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철의 포도의 종류

2021.04.22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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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의 종류

 

와인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는 포도기후토양그리고 인간의 손길이라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현대와 같이 와인 양조기술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그 이론이 보편적으로 보급된 상태에서 와인의 품질은 거의 포도의 품질로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그리고 포도는 농산물이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에 가장 적합한 종류의 포도를 선택해서 재배해야 최고의 포도를 얻을 수 있고그것으로 만든 와인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할 수 있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포도가 있고와인의 다양성 역시 여러 종류의 포도에서 나오며그 다음에 포도 재배지의 기후와 토양그리고 재배와 양조에 관여하는 인간 즉 기술이 또 다른 다양성을 주게 된다와인을 배우는 사람에게 있어서 포도의 종류에 대한 지식을 탐구하는 것은 와인의 지식을 더욱 깊게 하기 위한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종과 품종

‘종(Species)’은 우리가 보통 부르고 있는 생물 명칭즉 개고양이장미 등으로하나의 종은 동일한 형태적 특성과 생활형을 가지며이들 간에 생식이 가능하고다른 것 사이에 생식적 격리가 일어나는 개체군의 집단을 말한다인위적으로 말과 당나귀 사이에서 노새가 생기지만노새는 생식능력이 없으므로 말과 당나귀는 별개의 종으로 본다다시 말해서종이란 서로 생식을 통해서 동일한 유전자 구성을 갖는 자손을 낳을 수 있는 집단이라고 생물학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식물은 종간의 구분이 애매하고어떤 사정에 의해 자연적인 돌연변이로 종의 형태나 성질이 잘 변할 수가 있는데이런 것을 ‘변종(Variety)’이라고 하며예를 들면우리가 불어로 ‘피망(Piment)’이라고 부르는 것은 고추의 변종이다품종이란 단어는 영어로 ‘레이스(Race)‘폼(Form)‘버라이어티(Variety)’ 등 여러 가지로 표기하지만인류가 유익한 방향으로 개량한 집단으로 몇 가지 실용적으로 다른 형질을 갖고 있다예를 들면통일벼는 벼의 품종이 된다그러니까 우리가 포도의 품종이라고 부르는 것은 위 세 가지를 모두 일컬어서 부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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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속의 분류

포도는 포도과(Vitaceae) > 포도속(Vitis)으로 분류되며포도속은 다시 유럽 종미국 종카리브 종아시아 종으로 분류된다이 중에서 유럽 종은 카스피해 및 흑해의 남부와 소아시아 원생종으로 ‘비티스 비니페라(Vitis vinifera) 한 종뿐이며대부분 와인용으로 사용되고 있다카베르네 소비뇽샤르도네 등 우리가 잘 아는 와인용 품종은 여기에 속한다.

 

미국 종은 북미 대륙의 동부에 널리 퍼져 있으며 ‘비티스 라부르스카(V. labrusca)’를 비롯하여 29종이나 있고와인용으로는 별로지만그 특성과 용도가 다양하여포도의 육종내병성내충성토양 적응성 등의 개선에 크게 공헌한 종이며특히 필록세라에 저항력이 강하여 대목용으로 인기가 좋다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잘 적응하여 우리나라 포도의 대부분은 미국종이며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다그 외 카리브종이 있고아시아 종은 우리가 잘 아는 머루를 말한다그러니까 식용으로 사용하는 미국 종 포도와 와인용으로 사용하는 유럽 종 포도는 수박과 호박이 다르듯이 종 자체가 다른 것이다.

 

잡종도 잡종 나름

유럽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미국 동부에는 수많은 포도가 자생하고 있었다이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더니 너무 맛이 달라서 유럽에서 포도를 가져왔으나유럽 종 포도는 미국 동부지역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서 실패하고이 두 종의 포도를 교잡하여 잡종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이렇게 서로 다른 종 사이의 잡종을 ‘하이브리드(Hybrid)’라고 한다예를 들면추석 무렵에 나오는 머루포도라는 것은 머루하고는 아무런 관계도 없으며정식 명칭은 MBA(Muscat Bailey A)로서 미국 종과 유럽 종의 교잡종(Hybrid)이다.

 

이렇게 유럽 종 포도와 미국 종 포도의 교잡종을 ‘프랑스계 잡종(French hybrid)’이라고 하며수많은 미국 종끼리 주로 야생에서 우연히 생긴 것을 ‘미국계 잡종(American hybrid)’이라고 한다. 한편유럽 종 사이에서도 교잡종이 많은데카베르네 프랑과 소비뇽 블랑 사이에서 나온 카베르네 소비뇽과 같이 동일한 종 사이의 잡종은 ‘크로스(Cross)’라고 하므로잡종이라도 어떤 포도에서 나온 것인지에 따라 그 사용하는 용어가 다르다.

 

클론(Clone)

포도는 꺾꽂이접붙이기와 같은 영양 번식을 하기 때문에 같은 품종이라면 어느 것이나 유전적 조성이 같아야 하지만식물은 한번 자리를 잡으면그 자리에서 일생을 보내기 때문에 추위나 가뭄 등 어려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기 몸을 비틀어 변이를 할 수 있다이렇게 오랜 번식 세대를 거치는 동안 돌연변이(Mutation)에 의한 부분적인 변이가 발생하여 축적된 것이 많기 때문에 동일한 품종이라 하더라도 내병성수확량내한성이 다르기 마련이다이렇게 동일한 품종에서 변이가 되어 생긴 유전적 조성이 동일한 자손을 ‘클론(Clone)’이라고 한다.

 

그래서 품종이 결정되면어떤 클론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시 한번 와인의 품질이 좌우된다특히피노 누아는 변종이 많아서 부르고뉴에만 약 150 개의 다른 클론이 있는데알맹이 크기색깔의 강약타닌 함량 등이 다양하여어떤 클론을 어떤 포도밭에 심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미국 동부나 일본에서 유럽 종 포도가 어느 정도 성공한 이유는 바로 이 클론 선택을 잘 했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 유럽 종 포도를 도입하려면품종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그 포도밭의 미기후(Microclimate)와 토양의 성질에 적합한 클론의 선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 포도

우리나라의 포도재배 시기는 기록이 없어서 정확히 알 수 없다옛 그림이나 문헌에 포도가 나타나지만포도인지 머루인지 그 구분이 애매하다. 그러니까 현재 우리나라 포도라는 것도 알고 보면미국 종이나 그 교잡종으로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백 년도 안 된 것이다현재 남아있는 우리나라 포도는 수천 년 동안 이 땅에서 자란 머루라고 할 수 있다.

 

김치가 맛있어야 김치찌개가 맛있다아무리 훌륭한 요리사라도 맛없는 김치로 맛있는 김치찌개를 만들 수는 없다와인도 마찬가지로포도가 와인용으로 적합해야 와인이 맛있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서 와인제조가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기후 조건상 와인에 적합한 포도가 안 나오는데도 외국 기술자를 초청하고외국에 가서 와인제조기술을 배워봐야겨우 찌개 끓이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진작 우리나라 풍토에 맞는 품종개발에 힘을 쏟았더라면 지금 정도면 좋은 와인이 나왔을 지도 모른다.

 

WRITTEN BY 김준철 (Jun Cheol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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