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뤼바인 즐기기

2021.05.03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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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뤼바인 즐기기


"루돌프는 빨간 코를 가졌네.
글뤼바인 마셨더니 쉬가 마려워.
어쩔 줄 몰라 서둘러 이집 저집 다니며
나의 인사를 전하네."

"Rudolph hat 'ne rote Nase.
Ihm drückt der Glühwein auf die Blase.
Bedröhnt fliegt er von Haus zu Haus.
Und richtet meine Grüße aus."

작자 미상의 이 유머스러운 시에서처럼 글뤼바인은 크리스마스와 연관이 있다. 유럽에서 많은 사람들이 야외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거닐며 글뤼바인을 즐기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내 여기저기에서 산발적으로 개최되는 작은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도 글뤼바인을 즐길 수 있다. 유럽에서는 글뤼바인 한 잔 마시며 추위에 움츠러든 몸을, 글뤼바인이 담긴 잔에 얼어붙은 손을 녹이며 강림절과 성탄절의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어느새 글뤼바인이 우리에게도 낯익은 추운 계절의 알코올 음료가 되었다. 크리스마스에 국한되지 않고.
 


글뤼바인의 의미
‘데우다’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의 동사 ‘glühen(글뤼엔)‘과 와인이라는 뜻을 가진 ‘Wein(바인)’이 합성되어 만들어진 글뤼바인(Glühwein)은 문자 그대로는 ‘데운 와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유럽의 와인법은 COUNCIL REGULATION (EEC) No 1601/91의 Article 2 (3) (f)와 REGULATION (EC) No 2061/96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의 Article 1 (4) (ii)에서 다음과 같이 글뤼바인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반면에 글뤼바인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불어의 뱅쇼(Vin chaud)에 대한 규정은 없다.
 
