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바인’이라고요?
‘글루바인’이라고요?
겨울이 되면서 글뤼바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이에 대해서 온, 오프라인에서 글을 쓰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글뤼바인’이 아니고 ‘글루바인’이라고 표기합니다. 뭐 모두 글뤼바인이라고 이해는 하겠지만 그래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이의를 제기합니다. 쉽게 하나의 예를 들어봅시다. 여러분들은 옥토버페스트로 유명한 독일의 도시를 어떻게 부르나요? 아무도 문헨이라고 하지 않고 뮌헨이라고 할 것입니다. 글뤼바인의 경우나 뮌헨의 경우나 모두 ü를 사용합니다. Glühwein과 München! 그런데 뮌헨이라고 발음하면서 왜 글루바인이라고 말할까요? 하나는 도시의 이름이고 하나는 와인과 연관되어 있어서 그런 것은 분명 아니겠지요. 누군가 독일어 단어 타이핑이 어려워서 Glühwein 대신에 Gluhwein이라고 표기하고 이를 글루바인이라고 표기한 것이 계기가 되었겠지요. 그럼 뮌헨의 홈페이지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만약 ü를 사용한다면 뮌헨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줄겠죠. 비독일어 권에서 독일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제외하고 ü를 타이핑할 것을 기대할 수 없으니까요. www.muenchen.de가 뮌헨의 홈페이지 입니다. 즉 ü를 사용하기 어렵거나 불편하면 대신 ue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Gluehwein이라고 표기하고 글뤼바인이라고 발음하기를 제안합니다.
그래도 계속 ‘글루바인’이라고 표기하시겠다고요? 그럼 독일 와인의 등급과 연관된 단어인 Spätlese를 Spatlese라고 쓰고, 슈페트레제가 아닌 슈파트레제라고 발음하는 것이 일관적이겠네요? 피노 누아를 독일에서는 Spätburgunder라고 쓰는데 이것도 Spatburgunder라고 쓰고, 슈페트부르군더가 아니고 슈파트부르군더라고 발음하는 것이 일관적이겠네요. 안 그런가요? Qualitätswein과 Prädikatswein은 각각 Qualitatswein과 Pradikatswein이라고 쓰면서 크발리테츠바인과 프레디카츠바인이 아니고 크발리타츠바인과 프라디카츠바인이라고 발음하는 것이 일관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잘못 표기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습니다. 대성당으로 유명한 독일의 도시를 콜른이라고 부르지 않고 쾰른(Köln)이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쾰른의 홈페이지도 www.koeln.de 입니다. 이 정도면 ‘글루바인’이라고 부르는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시겠습니까?
한가지만 더 이야기 하도록 하지요. 유명한 독일의 축구선수 이름은 오질이 아니고 외질(Özil)입니다. 독일의 유명한 와인생산자의 이름은 돈호프가 아니고 된호프(Dönnhoff)입니다. 홈페이지는 www.doennhoff.com 이고요. 외국인이 내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해주면 좋게 평가하는 것처럼 와이너리의 이름도 정확하게 발음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더구나 와이너리의 이름이 된호프의 경우처럼 가족의 이름을 딴 경우에는 더욱 더 그렇겠지요.
독일어를 배운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아시겠지만 독일어에서 움라우트(Umlaut)를 사용하는 것은 Ä, Ö, Ü 이렇게 세 개뿐입니다. 독일어 자판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ae, oe, ue로 표기하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발음은 각각 Ä/ä [ɛː], Ö/ö [øː] , Ü/ü [yː]로 하면 됩니다. 슈페트레제(Spätlese), 쾰른(Köln), 뮌헨(München)과 연관시키기만 하면 움라우트가 들어간 독일 와인용어의 발음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복잡하지 않지요?
누군가 “독일어 어려워서 독일 와인도 어려워.”라고 말한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 하나 던지고 싶습니다. 보르도의 그 유명한 와인 Château Pichon Longueville-Comtesse de Lalande는 어떻게 발음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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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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