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 즐겁게 몰두하는 경우 우리는 이를 흔히 ‘꽂히다.’라고 표현을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인라인 스케이트에 꽂힌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수없이 넘어지고 다치고 피도 났습니다. 

재미있으면서도 넘어질까 두려워하면서 말이죠. 학교 끝나고 다시 타고, 노는 시간에도 타고, 심지어 타지 않을 때조차 스케이팅을 하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능숙하게 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지요. 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두렵고 익숙하지 않고 어렵습니다.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꾸준히 즐기고 흥미만 잃지 않는다면 의식하지 않은 사이 와인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와인이 여러분께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지도록 와인을 마시고 ‘맛을 표현하는 방법’을 설명 드리려고 합니다.

와인을 표현하는 것은 대부분 자유롭지만, 특정 단어들에는 서로 암묵적인 룰이 있습니다.

맛을 다루고 있는 만큼 미각에서 표현되는 단어들을 알아봅시다.

첫째, 당도의 표현입니다. 

우리는 와인을 마실 때 ‘드라이’, ‘스위트’라는 표현을 많이 쓰지요. 스위트는 말 그대로 달콤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드라이는 와인이 건조하다 말랐다라니 무슨 뜻일까요? 바로 당도의 표현입니다. 이는 와인에 단맛이 없다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와인의 단맛은 포도품종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수확의 시기나 날씨, 숙성 정도, 양조방법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둘째, 산도의 표현입니다. 

와인의 신맛은 포도의 유기산으로부터 나옵니다. 포도의 대표적인 산의 종류는 주석산(Tartaric acid)와 사과산(Malic acid)입니다. 사과산의 경우에는 카르복실기를 2개를 가지고 있는 입안에서 느껴지는 산도가 강하고 거칠게 느껴지는 산의 종류입니다. 포도가 익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함유량이 적어지지만 때로는 산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2차발효라고 하여 젖산발효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때 사과산은 카르복실기 1개가 떨어져나가 젖산(Lactic acid)으로 변하게 됩니다. 젖산은 사과산에 비해 신맛이 부드럽게 바뀌게 됩니다. 또한 우유나 버터, 요플렛 등의 유제품의 냄새를 가지게 됩니다.

 

셋째, 타닌의 표현입니다.

와인의 쓴맛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상은 쓴맛보다는 와인의 질감과 골격에 더욱 큰 영향을 주는 성분입니다. 우리가 설익은 감을 먹었을 때, 입 안 가득 느껴지는 텁텁한 느낌을 아시죠? 그것이 타닌의 성분입니다.

 

넷째, 밀도의 표현입니다. 

와인의 밀도란 흔히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이 표현하기를 바디가 높다 낮다라고 표현하는 와인의 무게감을 의미합니다. 와인을 마실 때의 입안에서 느낄 수 있는 밀도감이나, 부피, 무게감, 강약 등을 표현하는 것이죠. 낮은 무게감의 와인은 입안에서 물이나 주스를 마시는 듯한 느낌을 주며 무게감이 높은 와인은 우유나 두유를 마시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바디감의 차이는 알코올 도수, 타닌과 글리세롤, 당도의 영향을 받습니다. 

 

다섯째, 뒷맛의 표현입니다. 

와인을 삼키고 남은 입안이나 코에 남아있는 향과 맛의 강도와 길이를 우리는 여운이라고 표현합니다. 짧게 느껴지는 와인보다는 길게 여운이 남는 와인이 오랫동안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고급 와인입니다.

 

마지막으로 균형의 표현입니다.

와인의 균형은 레드와인의 경우 당도, 산도, 타닌의 균형을 말합니다. 화이트와인은 산도와 당도가 가장 큰 영향을 가지게 됩니다. 부수적으로 알코올의 강도도 영향을 미치지만, 대부분의 와인의 알코올은 높낮이의 편차가 크지 않은 편입니다. 서로의 상호작용으로 적절한 균형감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