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알코올이 와인과 같습니다.
소주 알코올이 와인과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와인과 같아졌습니다.>
최근에 소주의 알코올이 자꾸 내려가더니만 이제는 와인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순한 소주가 과연 와인 시장을 침식하게 될까요? 주류 시장 전체를 크게 보면 어느 주류가 많이 팔릴 때에는 다른 주류가 판매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소주의 알코올이 14도, 13도로 내려와서 알코올 12 - 14도 전후의 와인과 비슷하게 되었기 때문에 와인이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와인을 마시던 사람이 "야, 오늘 와인 대신에 순한 소주로 한잔 하자." 하지는 않을 것이고 또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싸다고 와인 대신 소주를 마시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와인을 마시는 분들의 부류별로 보면 와인 애호가들은 소주의 알코올이 올라가든 내려가든 별로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 와인을 가끔 마시는 분들은 어차피 와인을 자주 마시는 곳도 아니고 가끔 특별한 자리에서 마시는 것이므로 와인을 마시는 회수는 거의 같을 것입니다. 따라서 와인을 마시는 분들을 놓고 보면 순한 소주 때문에 와인의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서 "야, 오늘 소주는 순한 걸로 꺽자." 하는 분들은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소주 중에서 알코올 높은 것과 순한 것끼리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소주의 알코올이 얼마나 더 내려갈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주의 알코올 도수 변화를 알아보면 1924년에는 소주의 알코올이 35도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65년 30도로 내려갔습니다. 1973년에는 25도, 1998년에는 23도, 2001년에는 22도, 2004년에는 21도,2006년에는 20도, 2007년에는 19.5도, 2014년 18도, 2015년에는 드디어 와인 수준인 14도, 13도로 내려왔습니다. 알코올 35도 소주는 41년을 유지하다가, 30도로 8년을 유지했습니다. 1973년 25도로 내려가서는 25년 동안 상당히 오래 유지했기 때문에 나이 드신 분들은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당연히 25도로 알고 있습니다. 소주를 마시고 “카” 하는데 아마도 “카” 소리는 25도 정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8년 후인 2006년에는 순한 것을 찾는 젊은 층과 여성 소비자들을 위해서 20도로 내려갔습니다. 소주의 알코올 마지노선이 20도이라고 생각하여서 버티다가 결국은 1년 뒤 2007년에 20도의 마지노선을 깨트리고 19.5도로 내려갔습니다. 20도 아래로 내려가니 너무 싱겁다는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어서 “소주는 역시 25도야” 하고 옛날 25도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소주 회사들은 계속 더 순한 것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올해는 드디어 와인수준으로 내려 왔습니다. 소주 회사들이 알코올 13-14도의 소주를 만드는 것은 다분히 와인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소주만 팔지 와인시장까지 빼앗아 가려는 것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닙니까? 와인 시장을 생각하지 않고 순한 소주를 만들다보니 알코올이 그렇게 되었다고요? 그렇다면 알코올을 낮추어서 순하게 만들면 되지 왜 과일 향을 넣습니까? 과일 향이 나도록 해서 결국은 와인 비슷하게 만든 것 아닌가요?
과일향을 넣은 순한 소주는 제가 보기에는 실패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소주는 역시 “카” 가 나와야 한다는 소주에 대한 인식이 있기 때문에 순하고 향긋한 것으로 한두 번 맛을 보게 되나 결국 과거 소주의 추억에는 전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원래 소주인 25도로 되돌아 갈 것입니다. 14도의 순한 소주 맛을 본 분들중에서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도 소주 회사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앞으로 알코올 내리기 경쟁을 계속할 것입니다. 25도에서 14도로 내려 왔는데 여기에서 멈추겠습니까? 아마도 더 내려갈 것입니다. 그러면 앞으로 소주의 알코올이 얼마나 더 내려갈까요? 제 생각에는 알코올 14정도인 와인 시장을 지나서 그 다음 목표는 막걸리 시장일 것입니다. 막걸리를 겨냥해서 조금 독한 막걸리인 8도를 거쳐서 6도로 내려가는데 아마도 이때에는 소주에다 여러가지를 첨가할 것입니다. 알코올이 6도이면 맹탕 물입니다. 소주 회사로 보면 소주 값에서 주정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되는데 알코올이 6도로 되면 많은 이윤이 생기므로 이 유혹을 버리지 못 할 것입니다. 소주는 막걸리에 만족하지 않고 내친김에 다시 알코올을 더 낮추어서 알코올 4도로 맥주 시장을 겨냥할 것입니다. 당연히 이때에는 맥주 비슷하게 쓴맛도 넣고 탄산가스도 주입할 것입니다. 알코올 25도의 소주는 드디어 맥주 시장에서 결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와인시장과 막걸리 시장과는 다르게 맥주 시장은 엄청나게 큰 시장이므로 큰 싸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연 소주가 와인 시장과 막걸리 시장을 거쳐서 맥주 시장까지 점령하러 진군을 할까요? 제 생각에는 소주 회사들의 탐욕으로 내려가기는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소주가 점점 순해 질수록 25도의 추억을 가진 애호가들이 안 따라가고 낙오해서 본진으로 되돌아가게 되므로 생각대로는 잘 안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부 젊은 층과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따라가겠으나 알코올 4도에 이르면 우군의 대부분은 본진인 25도 소주로 돌아가 버릴 것으로 추측됩니다. 소주의 시장은 25도 전후가 거의 국민 정서에 맞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소주가 소비자들의 변화를 따라서 모든 주류의 영역으로 변해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막걸리가 와인을 닮아보려고 애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결과가 어떻습니까?막걸리는 막걸리다워야 삽니다. 왜냐하면 막걸리는 단순히 막걸 리가 아니고 우리나라에서는 하나의 문화이거든요. 막걸 리가 막걸리이기를 포기하면 막걸 리가 아닙니다. 소주도 같다고 봅니다. 소주도 문화입니다. 소주가 너무 변해버리면 소주 문화가 아니지요.소주는 소주다워야 삽니다. 맥주에는 맥주의 문화가 있고, 막걸리에는 막걸리 문화가 있고, 와인에는 와인 문화가 있고, 소주에는 소주 문화가 있고, 위스키에는 위스키 문화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문화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소주가 이런 선택을 혼란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지나친 생각으로 생각되나 소주가 알코올 13까지 내려오는 것을 보면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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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앙 공장장 출신 / 소믈리에 김 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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