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마리아주2

2021.05.03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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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마리아주 2


와인과 음식의 맛에 앞서 ‘무게감’이 이 둘의 조화를 결정한다. 그러니까 음식이나 와인이 입안에서 어떤 느낌을 주는지가 비밀을 푸는 열쇠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중요한 원칙 하나. 음식과 와인의 무게감이 잘 어울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힘으로 압도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매칭으로 예를 들 수 있다. △육즙이 듬뿍 배어나오는 스테이크와 레드와인 한 잔 △스위트와인과 블루치즈. 음식이 묵직해질수록 와인도 이에 따라가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소고기에 레드와인과 버터 한 조각을 넣고 깊은 맛이 우러날 때까지 끓인 요리보다는 닭 가슴살 구이 쪽이 훨씬 가벼운 느낌을 준다. 

무게감은 생각만큼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일단 무게감 문제를 해결했다면 절반은 끝난 셈이다!






 음식과 와인의 맛이 서로를 보완하는 개념을 이해하면 단순히 좋은 매칭을 넘어서는 훌륭한 조화의 경지에 다가설 수 있다. 음식과 와인의 연결고리를 찾자. 먼저 음식과 와인, 이 둘 모두가 지닌 공통된 맛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것을 ‘연결 고리’라고 부른다. 공통점 가운데 어떤 것들은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오븐에서 잘 구운 적당히 기름지고 풍미 좋은 닭으로 예를 들어보자. 이 음식과 잘 어울릴만한 와인은 어떤 것일까? 무게감을 고려한 다음, 풍부한 맛에 어울릴 풍부한 맛의 와인을 골라야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서로를 보완하는 맛을 생각하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보자. 닭고기는 레몬, 타임, 마늘, 버터, 그리고 버섯을 곁들이면 그야말로 환상적인데, 이 모두를 감안하면 풍미가 좋은, 아마도 오크 숙성을 약간 거친 화이트와인을 고려할 수 있으며, 이왕이면 샤르도네가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의 주재료가 언제나 중심에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와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산(酸) 성분이 자연 발생한다. 모든 와인 안에 산이 들어있다는 얘기다. 산도는 와인을 와인으로 느끼게 해주는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와인의 산도는 와인의 다양한 맛들이 서로 균형을 잡도록 돕고, 상큼한 느낌, 때로는 입안을 깨끗이 씻어주는 청량감을 더해준다. 자연 보존제이기도 한 산은 와인의 숙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맛’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와인에서 시큼한 냄새나 신 맛이 나지는 않는다, 단지 혀의 감촉으로 느낄 뿐이다. 신맛은 혀 양쪽의 따끔따끔한 느낌으로 전달된다. 요리에 신맛이 강하면 와인은 싱거워진다. 종종 ‘시큼한’이나 ‘날카로운’이라는 말로도 표현되는 산도는 잡스러운 맛을 없애고, 청소하고,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도구다. 반죽을 입혀 튀겨낸 짭짤한 생선에 스파클링 와인 한 잔을 곁들인다고 상상해 보자. 신맛은 입안에 남아 있는 기름기의 번들번들한 느낌을 싹 날려주는 동시에 신선한 상쾌함을 가져다 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좋은 맛과 질감을 지닌 와인을 찾는 것만큼이나 좋은 도구를 갖고 있는 와인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음식에서 신맛은 보통 레몬이나 라임을 짜 넣거나 식초를 뿌렸을 때 나타난다. 적당히 들어가면 괜찮지만 음식에 신맛이 너무 강하면 와인을 밋밋하고 싱겁게 만들 수 있다. 와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와인의 신맛이 너무 강하면 음식의 풍미를 죽일 수 있다. 결국 균형을 맞추는 게 핵심이다.



