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와인의 알코올이 점점 높아지고 있나?

2021.05.03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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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앙 공장장 출신 소믈리에 김준철의 와인이야기

열아홉 번째

 

왜 와인의 알코올이 점점 높아지고 있나?

 

좋은 와인을 추천해 달라는 친구들의 요청을 많이 받았다이렇게 좋은 와인이라고만 말하면 상당히 막연하다나라별로 지역별로 품종별로 또 가격대별로 좋은 와인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좋은 와인은 너무나 많아서 추천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좋은 와인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좋은 와인이란 어떤 와인이냐 하는 개념을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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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와인이란 포도 재배에 적당한 지역에서 재배된 잘 익은 양조용 포도를 잘 양조하고 숙성하고 보관된 와인이다가격이 싸더라도 정상적인 와인은 다 좋은 와인이고 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변질된 와인은 나쁜 와인이라는 뜻이다.

 

가격을 떠나서 요즘 필자가 친구들에게 추천하는 와인은(레드 와인의 경우)

1. 알코올 도수가 13도 이상의 와인

2. 위의 와인 중에서 상표에 reserve 혹은 gran reserva 라고 적힌 와인

3. 위의 와인을 병당 1만원 전후에 구입하면 좋은 와인을 싸게 구입하는 것이다.

 

필자가 알코올 도수를 1번으로 올려놓은 데는 이유가 있다. 1996년 필자가 와인 샵인 제이시 와인셀러를 운영하였고, 1997년 첫 저서 와인알고 마시면 두 배로 즐겁다를 출판했다그 해 가을부터 와인 샵에서 제이시 와인스쿨을 개설하고 와인을 가르쳤다와인 시음 시간에 바디감을 강의하면서 알코올 도수가 낮은 와인과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의 두 가지를 같이 놓고 비교 시음을 하였다당시에 알코올 도수 낮은 고급 와인은 대체로 알코올 10도 내외이었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것은 13도 내외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약 2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고급 와인 중에서 알코올 도수 낮은 와인으로 10도인 와인은 거의 없고 알코올 11도짜리도 찾아보기 어렵다알코올 12도가 가장 낮은 도수이다알코올 도수 높은 것은 13도가 아니라 지금은 14.5도 혹은 15도 와인도 있다어떤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16도인 경우도 있다.

 

1990년대에 비해서 거의 모든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약 2도 올라갔다이점은 와인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느끼고 있는 점일 것이다왜 이렇게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자꾸 올라가고 있는 것인가그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다.

 

와인의 알코올은 포도의 당도에 좌우된다(가당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잘 익은 포도라야 당도가 높고 당도가 높아야 알코올 도수가 높아진다포도의 당분은 포도 잎에서 탄소동화 작용으로 합성되는데 포도 잎의 엽록소의 작용으로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뿌리에서 흡수한 물로 탄수화물인 포도당 과당을 광합성한다이 당분은 포도 알로 옮겨져서 포도의 당도가 올라가는 것이다광합성은 햇빛이 비추고 기온이 높이야 잘 진행된다광합성은 섭씨 25도 이상이면 충분하고 온도가 너무 높으면 도리어 광합성이 저해를 받는다또 너무 덥기만 한 곳에서는 당도가 빨리 올라가는 동시에 산도가 너무 빨리 낮아지고 칼라는 제대로 착색도 안 된 상태에서 포도를 수확하게 되어서 좋은 와인을 생산할 수 없다좋은 포도는 기온이 적당한 곳에서 늦게 수확하여 잘 익어서 당도도 상당히 높으면서 신맛도 있고 갈라도 짙고 향도 많이 있는 포도이다.

 

그런데 왜 최근에 와서 와인의 알코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일까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몇 가지로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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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지구 온난화 현상 즉 기후 변화가 중요한 원인의 하나이다.

지구 온난화 현상에 따라서 포도 재배 지역들도 기온이 상승하여 과거보다 포도의 당도가 높은 포도가 생산되므로 알코올 도수가 자연히 올라가고 있다또 지역별로는 엘리뇨 현상 등으로 가뭄이 많아서 포도의 당도를 더 높여 주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둘째포도 재배 기술의 발전이다.

