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주정강화 와인, 쉐리의 모든 것
세계 3대 주정강화 와인, 쉐리의 모든 것
보통 세계 3대 주정강화 와인(Fortified Wine)이라고 하면 포르투갈의 포트(Port), 마데이라(Madeira) 그리고 스페인의 쉐리(Sherry)를 꼽습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주정강화 와인들이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는데 반해 한국에선 이런 와인들을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찾았다고 해도 일반 와인과는 다른 양조 방법과 그에 따른 명칭들 때문에 어떤 와인인지 판단하기가 힘듭니다.
이번 시간에는 주정강화 와인 중에서도 한국에서 특히나 찾기가 힘든 쉐리 와인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개요
쉐리라는 명칭인 스페인의 ‘헤레스 데 라 프론테라(Jerez de la Frontera)’라는 지명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헤레즈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카디즈(Cadiz) 주에 위치하고 있는데 매우 더운 지역이지만 포니엔테라고 불리는 대서양의 바닷바람이 열기를 식혀줍니다. Sherry는 영어식 발음이며 Xerez라는 불어식 표현과 Jerez라는 현지식 표기가 모두 스페인의 DO명칭으로 통용됩니다. 쉐리 양조에 허용되는 품종은 3가지로 팔로미노, 페드로히미네즈, 모스카텔입니다. 90% 이상의 쉐리가 팔로미노 품종을 사용하고 나머지 두 품종은 쉐리에 단 맛을 추가하거나 색깔을 더 하기 위해 블랜딩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쉐리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있으며 미국의 경우 2005년 이후 미국과 EU간의 협정으로 인해 명칭 사용이 가능하나, ‘캘리포니안 쉐리’처럼 생산지역 명을 앞에 표시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쉐리는 논-빈티지지만 소수의 생산자들에 의해서 빈티지 쉐리가 생산되기도 합니다. 헤레즈 지역에는 3가지의 주요 토양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알바리사(Albariza)토양입니다. 알바리사는 백악질의 토양으로 흰 색을 띠고 있습니다. 이 토양은 수분을 흡수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해서 포도나무의 뿌리가 마르는 것을 방지하고 햇빛을 반사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알바리사 토양을 가지고 있는 지역은 특히 헤레즈 슈페리오르란 이름으로 분류되고 그 안에서 다시 개별 포도밭 명칭으로 구분되는데 현재 약 150개의 와이너리가 이에 속합니다. 이 밖에 토양으로는 Arenas(아레나스)와 Barros(바로스) 토양이 있는데 아레나스는 모래 토양으로 모스카텔을 주로 재배하며 바로스는 점토가 많이 포함된 토양입니다.
2. 쉐리의 양조과정
수확된 포도 중 페드로히미네즈와 모스카텔 포도는 햇빛에서 1~2주간 건조시켜 당분 함량을 높이는데 이 과정을 솔레오(Soleo)라고 합니다. 이렇게 건조한 포도는 Vaslin이라는 수평압착방식과 Willmes라고 불리는 기압프레스로 압착하는데 전통적은 방식은 ‘라거’라는 통을 이용했습니다. 알코올 도수 5% 내외로 발효한 와인은 비노 둘체(Vino Dulce)라고 부르는데, 쉐리에 갈색 빛을 내기 위해 첨가하거나 쉐리의 당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됩니다. 또는 둘체 파사라고 불리는 것도 쉐리를 더 달게 하기 위해 사용되는데 이는 팔로미노 포도를 압착하여 브랜디를 첨가해 만든 것입니다. 