년부터 젝트를 생산해오고 있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리슬링 생산자로 국제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서 소개한 두 종류의 젝트가 공교롭게도 괴테와 연관성이 있다. 원래 라인가우에 있는 브렌타노하우스(Brentano-Haus)라는 와인생산자가 ‘괴테와인’이라는 상표권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스토리와 괴테의 와인사랑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한다. 독일 젝트에 대한 어필은 가격 대비 퀄리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샴페인과는 달리 리슬링이라는 품종을 (주로) 사용하는 것도 매력적이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