붉은색 고기와 타닌은 완벽하게 서로를 보완한다. 이해가 쉽게 예를 들어보자. 감을 하나 맛보는데 하필 덜 익은 감을 베어 물었다. 단맛은 없고 입안을 꽉 조여 오며 혀에 가뭄이 든 듯 갈라지는 느낌이 든다. 그 떫은맛이 타닌 때문이다. ‘타닌은 와인의 색깔과 질감, 구조감을 좋게 한다.’ 레드와인의 타닌이 화이트와인보다 훨씬 많은데, 양조 과정에서 포도 껍질이 과즙에 담겨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타닌은 (신맛과 마찬가지로) 향이나 맛으로 느낄 수 없다. 타닌은 혀 뒤쪽이 바짝 마르는 듯한 느낌으로 전달된다. 타닌은 거칠고 꺼끌꺼끌한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포도 품종과 양조 방법에 따라서 반대로 비단결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운 느낌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알고 보면 타닌은 음식과 와인을 맺어주는 뛰어난 커플매니저다. 산도와 마찬가지로 타닌도 정말 유명한 도구다. 타닌과 산도는 잘 드는 요리용 칼과도 같아서 단백질이나 지방 등 입에 남는 느낌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단 음식은 역시 단 와인을 필요로 한다. 올바로 매칭하기만 한다면 천상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스위트와인을 만드는 방법은 드라이한 와인과 다르며, 와인의 당도도 천차만별이다. 드라이한 와인을 만들 때는 발효 과정에서 포도즙 안의 자연 당분이 거의 다 알코올로 바뀌도록 한다. 반면에 스위트와인은 당분을 어느 정도 남겨 둔다. 얼마나 남겨둘지는 와인의 스타일에 달려 있다. 약간 단맛이 감도는 와인부터 아주 단 와인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당분은 와인에 있어 여러 모로 까다로운 문제다. 단맛을 멋지게 조화시키려면 생각해야 할 점들이 많다.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인 젤라또에는 모스카토 와인을 매칭한다. 태국 음식에는 오프-드라이 리슬링을, 구운 푸아그라에는 소테른 와인을 매칭한다. 찐득찐득한 토피 푸딩에는 페드로 히메네스를, 스틸톤 치즈에는 포트와인을 곁들인다. 위와 같은 조합규칙은 이제 정설로 굳어진 것들이다. 이를 넘어서는 실험적 도전도 좋겠지만, 그럴 때에도 음식과 와인의 무게감과 자극성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과일은 워낙 종류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매칭이 어렵다. 과일은 대부분 적당히 달콤한스파클링(드미-섹) 이나 모스카토 와인과 잘 어울린다. 살짝 차갑게 한 레드와인은 보통 여름과일들과 멋지게 어울린다. 늦게 수확한 리슬링, 토카이, 그리고 뮈스카는 모두 열대 과일과 잘 맞는다. 주정 강화 와인은 포트, 마데이라, 마르살라, 셰리 등은 말린 과일과 함께 마시자.



온도는 음식과 와인 모두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 온도에 따라서 와인과 음식은 찰떡궁합이 될 수도, 헤어진 연인이 될 수도 있다. 당신이 준비하는 저녁 식사 테이블. 모든 것을 완벽하게 맞춰 놓았다. 음식도 맛과 향과 질감을 고려해 신중히 골랐다. 음식과 완벽한 조화를 이룰 와인도 찾았다. 하지만 단 한가지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문제 때문에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 바로 온도이다. 잔에 따른 와인의 온도를 낮추기는 힘들지만 올리는 일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손바닥으로 잔의 볼을 감싸 쥐면 쉽게 와인의 온도가 올라간다. 온도와 관련한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바로 계절이다. 바깥 기온에 따라서 음식과 와인의 맛이 달라지는데, 정말 온도 때문일 수도 있고, 단순히 기분이나 분위기의 문제이기도 하다. 무더운 여름날 바비큐 파티에 무겁고 따뜻한 레드와인이 어울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겨울의 바비큐 파티라면 어떨까? 마찬가지로 눈 내리는 겨울날 난롯가에서 아주 차갑고 신선한 화이트와인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기 쉽다.



무엇이든 처음부터 완벽할 순 없다. 와인과 음식의 조화는 모든 사람의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번 시도를 해보고 사람마다 다른 독특한 맛과 기호에 따라 수정해 나가야 한다.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되면 다시 해보고 그것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모든 것은 나의 입맛이 말해준다. 정답은 없으니 틀리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필요 없다. 즐겁게 생각하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고, 스스로의 입맛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만약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정해진 법칙에 구애 받을 필요는 없다. 어떤 것이 좋을까 결정은 직감에 따라서 하며 전문가들이 좋지 않다고 했더라도, 환상의 조화라고 발견할 수가 있는 것이다. 단조로운 생선일수록 드라이 와인과 잘 맞고, 붉은 육류요리에 레드와인 이라고 했지만 이와 같은 등식은 어디까지나 오랜 시간 많은 사람들의 입맛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므로, 자기 자신이 여기에 맞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생선이든 육류든 나 자신에게 화이트와인이 더 좋다면 화이트와인을 마시면 되는 것이다. 와인과 요리의 관계는 주관적인 판단이 우선이므로,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최고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와인은 자기 자신이 맛있다고 느끼는 와인이다. 지금 먹고 있는 음식에 잘 고른 와인 한 병이 더해지면 그만으로도 특별한 식사가 완성된다. 음식과 와인의 완벽한 조화는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와 소믈리에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이 아닌 여러분의 부엌, 식탁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현실적인 사건이다. 우리 모두 환상의 조화를 찾아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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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OOSEUNG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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