과거에는 기후나 일기 등 자연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포도의 품질과 생산량이 좌우되었다그러나 최근에는 병충해에 대한 방제를 더 잘 하게 되므로 포도의 생산량뿐만 아니라 품질도 많이 향상되었다또 일기 예보도 훨씬 더 정확해졌기 때문에 미리 대처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포도 재배자들도 재배 기술을 학교에서 배운 사람들이 많다특히 포도주 회사 소속의 포도밭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모두 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이다더 발전한 재배 기술로 과학적으로 포도를 재배하므로 포도의 당도를 포함한 포도의 품질이 향상되었고 때문에 와인의 알코올이 높아지는 것이다.

 

셋째시장에서 요구하는 와인의 스타일의 변화이다.

과거의 와인 소비자들은 주로 유럽 사람들이었고 유럽에서는 각 나라지역별로 각각 다른 포도들을 심고 대부분 그 지역에서 재배된 여러 가지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다지역별로 각각 다른 와인의 특징을 인정하고 그 다른 점을 즐기고 또 빈티지별로 와인의 맛이 다른 것을 즐기는 문화이다나라별로 지역별로 생산된 각각 다른 와인을 좋다나쁘다의 우열이 아니라 각각 다른 특징이 있구나 하고 인정하는 문화였다.

 

그런데 신대륙 와인을 보면 유럽과 같이 나라와 지역별로 각각 다른 포도 품종을 재배한 것이 아니고 유럽의 품종 중에서 몇 가지 유명한 포도 품종만을 가져와서 재배하였고 양조할 때에도 단일 품종을 사용해서 와인을 만들었다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은 특히 같은 품종끼리는 쉽게 비교가 된다와인의 맛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과 낮은 와인의 맛 차이는 잘 구별한다단지 알코올 도수의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잘 익은 포도와 덜 익은 포도에서 오는 칼라와 향과 맛의 차이가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같은 품종의 두 가지 와인을 마실 때 날짜를 다르게 마시면 와인을 구별하기가 어렵다그러나 두 가지 와인을 같이 놓고 동시에 비교 시음해보면 알코올이 낮은 와인과 잘 익어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과는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알코올 도수가 낮은 와인은 뭔가 가볍고 싱거운 느낌이 들게 된다.

 

신대륙의 와인 문화가 유럽과 달라서 와인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와인의 맛은 조화보다 강한 맛이라고 생각한다사실 강한 와인에 대한 선호는 인간의 본성적이 아닌가 생각한다좋은 예가 1976년 “Paris Judgement”이다유럽의 유명한 시음 전문가들이 평소에 마시면서 극찬하던 보르도 프르미에 그랑 크뤼 샤토 와인들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놀랍게도 모두 미국 와인에 최고의 점수를 주었다세계적인 시음 전문가들도 보르도 최고급 와인들을 즐길 때에는 각각 다른 맛을 칭찬하면서 평가를 하였으나 같이 시음하면서 우열을 이야기할 때에는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강한 미국 와인을 마시고 나면 가벼운 보르도 최고급 와인에 점수를 주기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보르도 최고급 와인이 세계적인 와인이라는 것은 틀림이 없으나 비교 시음에서는 강한 것과 약한 것으로 구분이 되어 점수를 덜 주게 되므로 “Paris Judgement”와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신 대륙에서는 와인 애호가들이 강한 와인의 맛을 선호하므로 시장의 요구에 따라 와인 회사들은 당연히 알코올 도수가 높은 와인을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유럽에서도 신대륙 시장의 변화에 따라 알코올 도수를 올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지금은 프랑스 와인이태리 와인 할 것 없이 유럽 와인들이 과거보다 상당히 알코올 도수가 올라간 것이 사실이다.

 

넷째상표에 알코올 도수를 높게 기재하는 경향이 있다.

시장에서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낮으면 소비자들이 잘 구입하지 않으므로 상표에 와인 도수를 실제 알코올보다 더 높게 기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상표에 기재된 알코올 도수를 보고 구입하는 경우 실제 알코올 도수는 허용 오차 범위만큼(+/- 1도 혹은 +/- 0.5낮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WRITTEN BY 마주앙 공장장 출신/소믈리에 김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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