글뤼바인은 샹그리아(Sangria) 등과 더불어 “와인이 주성분인 가향된 음료(aromatized wine-based drink, aromatisiertes weinhaltiges Getränk)”로 분류되며, “레드 와인 혹은 화이트 와인에 주로 계피 그리고/혹은 정향으로 맛을 더한 가향된 음료(an aromatized drink obtained exclusively from red or white wine, flavoured mainly with cinnamon and/or cloves)”라고 정의되고 있다. 화이트 와인을 사용하여 글뤼바인을 만든 경우에는 레드 와인을 사용하여 만든 경우와는 달리 화이트 와인을 사용하였다는 표기를 반드시 추가로 해야 한다.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섞어서 글뤼바인을 만들 수 없으며 로제와인을 사용할 수도 없다. 글뤼바인을 포함한 모든 “와인이 주성분인 가향된 음료”의 알코올 도수는 적어도 7% 이상이어야 하고 14.5% 보다는 낮아야 한다. 또한 제조된 글뤼바인의 내용물 50% 이상은 와인이 차지하여야 한다. 일정한 감미료를 사용하는 것이 허락되지만, 감미료(예를 들면 액체의 감미료, 꿀 등)에 포함되어 있는 수분 이외에 별도로 물을 첨가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기성품으로서의 글뤼바인
국내에 수입되어 있는 글뤼바인 중에서는 ㈜글뤼바인 코리아가 수입하는 게르슈탁커의 제품이 많이 알려져 있다. 게르슈탁커는 계절적인 알코올 음료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70년 전통의 회사인데 화이트 와인으로 만든 글뤼바인은 뉘른베르크가 낳은 독일의 화가 뒤러의 이름을 사용하여 ‘알브레히트 뒤러 글뤼바인(Albrecht Dürer Glühwein)’으로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어 있는 것은 뉘른베르크의 눈 내린 크리스마스 마켓 모습을 라벨에 담은  ‘뉘른베르거 크리스트킨들레스 마크트-글뤼바인(Nürnberger Christkindles Markt-Glühwein)’이다. 몬테풀치아노를 레몬, 오렌지, 블루베리, 바닐라, 계피, 정향, 스타아니스, 올스파이스, 카르다몸, 너트맥 등을 10시간 이상 우려낸 추출물과 블렌딩하여 만든 이 글뤼바인은 과일과 식물의 인공향만 첨가한 제품과는 달리 풍부한 향과 맛을 지닌 프리미엄급이다. 1리터 용량에 8.5%의 알코올함량을 갖고 있다. 생산자인 게르슈타커가 2010년 1월 초에 자체적으로 발표한 바에 의하면 독일에서 소비되는 글뤼바인의 약 80%는 자사제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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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뤼바인 만들기 
글뤼바인을 만드는 데에는 보통 레드 와인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경우 드라이한 맛의 비교적 바디감이 있는 레드 와인을 사용한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독일의 뉘른베르크가 속해있는 프랑켄 지역, 이탈리아 북부, 오스트리아에서는 화이트 와인을 사용하기도 한다. 기성품인 글뤼바인은 그냥 데워서 마시면 되므로 간편하다. 나만의 글뤼바인을 만드는 것도 재미다. 향료로는 계피와 정향이 주로 사용되고 그밖에 스타아니스(star anise, Sternanis), 카르다몸(cardamom, Kardamom)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감미료로는 주로 설탕을 사용하지만 꿀을 택하기도 하고, 레몬이나 오렌지 같은 과일을 추가로 넣어서 만들기도 한다. 향료를 구입하는 것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내 입맛에 맞게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너무 저렴하지 않은 와인을 사용함으로써 글뤼바인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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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여서 글뤼바인을 만들거나 마신다고 말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절대로 섭씨 80도 이상으로 덥히거나 끓여서는 안 된다. 계피 등 향료의 맛이 현저하게 변하고, 섭씨 83도에서 글뤼바인에 포함된 알코올이 증발하기 시작하며, 히드록시메틸푸르푸랄(Hydroxymethylfurfural)이 설탕분해 시에 생성되는데 이것은 발암물질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품인 글뤼바인을 마실 경우 80도 이하로 데워서 마시면 되고, 직접 만들어 마실 경우 70~80도 사이에서 약 1시간 동안 데워서 마시는 것이 이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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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뤼바인과 건강
중세에는 글뤼바인을 만병통치약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오늘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글뤼바인이 건강에 좋다고 말하는 이유는 글뤼바인을 만들기 위해서 사용한 향료와 과일 때문이다. 계피는 소화를 촉진시키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정향은 소화에도 좋고 항균작용을 한다. 카르다몸은 식욕을 돋우어 준다. 이러한 향료의 방향유는 유쾌하게 해주고 행복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약간의 알코올 기운과 과일의 긍정적인 작용도 한 역할을 한다. 글뤼바인이 건강에 좋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이어트를 원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글뤼바인은 반갑지 않을 수 있다. 설탕이 첨가될 경우 그만큼 칼로리가 높기 때문이다.

겨울에 글뤼바인을 즐겨 마시는 이유 중의 하나는 글뤼바인을 마시면 몸이 따듯해져 추위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뤼바인이 몸을 따듯하게 해 주는 효과는 따뜻한 실내 공간에서 마실 경우 잘 나타나지만 추운 야외의 경우에는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에탄올에 의해서 혈관이 확장되고 그만큼 많은 혈액이 피부 가까이에 모이게 되어 신체가 온기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탄산의 알코올 음료와 마찬가지로 설탕이 들어 간 경우에 알코올이 보다 빨리 피에 흡수되므로 쉽게 취하게 된다.

여름에는 화이트 와인과 로제와인이 제격이고 추운 겨울에는 묵직한 레드 와인이 더 잘 어울린다. 글뤼바인 마시며 겨울의 모임을 가져보는 것도, 야외에서 글뤼바인 한 잔 마시는 것도 와인과 함께하는 생활의 즐거움 중의 하나다. 겨울이라는 계절에 어울리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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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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