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철의 와인과 온도
어떤 식품이든 그 온도가 맛을 좌우한다
와인을 마실 때는 와인이 적당한 온도로 되어 있는지 상당히 따지게 된다.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굴까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꼭 와인만 온도를 따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든 음식을 먹을 때 그에 맞는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야 맛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 않을 뿐이다. 차디찬 삼계탕은 맛이 없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고, 맥주나 콜라는 차게 마셔야 맛있고, 커피나 차는 뜨거워야 맛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미지근한 커피나 뜨뜻한 맥주를 맛있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온도가 음료의 맛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더욱 예민한 맛을 지닌 와인에 있어서 적정 온도를 지키는 일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와인의 온도는 에티켓이 아니고 실제 상황
그래서 와인을 적절한 온도로 서비스한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특히, 고급와인은 마실 때의 온도의 영향을 현저하게 받는다. 화이트 와인이 온도가 너무 높으면 생동감이 없어지면서 밋밋하고 무덤덤하게 느껴지고, 레드 와인이 너무 차면 무감각하고 전체적으로 부케나 텁텁한 맛이 거칠어진다. 단맛은 온도가 높을수록 더 많이 느껴지므로 스위트 와인은 차게 서비스를 해야 단맛에 질리지 않는다. 떫고 쓴맛은 온도가 낮을수록 예민하게 느껴지므로 쓰고 떫은맛이 많은 레드 와인은 실온으로 서비스한다. 여기서 실온이란 옛날 성곽의 온도로서 18도 정도의 온도를 말하는 것이지 요즈음의 실온인 25도는 아니다. 신맛은 단독으로 있을 때는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쓴맛이나 떫은맛과 함께 있을 때는 이들과 같이 온도가 낮을수록 더 시게 느껴진다. 그리고 모든 향은 온도가 높을수록 많이 느낄 수 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면 와인의 서비스 온도는 금방 답이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와인의 온도는 에티켓에 관한 사항이 아니고 실질적인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와인 서비스 온도는 타닌 함량이 기준
그러니까 화이트 와인은 7-15도, 레드 와인은 15-20도, 그리고 샴페인은 10도 이하의 온도로 마신다고 이야기 하지만 정해진 법칙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타닌 함량이 많은 떫은 와인일수록 마시는 온도가 높아진다. 온도가 높을수록 떫고 쓴맛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국산 레드 와인이나 보졸레, 루아르 같은 가벼운 레드 와인을 차게 마시는 것이 훨씬 더 좋게 느껴지며, 또 주변 기온에 따라 온도 감각이 달라지므로 더운 여름에는 화이트, 레드 모두 차게 마실 수도 있다. 그리고 와인을 감정하기 위한 테이스팅(Tasting)을 할 때는 온도가 너무 낮으면 향을 느끼지 못하므로, 화이트 와인도 차게 해서 맛을 보지는 않는다. 화이트 와인은 온도가 낮을수록 신선하고 델리케이트 한 맛을 느낄 수 있지만, 아로마나 부케는 덜 느껴지므로, 요즈음 와인 마니아 중에서는 화이트 와인을 차게 해서 마시지 않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브리딩이나 디캔팅의 효과도 온도 때문
“와인을 서비스하기 한 시간 전에 코르크를 따놓으면 와인 맛이 좋아진다.”라고 하면서 이를 브리딩(Breathing)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미리 코르크를 제거해 둔다고 해서 병구만한 면적에 공기가 접촉하여 무슨 변화가 일어날까? 다만, 나쁜 냄새가 나는 질 낮은 와인에서는 그것이 없어지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 디캔팅의 효과도 마찬가지로 공기접촉으로 나쁜 냄새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도 경험적으로 맛이 좋아진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셀러에서 와인을 꺼내올 때는 와인 온도가 낮지만, 코르크를 따서 25도 정도 되는 실온에서 한두 시간 두거나 디캔팅을 하면서, 온도가 올라가서 쓰고 떫은맛이 덜 느껴지기 때문에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즉, 온도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지, 공기접촉으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운반에도 적정 온도를
이렇게 와인의 맛에 온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들 인식하면서도, 와인의 운반에는 아직도 수준 이하다.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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