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의 진실, 그리고 유감
프랑스 와인의 진실, 그리고 유감
얼마 전 K모 방송국의 한 프로그램에서 ‘프랑스 와인의 진실’이라는 주제로 내보낸 방송이 요즘 와인 업계에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프랑스 와인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고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다는 것을 문제 삼은 내용인데요,
자극적인 편집으로 인해 일반 와인 소비자 분들께 적잖은 충격과 오해를 불러 일으켰을 것 같아서 오늘은 방송에 문제점으로 다루어 졌던 내용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방송에 언급된 내용들은 크게 문제가 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 입니다.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 와인 생산국에서 보통 사용하고 있는 양조 방법들로서 이것은 선택의 문제일 뿐이지 사용자체가 문제나 범법행위가 될 수는 없는 것이죠.
오히려 유럽이 아닌 신대륙 와인에서 더욱 많이 사용하는 방법들인데 이를 프랑스 와인만의 문제라고 다루어 진 점이 아쉽습니다.
프랑스에서 방영된 이 방송의 전체 영상 주제는 사실 ‘떼루아(Terrior)’입니다.
프랑스 인들이 와인생산에 있어서 ‘떼루아’에 갖는 자부심은 대단한데, 여러 양조상의 기술을 사용한 와인들이 늘어나면서 ‘떼루아 와인’들과의 비교를 한 것입니다.
이것이 한국에서 편집되면서 마치 프랑스 와인 전체가 불법적인 양조방법을 사용하는 마셔서는 안 될 것처럼 비춰지게 된 것입니다.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 볼까요?
1. 살충제 사용 논란 특히 발암물질인 카벤다짐의 검출 문제
카벤다짐은 곰팡이성 질병을 억제하기 위한 물질로 프로그램에 검출된 카벤다짐의 검출량은 사실 허용치 이내의 양입니다. 보통 포도밭에 살포하는 농약은 수확 전 2주 까지는 허용이 됩니다. 왜냐하면 농약이 포도에 남아있는 기간이 약 2주기 때문이죠. 더구나 혹시라도 남아있을 수 있는 농약 성분도 와인이 되기까지 걸리는 오랜 발효 및 숙성기간 동안 침전물을 가라앉아 거르는 작업(Racking)을 통해 거의 제거됩니다. 와인에 사용되는 농약은 허용치 이내만 사용이 되며 국내 수입이 될 때도 다시 한번 잔류 농약 검사를 하고 있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방송에 나온 보르도는 해양성 기후를 가지고 있는데 온화한 기후로 포도재배에 적합하지만 비가 많고 습도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때문에 유기농 재배가 쉽지 않습니다. 반면 비가 적고 무더운 신대륙 와인들은 점점 유기농 재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허용치 이내의 농약 사용은 보르도 와인을 즐기는 것에 있어서 어찌 보면 숙명일 수도 있습니다. 인체에 무해한 정도의 농약검출도 찜찜하다면 유기농 와인을 선택하셔서 드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물론 허용치 이상의 농약을 사용하는 업체가 있다면 마땅히 처벌을 해야겠지만 모든 프랑스 와인이 그렇다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2. 알코올을 높이기 위한 보당 작업
프랑스에서는 지역별로 빈티지가 좋지 않을 경우에 규제에 따라 일정 수준의 보당이 허용되어 있습니다. 단지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 서늘한 기후를 지닌 국가도 각각의 기준치 내에서 보당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더운 나라나 지역은 산도를 높이기 위한 가산이 허용되기도 하고 또는 산도를 줄이는 감산을 허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보당을 마치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금지적 행위로 묘사한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대중적 와인이 아닌 고급 와인들은 대부분 보당을 하지 않고 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이 부분을 금지적 행위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3. 발효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효모 투입
사실 이번 방송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부분입니다. 와인은 포도의 당분을 알코올로 발효시켜 만들어지는 것인데 이 발효를 일으키는 것이 바로 효모입니다. 방송에서는 포도껍질에 붙어있는 하얀 가루(야생효모)를 이용하지 않는 것을 문제 삼고, 이를 발효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함이라 설명했습니다. 배양효모는 야생효모 중에 알코올 발효에 최적화 되고 좋은 향과 맛을 낼 수 있는 것들만을 추출해서 분리한 것입니다. 야생효모는 복잡하고 다양한 향을 표현합니다. 그러나 발효 온도에 따른 차이가 있겠지만 발효 속도가 느리고 높은 알코올을 만들어내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또 여러 발효통의 발효상태의 균일함을 보장하기가 힘들기도 합니다. 어떤 통은 발효가 잘되었지만 어떤 통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험성이죠. 프랑스의 대표적 와인 산지 중 부르고뉴 같은 경우엔 종종 야생효모를 사용해 와인을 만드는 곳이 있지만 이 경우 장기간의 발효에 견딜 수 있도록 포도가 매우 건강해야 하고 외부 잡균들로부터 철저한 보호 관리가 필요합니다. 배양효모는 현재 대부분의 와인산지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야생효모에 비해 발효 안정성과 효율성 그리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풍미들을 만들어 냅니다.
3. 오크칩 사용
오크칩을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크 숙성을 통해 와인에 바닐라와 토스트 향 등이 배어들게 되는데, 이 오크통의 가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프랑스산 새 오크통의 경우 백만원을 훌쩍 넘어갈 정도로 고가입니다. 소비자들은 보통 오크향이 나는 와인을 선호하는데 저가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의 경우 새 오크통을 구입해서 사용하기엔 무리가 따르겠죠. 그래서 중고 오크통을 사용해서 와인을 숙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오크 풍미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선택하는 방법이 오크칩이나 오크 널판지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오크 통을 사용한 와인과 칩을 사용한 와인은 숙성력에서의 차이는 보일 수 있지만 바로 소비할 저가 와인에는, 오크통 숙성한 듯한 느낌의 와인을 맛 볼 수 있는 이 양조 기술이 오히려 반가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이 방법은 프랑스뿐 아니라 오히려 뉴 월드 와인 생산지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이 방법이 와인 등급에 따라 사용이 허가되거나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절대 무조건적인 불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4. 이산화황 사용
이산화황의 경우 대부분의 와인에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최고급 와인의 경우에도 기준치 범위 이내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와인에 사용되는 이산화황의 양은 마셔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양이 절대 아닙니다. 이산화황은 포도를 수확해서 양조하고 병입하는 과정에까지 잡균들로부터 와인을 보호하고 산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양조에 사용되는 발효조, 오크통 등을 소독하는 용도로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밖에 색소를 사용한다거나 향료를 사용한다고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금시초문으로 도대체 어떤 것을 사용 한다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설령 사용한다고 해도 이는 절대 용납 될 수 없는 행위입니다. 방송에 등장한 와이너리에서 “이 방법은 모두가 사용하는 방법이다”라는 식으로 인터뷰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본인들의 행위를 정당화 하기 위한 말로서 절대로 모두가 그렇진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이런 양조를 행한 와이너리가 있다면 이 업체만 처벌하는 것이 옳을 것이며 마치 모든 프랑스 와이너리가 그렇다는 식으로 비춰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방송 내용은 큰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네요. 제가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은 마치 대단한 문제인 것처럼 다뤄진 내용들의 대다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와인을 만드는 선택적 방법으로 존재해 왔으며 절대 마셔서 안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와인은 여러 분들이 잘 아시다시피 여러모로 건강에 도움을 주는 술 입니다. 부디 프랑스 와인을 비롯한 전 세계의 와인에 오해가 없으시길 바라며 즐거운 와인 생활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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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오형우(D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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