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즐기는 와인
마음으로 즐기는 와인
지난번에는 입으로만 맛보는 와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눈, 코, 입, 목으로 맛보는 단계에서는 각각의 감각 기관을 사용하여 와인의 특징을 알아내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와인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어떤 느낌과 의미가 있느냐? 이 와인이 나를 얼마나 즐겁게 해주느냐? 하는 것이다.
와인의 맛이 좋다 나쁘다 하는 것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일 수 있다. 다른 사람은 와인 맛이 별로라고 하는데 나는 괜찮다고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와인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지난번 회에서와 같이 전문가를 꼭 거쳐야 하고 와인을 자주 맛 보아야 한다. 와인을 사서 마시는 이유는 와인의 맛이 어떠냐 하고 분석하고 테이스팅 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 와인을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와인은 시음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와인이 나를 즐겁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저가의 어린 와인은 거칠기 때문에 나를 즐겁게 해주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와인은 다행히도 빨리 숙성되기 때문에 어려서 마실 수 있는 좋은 점도 있다. 비싼 고급 와인은 어릴 때에 마시는 것보다 오래 숙성된 후에 마셔야 그 와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유럽 사람들은 대체로 와인을 마실 때에 저가 와인을 많이 마신다. 이것은 저가 와인이 가격도 저렴하고 또 숙성이 빨리 되므로 마시기가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일 것이다. 유럽에서는 와인을 마시는 일이 무슨 거창한 일이 아니고 생활의 일부분이니 매일 비싼 고급 와인을 마실 수가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격을 떠나서 마시기 적합한 와인을 마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급 와인은 대부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마시지 않고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혹시 귀한 손님이라도 방문하면 그때에 귀한 와인을 내어 놓는다. 이때에 비싼 와인이라고 하더라도 어린 와인을 내어 놓는 일은 거의 없다. 당연히 잘 숙성된 오래된 좋은 와인을 내어 놓는다.
와인을 마실 때에는 와인을 시음하는 과정을 지나서 그 와인을 마음으로 즐기는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가 와인이지만 마셔보니 가격 대비해서 의외로 맛이 괜찮다고 하면 그걸로 좋은 것이다.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 중에 하나가 가격대비 맛이 좋은 와인을 만났을 때이다. 고급 와인이지만 아직도 숙성이 안 된 어린 와인을 마시고 맛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이런 사람들이 와인 맛보는 요령을 모른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람에 따라서는 거칠고도 강한 와인을 좋아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와인은 숙성을 거치면서 와인 속의 여러 성분들이 감소 혹은 증가하면서 거친 맛이 줄어들고 부드럽고 숙성된 맛을 가지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와인을 좋아하고 있다. 즉 맛이 괜찮다고 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다르나 대체로 와인이 숙성되어서 단맛, 신맛, 쓴맛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부드러움을 사랑하는 것이다.
친구들과 혹은 연인과 와인 바나 레스토랑에서 숙성되어서 조화된 와인을 마시면 분위기와 와인에 젖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녁에 혼자 조용히 앉아서 촛불을 켜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와인을 한 잔 마시는데 와인의 칼라와 향과 맛이 잘 숙성되어서 즐거움을 주는 와인이라면 정말 기분 좋은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이런 기분 좋은 와인은 꼭 비싸야 할 이유는 없다. 저가의 와인은 저가 와인대로 고가의 와인은 고가의 와인대로 각 와인이 주는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
모든 독자들이 와인 맛을 잘 볼 수 있게 되기 바란다. 더 나아가서 모든 분들이 마음으로 와인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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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마주앙 공장장 출신 / 소믈리에 김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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