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테이스팅 훈련을 하는 요령
와인 테이스팅 훈련을 하는 요령
오늘 제가 쓰고자 하는 내용은 테이스팅을 하는 방법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테이스팅 연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입니다.
테이스팅을 어떤 순서와 방법으로, 어떤 요소들을 언급하면서 진행해야 하는지는 이미 지난번에 설명 드린 적이 있고 저 말고도 다른 분이 다룬 기사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배운 테이스팅을 어떻게 하면 잘 훈련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면 테이스팅을 하는 방법보다 더 막막 할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그 많은 와인을 다 마실 수도 없고 설령 다 마신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테이스팅 능력이 좋아질지도 미지수니까요.
1. 반드시 리더가 필요하다.
테이스팅 훈련을 하기 위해 그룹을 만드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와인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코멘트를 들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룹에 테이스팅을 실제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인물이 없다면 그 모임은 애석하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긴 하지만 테이스팅의 경우는 예외라서 백지장은 그냥 백지장일 뿐입니다. 실력이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는 실질적인 실력의 발전보다는 자칫 술을 마시는 친목 ‘드링킹’ 모임으로 처음의 뜻이 변질 되는 것도 많이 봤습니다. 어떻게 기초공사를 했느냐에 따라서 건물의 완성도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와인을 마시고 많은 와인을 접하는 그룹이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테이스팅의 경험이 많고 실력이 뛰어난 리더를 두시기 바랍니다.
2. 각종 시음회에 반드시 참가하라.
금전적으로 굉장한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사실 와인은 종류도 너무 많은데다가 그 와인들을 접하는데 있어서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럴 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시음회에 참석하는 것입니다. 물론 자리에 앉아서 집중하며 시음하는 것과 스탠딩 형태의 시음회는 집중도 면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이런 시음회를 통해 경험을 넓히기 위해서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열성적으로 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필자의 경우 3일간 이어지는 시음회에 참석하고 싶은데 집이 너무 멀어서 아예 행사장 인근에 숙소를 잡아두고 출퇴근 한 기억도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겠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솔직히 자신이 없을 만큼 열정이 있었던 시절인데, 그런 경험이 지금 제가 테이스팅을 하는데 있어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3. 나만의 컨셉을 잡아라.
시음회에 참석하게 되면 보통 많이 저지르는 실수가 “오늘 나온 와인을 모두 맛 보겠다”라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물론 다 맛 볼 수 있으면 금상첨화지만 아무리 술고래라도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아! 가능은 합니다만 그건 더 이상 테이스팅으로서의 의미가 없습니다. 기억이 안 날 테니까요. 그래서 저는 시음회에 가시면 욕심을 버리고 한 가지의 컨셉만 정해서 그 것만 확실히 알고 가겠다는 마음으로 임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특정 품종이나 특정 국가 또는 지역을 정하고 그의 공통적인 특징을 파악하는 것에 주력한다면 많이 마시는 것에 주력하는 시음참가 보다는 훨씬 더 보람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4. 테이스팅 노트를 기록하라.
당연한 이야기지만 테이스팅 노트를 기록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시음했던 모든 와인을 머리 속에 기억한다면 걱정이 없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기 때문에 항상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거창하게 형식을 모두 갖추지 않아도 좋습니다. 간단한 특징들만을 기록하고 사진도 찍어 두신다면 더욱 좋겠죠? 한 가지 팁을 더 드리자면 블라인드 테이스팅이라는 것은 제가 생각하기에 시음한 와인의 특징과 정보를 머릿속에 입력해서 그것을 얼만큼 도서관처럼 잘 정리하느냐에 요령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를 잘해 놓으면 필요할 때 재빠르게 찾아서 사용할 수 있듯이 시음 와인의 정보를 어떻게 입력하는지가 중요한데 저 같은 경우엔 하나의 와인을 시음하면 그 와인에 대한 느낌을 한 두 가지 단어로 정의해서 기억하는 방법을 썼습니다. 그렇게 정리하다 보면 실제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할 때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경험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5. 기본에 충실 하라.
테이스팅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다양한 와인을 시음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초심자일 경우엔 가격이 비싼 와인 위주로 시음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저렴한 와인은 무시하고 가격이 비싼 와인만을 시음하거나 또는 고가의 와인을 소비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것 같은 모습을 보게 됩니다. 단순한 취미나 애호가로서의 접근이라면 그것 또한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만약 테이스팅을 전문적으로 훈련하고 싶다면 저는 오히려 저가의 기본급 와인부터 많이 시음하기를 권합니다. 사람을 예로 든다면 비싼 와인이라는 것은 그만큼 맨 얼굴 위에 화장을 비롯한 여러 가지의 꾸밈과 손길이 들어간 와인입니다. 아름답고 멋진 모습이 되긴 하겠지만 본질을 알기엔 오히려 힘들 수 있습니다. 저가의 와인은 사람으로 따지면 맨 얼굴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매력은 덜 할지라도 본 모습을 파악 하기 위해서는 더 좋습니다. 각 국가와 지역별 와인의 캐릭터, 품종 자체의 특징 등을 느끼기 위해서 우선은 기본급 와인을 많이 경험하시고 고가 와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디테일을 경험하시기 바랍니다.
6. 넓은 범위에서 좁은 범위로
시음을 하다 보면 처음부터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한 테이스팅 코멘트를 하려 노력하거나 또는 그렇게 하고 싶어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신의 물방울’ 류의 표현에 익숙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지어 그런 표현을 해야만 한다는 어떤 강박 같은 것을 가진 분도 봤습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고 솔직히 그런 현학적인 표현들은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이후에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멋져 보일 수 있겠지만 객관적인 것을 무시한다면 어느 순간 ‘빛 좋은 개살구’처럼 설득력 없는 테이스팅이 되고 말 것입니다. 우선 같은 국가의 와인들을 한데 모아서 시음하고 그 다음엔 같은 지역의 와인들을 시음한다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을 때 품종과 상관없이 대략적으로 어느 나라, 어느 지역 와인인지는 상당히 근접하게 접근이 가능합니다. 그 다음 기후, 품종에 따라 와인을 시음해서 ‘느낌’을 파악한 다음 비로서 구체적인 향과 맛에 대해서 테이스팅 하는 것이 요령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억하세요, ‘신의 물방울’은 맨 나중입니다.
7. 비교 테이스팅을 해보면 좋다.
지금까지 알려드린 요령들을 바탕으로 좀 더 재미있게 연습을 하려면 적절한 기준을 잡고 적합한 와인들을 선정해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단 무작정 아무 와인이나 늘어놓고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와인의 구성이 아주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품종 다른 국가, 같은 품종 다른 지역, 같은 나라 다른 품종, 신대륙과 구대륙 등의 주제를 잡아서 훈련하면 어느새 블라인드 테이스팅의 강자가 되어있는 본인의 모습을 발견 할 수도 있습니다.
“테이스팅 능력은 타고 나는 것이냐?”라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솔직하게 말씀 드려서 개인차가 분명히 존재하고 억울하게도 타고난 천재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력을 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분명히 도달할 수 있으며 옳은 방법과 요령 그리고 리드를 통하는 것이 타고난 능력일지라도 그것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즐겁고 가볍게 즐기는 와인도 좋지만 테이스팅을 잘 하고 싶다면 제가 알려드린 팁을 조금 참고하셔서 연습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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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NE BY 오형우(Dean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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