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5년의 메독 그랑 크뤼 등급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산지인 프랑스의 보르도에는 AOC 등급의 와인 내에서 다시 다양한 등급제도가 있다.

이 다양한 등급제도는 보르도 내에서의 세부 생산지역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메독(Medoc): 1855년의 메독 그랑 크뤼 등급(Les Grands Crus Classés du Médoc en 1855), 크뤼 부르주아(Cru Bourgeois, 2003), 크뤼 아르티장(Cru Artisan, 2006)

소테른/바르삭(Sauternes/Barsac): 1855년의 소테른과 바르삭 그랑 크뤼 등급(Les Grands Crus Classés de Sauternes & Barsac en 1855)

그라브(Graves): 그라브 크뤼 등급(Crus Classés de Graves, 1953)

생테밀리옹(Saint-Émilion):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등급(Saint—Émilion Grands Crus Classés, 1954)

위에서 소개한 등급제도는 모두 공인된 것이며 메독에 가장 많다. 메독에는 관습적으로만 인정된 포므롤(Pomerol) 등급이 존재하기도 한다. 1855년의 메독 그랑 크뤼 등급과 같은 해의 소테른과 바르삭 그랑 크뤼 등급이 프랑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등급이다.

<1855년의 메독 그랑 크뤼 등급 탄생의 배경>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당시 프랑스 황제였던 나폴레옹 3세는 보르도 상공회의소에게 지롱드 지방에서 생산되는 최고의 와인들을 등급을 정해 만국박람회에 전시할 것을 지시했다. 보르도 상공회의소는 1855년 4월 5일 다시 보르도 중개상조합(Syndicat des Courtiers de Commerce près la Bourse de Bordeaux)에게 와인의 등급 설정을 의뢰했는데, 이 중개상조합이 1855년 4월 18일에 ‘지롱드 지방의 레드 와인 등급(Vins rouges classés du Départ de la Gironde)’과 ‘지롱드 지방의 화이트 와인 등급(Vins blancs classés du Départ de la Gironde)’을 제출하였다. 前者가 오늘날의 ‘1855년의 메독 그랑 크뤼 등급(Les Grands Crus Classés du Médoc en 1855)’, 後者가 ‘1855년의 소테른과 바르삭 그랑 크뤼 등급(Les Grands Crus Classés de Sauternes & Barsac en 1855)’이다. 양자를 합쳐서 ‘1855년의 그랑 크뤼 등급(Grands Crus Classés en 1855)’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메독, 소테른, 바르삭 등이 속해 있는 와인 산지 보르도는 행정구역 상 지롱드 지방(Département Gironde)에 속한다.

1855년 4월에 만들어진 ‘지롱드 지방의 레드 와인 등급’에는 1등급 4개, 2등급 12개, 3등급 14개, 4등급 11개, 5등급 16개 등 모두 57개의 와인이 포함되어 있는데 Château Haut-Brion(샤토 오-브리옹)을 제외하고는 모두 메독 지역의 와인이다. 보르도 중개상조합이 보르도 상공회의소의 의뢰를 받은 후 2주일 만에 만든 위의 등급에는 지난 여러 해 동안에 거래되었던 와인의 평균 시세가 결정적인 기준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영국인들의 보르도 와인에 대한 애호를 배경으로 이미 18세기 초부터 1850년대 초반까지 순차적으로 1등급에서 5등급까지의 와인들이 형성되었다. 18세기 초에는 1등급, 18세기 중반에는 2등급,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이 보르도를 방문했던 1787년경에는 3등급, 1820년대에는 4등급, 1850년대 초에는 5등급에 속할 와인들의 그룹이 형성되었고 당시의 시장 상황에 따라 지속적인 변동이 있었다. 1820년대를 전후에서 발행된 와인 관련 서적에는 이미 보르도 와인의 등급이 개별적으로 다루어졌다. 이러한 이유에서 보르도 중개상조합은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보르도 와인의 등급을 매길 수 있었던 것이다.

