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마리아주
와인에 대해 맛보고 구분하고 어떤 나라 어느 지역 와인인지,
와인의 품종과 기본적인 맛, 시음 시기는 언제인지 이런 것을 숙달시키고 몸에 익히는 전문가, 소믈리에.
소믈리에가 된 이유는 각기 다르겠지만 그들이 와인을 배우고 시음하며, 그 풍미를 읽기 위해 노력하는 데에는,
와인을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와인마다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음식들을 가이드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특히 유럽인들은 와인을 요리의 맛을 돋우기 위한 ‘소스’라고 표현할 정도로 와인과 음식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들은 좋은 와인과 그에 어울리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며, 음식과 와인의 조화를 ‘Mariage(결혼)’이라고 표현합니다. 제가 한창 와인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을 때 아무 것도 모르고 가족과의 외식자리에서 레드 와인을 함께 마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마셨던 레드 와인이 왜 그렇게 떫고 맛없게 느껴졌던지, 그날은 온 가족이 모두 횟집에서 광어회를 먹는 자리였습니다. 와인의 떫은맛은 음식과의 궁합이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와인과 음식의 조화에 대한 지식 없이 무턱대고 광어회와 프랑스 보르도의 묵직한 레드 와인과 함께 먹었으니, 떫은식감은 정해진 운명이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음식과 와인의 궁합은 꽤 중요합니다. 식사자리에서 느낄 만족감의 척도를 가르는 핵심이라는 것이죠. 저와 같은 실수는 피하시길 바라며, 오늘은 음식과 와인의 조화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음식과 와인이 이루는 최상의 궁합은 서로의 맛을 더욱 강화시켜 주는 파트너 역할을 합니다. 와인의 맛은 같은 지역, 같은 연도라고 하더라도 와인 메이커에 따라, 숙성 단계에 따라 아주 다양합니다. 요리도 마찬가지로 레시피대로 요리한 음식이라 하더라도 만드는 이의 손맛에 따라 민감한 차이가 생기죠. 그러므로 와인과 음식을 추천할 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믈리에나 식당에서 와인을 판매하는 접객원들에게 때론 실험 정신이 필요합니다. 만드는 이의 손맛은 둘째 치고, 신흥국가의 와인이나 새로운 빈티지 와인과 지역적 특성을 가진 음식과 풍습들의 새로운 특징들을 한데 묶어서 의외로 훌륭한 만남을 주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과 와인의 완벽한 조화는 약간의 예술과 약간의 과학, 그리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루어집니다. 여기에 약간의 열정이 더해지면 당신도 식도락의 기나긴 여정에 발을 내딛는 셈입니다.
식탁에 앉아 꼭 기억해야 할 한 가지가 있습니다. 음식과 와인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의 여부는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의 차이에서가 아니라, 음식과 와인이 이루어내는 ‘향’과 ‘질감’에 훨씬 많이 좌우됩니다. 이것 하나만 염두에 두고 있으면 어느 식탁에서도 멋진 조화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질감’이란 즉, 음식과 와인의 무게감을 이야기합니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를 위한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둘 사이의 무게감이 어긋나지 않게 균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 다음 순서가 ‘맛’입니다. 비슷한 맛, 서로를 보완해 줄 수 있는 맛이 있는지 찾아야 하는 거죠. 자, 질감에 초점을 맞춘 후 와인의 산도와 타닌, 당도 그리고 온도 음식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되는지 방해가 되는지 따져보는 것이 전체적인 과정입니다. 이 모두가 잘 조화를 이루기란 아주 어려운 퍼즐 맞추기와 같지만 이따금 우연치않게 최고의 매칭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다음 코너에서는 음식과 와인의 마리아주(조화)를 찾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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