몇몇 생산자들은 이 색을 내기 위해서 캬라멜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쉐리의 색을 더욱 진하게 하기 위해서 아로뻬 또는 비노 데 꼴로르라고 불리는 포도 농축쥬스를 첨가하기도하는데 이느 발효되지 않은 페드로히미네즈나 모스카텔 포도를 끓인 것입니다. 건조시킨 포도를 압착할 때 전통적으로는 예소(Yeso)라고 불리는 석고를 첨가했는데 요즘은 주석산이 대체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와인의 산도를 높이고 잡균번식을 예방하며 더욱 드라이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데슬리오(Deslio)라고 불리는 1차적으로 발효를 마친 와인은 오크통에 옮겨 담아지는데 이때 플로르(Flor)를 발생시키기 위해서 오크통의 끝까지 와인을 채우지 않습니다. 이듬해 1월이 되면 오크 통 안에 와인들을 분류하는데 상태가 좋지 않아 증류용으로 사용될 것들, 플로르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들, 식초가 되버린 것들을 따로 분류하여 쉐리 양조용으로 결정된 와인에는 포도를 증류한 알코올로 주정강화 합니다. 이때 플로르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와인들은‘피노’나 ‘만자니아’ 쉐리가 되는 것입니다. 플로르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와인들은 알코올 도수를 약 15.5%정도로 만들어주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플로르가 더 이상 형성되지 않도록 17.5% 정도로 주정강화 합니다. 17.5% 이상의 알코올에서는 플로르가 생기지 않는데 이런 와인들은 올로로소(Oloroso) 타입의 쉐리가 됩니다. 플로르는 4가지의 효모로 이루어진 ‘효모 막’으로서 과다한 산소가 와인에 접촉하여 산화되는 것을 막아주면서도 쉐리 특유의 풍미를 만들어 냅니다.(알코올 15.5% 이상에서는 소멸)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들은 600리터 들이 미국이나 캐나다산 오크통에 담기는데 이 것을 사용하는 이유는 프랑스 오크통에 비해서 이 들의 기공이 커서 좀 더 많은 숙성효과를 주기 때문입니다. 18개월 정도 숙성이 끝나게 되면 최종적으로 분류가 이루어지는데 4가지의 종류로 분류합니다.
1)팔마(Palma)-최상급, 피노나 아몬티아도 쉐리 양조에 주로 쓰임
2)팔로 코르타도(Palo Cortado)-팔로 코르타도 쉐리 양조에 쓰임
3)라야(Raya)-올로로소 용
4)도스 라야(Dos Raya)-좀 더 낮은 품질의 올로로소 용
3. 솔레라 시스템
쉐리를 블랜딩하는 방법으로 ‘프랙셔널 블랜딩’이라고도 불립니다. 쉽게 말하면 오래된 와인에 같은 종류의 새로운 와인들을 채우는 방법입니다. 피라미드 형태로 오크통이 쌓여지는데 가장 아래에 놓인 와인(실제 병입되는 부분)을 솔레라라고 하고 1/3 이하만 덜어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단계를 1. 크라이데라, 2. 크리아데라 식으로 부르게 됩니다. 주정강화 후 첫 해의 통은 6개월 정도 숙성을 한 후 크리아데라로 옮겨지는데 이 통을 소브레타블라(Sobretabla)라고 합니다. 가장 위에 있는 오크통은 비노 다나다(Vino d'Anada)라고 부르며 보통 2년정도 숙성된 와인입니다. 쉐리는 병입까지 최소 3년 정도 솔레라 시스템에 머물러야 하는데 보통 5~8년 정도가 소요됩니다.
4. 쉐리의 종류
1)피노(Fino)
드라이하며 섬세한 타입으로 플로르를 이용하여 산소와의 접촉이 거의 없습니다. 알코올은 15.5%~17% 사이어야 하며 만자니아 보다는 덜 드라이합니다. *페일 크림(Pale Cream)-피노 쉐리에 농축 포도즙을 첨가하여 약간 스위트 하게 만든 스타일로 개발된지 얼마되지 않은 쉐리입니다.
