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철의 새 술은 새 부대에

2021.04.22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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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에

 

와인 만들기는 아주 간단하다원숭이도 포도를 따서 바위구멍이나 나무 둥치에 저장하여 술을 만든다고 한다포도를 으깨어 그대로 두면 포도껍질에 묻어있는 효모 즉 이스트에 의해서 발효가 일어나 와인이 된다옛날 사람들도 이렇게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을 것이며그리고 이 기본적인 방법은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으며다만 오늘날 우리는 그 원리를 알고 한다는 것이다.

 

발효란 포도당이 알코올로 변하는 과정

알코올 발효는 포도당이 알코올로 변하는 과정이기 때문에당도가 높은 포도일수록 장차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는 것이다그리고 발효가 진행될수록 포도당이 줄어들면서 단맛이 없어지고없었던 알코올이 생기면서 술로 변한다그러니까 맛을 보고 아직 단맛이 남아 있으면 발효가 덜 끝났다는 얘기가 되며단맛이 없으면 발효가 끝났다고 보면 된다이렇게 발효를 끝까지 시키면 ‘드라이 와인’이 되고아직 당분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발효를 중단시키면 알코올 농도는 낮지만‘스위트 와인’이 된다그러나 보통 스위트 와인을 만들 때는 포도를 건조시키거나 늦게 수확하여당도가 아주 높은 포도 주스를 얻은 다음에 이를 반 정도만 발효시켜 달게 만든다가정에서 와인을 만들면 대부분 단맛이 많이 남아있게 되는데이는 기술 부족으로 완벽하게 발효를 진행시키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포도의 처리

기후와 토양조건이 좋은 곳에서 그에 적합한 품종을 선택하여 정성스럽게 포도를 가꾸어원하는 당도와 산도가 나왔을 때 포도를 수확하여 와인을 만든다조건이 좋지 못한 곳에서는 수확한 포도의 당도와 산도를 측정하여 부족한 요소를 보충하거나반대로 너무 많으면 제거하기도 한다그래서 테루아르(Terroir)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참고로유럽은 설탕을 보충하는 지역과 그 양을 지정해 두고 있다.

 

먼저 수확한 포도를 조심스럽게 운반하여 가지를 제거하면서 으깨야 한다옛날에는 사람의 힘으로 하나씩 했지만 요즈음에는 기계를 사용하는데이 때 포도 씨가 깨지거나 껍질이 여러 조각으로 찢어지면 쓴맛과 풋내가 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기계가 없었던 시절에는 통 안에 사람이 들어가 맨발로 밟아서 포도를 터뜨린 이유도 맨발로 밟으면 씨가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면 왜 손으로 하지 않고 더럽게 발로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이는 발로 하는 것이 작업능률이 훨씬 더 좋기 때문이다그리고 일년 중 가장 힘든 때 작년에 담근 와인을 마시면서 통에 들어가서 어깨동무를 하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힘든 노동을 축제로 승화시키는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화이트 와인

화이트 와인은 청포도의 즙으로 만든다보통 책이나 잡지에 화이트 와인은 포도를 으깨서 씨와 껍질을 분리한다고 되어 있는데이 말은 포도를 으깨어 즙을 짠다는 말이다이 즙을 발효시키면 화이트 와인이 된다이렇게 즙만 발효하면 색깔이 없고씨나 껍질에서 떫은 맛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부드러운 맛을 갖게 된다화이트 와인은 포도의 향을 그대로 와인으로 옮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그래서 발효 온도를 20도 이하로 낮추어 향의 손실을 방지해야 고급품을 얻을 수 있다화이트 와인은 알코올 농도가 그렇게 높지 않고 미묘한 향과 신선한 맛을 가진 것이 좋다.

 

레드 와인

레드 와인은 붉은 포도를 따서 으깬 상태 그대로 발효시킨다즉 씨와 껍질이 있는 채로 발효를 한다그러면 씨에서 떫은 맛이 우러나오고 껍질에서 색소가 우러나온다즉 포도에서 필요한 성분을 추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그래서 발효 온도를 25-30도 정도로 올려서 많은 성분을 추출시켜야 한다레드 와인이 육류와 잘 어울리는 이유도 바로 이런 떫은 맛이 육류의 느끼한 맛을 상쇄시켜주기 때문이다바로 마실 가벼운 와인은 추출을 가볍게 하고오래 두면서 숙성된 맛을 즐기려면 추출을 많이 해야 한다떫고 쓴 맛을 주는 타닌을 비롯한 폴리페놀 함량이 많을수록 산화가 방지되어 와인의 수명이 길어지며그것을 마시면 우리 몸도 오래 갈 수 있는 것이다.

 

로제(Rosé) - 핑크와인

로제는 레드와 화이트의 중간상태로 매혹적인 색깔이 매력의 포인트이다신선한 맛과 분위기 있는 색깔로 식사 중 어느 때나 마실 수 있다지만야외 파티나 특별한 분위기 때 주로 마신다더 쉽게 이야기하면작업용으로 많이 쓰인다로제는 레드 와인을 담그면서 색소를 조금만 추출하여 바로 꺼내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지만일부에서는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섞어서 만들기도 한다.

 

숙성

발효가 갓 끝난 와인은 이스트 냄새나 탄산가스 등이 섞여 있어 냄새가 좋지 않고 맛이 거칠어 바로 마실 수 없기 때문에 몇 개월에서 몇 년의 숙성기간을 두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서서히 유도하여 바람직한 맛과 향을 얻는다와인은 숙성기간 동안 일련의 작고 복잡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레드 와인은 짙은 보라색에서 점차 벽돌색깔로 되면서맛의 강도도 변하여 거칠고 떫은 맛이 부드럽게 된다또 향기도 원료포도에서 우러나온 아로마(Aroma)가 점점 약해지고발효나 숙성 후에 나오는 원숙한 부케(Bouquet)가 새로 형성된다이 숙성기간 중에 와인을 오크통에 넣어 두면 오크통 성분이 우러나와 그 맛이 베게 된다이 오크통은 와인을 맑게 하고 새로운 향을 부여하면서 서서히 산화시켜 와인의 맛을 개선하지만값싼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은 오크통에서 숙성시키지 않는다이렇게 숙성된 와인은 만드는 사람이 가장 맛있을 때라고 판단될 때 병에다 넣는다아주 고급인 묵직한 와인은 병에서 숙성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와인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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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말은 성경에서 나온 것으로 비유로 많이 사용되지만왜 그런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실제 성경에는 새 술이 아니고 새 포도주라고 되어 있다즉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느니라’라고 쓰여 있다옛날에는 발효가 다 됐는지 판단하는 측정기술이 발달되지 않아 감각으로 이를 판단했는데이 때 발효가 덜 된 채로 가죽부대에 담으면 거기서 다시 발효가 일어나 탄산가스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그러면 새 가죽부대는 신축성이 좋아 이 가스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지만딱딱한 헌 가죽부대는 가스가 나오면 터지는 수가 많았기 때문에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던 것이다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제는 와인의 제조에 대해 이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WRITTEN BY 김준철 (Jun Cheol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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