2)만자니아(Manzanilla)
매우 드라이하며 피노 쉐리의 양조조건과 동일해야 하며 특히 '산루카 데 바라메다(Sanlucar de Barrameda)' 지역에서 숙성되어야 합니다. 바다와 인접해 있는 이 지역의 특징으로 플로르가 두껍게 발생하며 와인에서 짠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만자니아 파사다-3년이상 숙성해서 아몬티아도의 느낌이 나기 시작한 만자니아 쉐리를 말합니다.
3)아몬티아도(Amontillado)
드라이한 쉐리로 오크통에서 7년~8년간 숙성되기 때문에 약간의 갈색을 띠게 됩니다. 전통적인 아몬티아도는 피노 쉐리의 숙성버전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헤이즐넛 향이 특징이고 높은 품질에 가격도 비쌉니다. 알코올은 16%~18%이어야 하며 피노 쉐리 단계에서 증발한 와인을 보충하지 않기 때문에 알코올이 상승하고 때문에 플로르가 결국 소멸하게 됩니다. *미디엄(Medium)-아몬티아도 쉐리에 농축 포도즙을 첨가하여 스위트하게 만든 스타일의 쉐리, 페일 크림과 크림 쉐리의 중간형태입니다.
4)팔로 코르타도(Palo Cortado)
희귀한 타입의 쉐리입니다. 초반에는 플로르가 있었지만 죽어버린 와인으로 만들어 진다. 소브레타블라가 끝난 피노 쉐리를 17% 정도까지 주정강화하여 올로로소 스타일로 산화 숙성한 타입으로 아몬티아도와 올로로소의 중간성격입니다.
5)올로로소
올로로소의 알코올은 18%~20% 사이이며, 원래는 드라이하지만 병입 전에 약간의 당분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풍부한 맛을 가지고 있으며 구워진듯 한 풍미의 산화된 맛이 특징입니다. 최상급의 올로로소들은 드라이한 경우가 많습니다. 플로르 없이 산소와 접촉시켜 산화 숙성한 타입의 쉐리입니다.
6)크림(Cream)
올로로소에 당과 색소를 첨가하여 만들어 집니다. 당도를 첨가하기 위해 사용되는 품종은 페드로 히미네즈와 모스카텔이며 대중적인 크림 쉐리는 ‘도스 라야’ 와인으로 만들어 집니다. 브라운 쉐리라고 불리는 더 달고 짙은 색상의 쉐리가 있지만 공식 분류에는 속하지 않습니다.
7)이스트 인디아(East India)
동인도로 향하는 배의 중심을 잡기위한 용도로 사용된 쉐리통에서 기원하는 쉐리입니다. 적도를 지나면서 와인이 뜨거워졌다 식었다를 반복하며 부드러운 풍미를 가지게 된 쉐리입니다.
8)알마세니스타(Almacenista)
쉐리 와인 투자자쯤으로 볼 수 있습니다. 쉐리가 될 와인들을 매입하여 쉐리를 만든 다음 쉐리 하우스에게 되파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드라이하며 블랜딩 되지 않은 쉐리 와인입니다. 이 쉐리들을 쉐리 하우스에 팔지 않고 본인들의 이름(알마세니스타 이름)을 표시하여 병입, 판매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러한 쉐리를 알마세니스타 쉐리라고 합니다. 이런 쉐리들은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찾기가 쉽지 않고 와인에 번호가 표시됩니다.
9)PX
페드로 히미네즈 품종의 약자입니다. 태양에서 건조된 PX품종으로 만들며 아주 짙은 갈색을 보입니다. 기울여 보면 테두리에서 노란색과 호박색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농축된 견과류와 말린 무화과, 살구, 건포도 등의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10)VOS(베리 올드 쉐리)
만약 레이블에 이 명칭이 써 있다면 최소 20년 이상 숙성된 쉐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11)VORS(베리 올드 레어 쉐리)
30년 이상 숙성된 쉐리 와인의 레이블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
WRITTEN BY 오형우(Dean Oh)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