<1855년의 메독 그랑 크뤼 등급 리스트>

1855년에 만들어진 메독 그랑 크뤼 등급은 최근까지 다소 변화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1855년에 메독 그랑 크뤼 등급이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변동밖에 없었으며 그것은 샤토 무통 로칠드가 1973년에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승격되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드물게는 당시 이 등급에 속한 와인의 숫자 57개와 지금의 61개 와인의 숫자에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구체적인 설명은 예외 없이 생략되어 있다. 1855년의 문헌을 현재의 리스트와 비교해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이상은 1855년 당시의 문헌/ 

  

/'1855년의 그랑 크뤼 등급 협회(Le Conseil des Grands Crues Classés en 1855)’에서 제공하는 현재의 리스트/ 

앞으로의 설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1855년 당시의 리스트와 ’1855년의 그랑 크뤼 등급 협회(Le Conseil des Grands Crues Classés en 1855)’에서 제공하는 리스트를 합성해서 하나의 도표로 만들어 보면 아래와 같다. 여기에서 알아두어야 할 것은 1855년의 메독 그랑 크뤼 등급에 포함되어 있는 61개의 와이너리들의 이름과 이 와이너리들에서 생산하는 Grand Vin(First Wine)의 이름은 동일하다. 예를 들어 Château Latour(샤토 라투르)는 와이너리의 이름임과 동시에 와인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나 샤토 라투르의 세컨드 와인(Second wine)의 이름은 ‘Les Forts de Latour(레 포르 드 라투르)’인데 이 와인은 1855년의 메독 등급과는 무관하다. 1855년 당시의 문서에는 ‘Crus(크뤼)’라는 표기 하에 개별 와이너리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크뤼는 포도밭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와인이나 와이너리의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1등급 (Premiers Crus, 5개) 

 

3등급 (Troisièmes Crus, 14개) 

4등급 (Quatrièmes Crus, 10개)

5등급 (Cinquième Crus, 18개) 

<1855년의 메독 그랑 크뤼 등급의 변화>

57개에서 61개로!

1855년 4월 18일자로 작성된 메독 그랑 크뤼 등급에는 Château Cantemerle(샤토 캉트메를)이 포함되지 않았었다. 실수로 누락되었다는 것을 집요하게 증명한 끝에 1855년 9월 16일에 5등급의 맨 끝에 추가시켰다. 앞에서 제공한 1855년 당시의 문헌 원본을 보면 1855년 4월 18일자의 문서에 당시의 이름인 Cantemerle이 추가된 흔적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 1855년 4월의 메독 등급에 포함된 것은 모두 현재와 같은 61개의 와이너리가 아니라 57개에 불과하다. 더구나 당시에 3등급에 포함되었던 Dubignon과 4등급에 포함되었던 Pouget-Lassale은 현재의 리스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Dubignon의 포도밭은 1855년 이후에 Château Malescot Saint-Exupéry(샤토 말레스코 생텍쥐페리), Château Margaux(샤토 마고), Château Palmer(샤토 팔메르) 들이 인수하였고, Pouget-Lassale은 당시의 Pouget와 함께 Château Pouget(샤토 푸제)로 통합되었기 때문이다.

1855년의 4월의 57개에서 Château Cantemerle(샤토 캉트메를)을 추가하고, Dubignon과 Pouget-Lassale을 앞에서 설명한 이유 때문에 감하면 56개인데 그렇다면 현재의 61개와의 차이는 어디에서 생겨난 것일까? 첫째, Château Léoville Las Cases(샤토 레오빌 라 카즈), Château Léoville Poyferré(샤토 레오빌 푸아페레), Château Léoville Barton(샤토 레오빌 바르통)은 1826년에 이미 Léoville에서 3분할되었지만 1855년에는 Léoville 하나로 등급을 받았다. 둘째, Pichon Longueville은 1855년 이후에 Château Pichon-Longueville (샤토 피숑-롱그빌)과 Château Pichon Longueville Comtesse de Lalande(샤토 피숑 롱그빌 콩데스 드 랄랑드)로 분할되었으며, Boyd는 Château Boyd-Cantenac(샤토 보이드-캉트나크)와 Château Cantenac Brown(샤토 캉트나크-브라운)으로, Batailley는 Château Batailley(샤토 바타예)와 Château Haut-Batailley(샤토 오-바타예)로 분할되었다.

각 등급 내에서의 순위의 의미

1855년의 메독 그랑 크뤼 등급이 1등급에서 5등급까지 5개로 나뉘어진 이유와 마찬가지로 각 등급내의 리스트도 당시의 와인 평균 시세를 기준으로 하여 순위가 작성된 것이다. 다만 해당 와이너리들의 항의를 피하기 위하여 그 이유를 공식화하지 않았을 뿐이다. ’1855년의 그랑 크뤼 등급 협회(Le Conseil des Grands Crues Classés en 1855)’에서 현재 제공하고 있는 리스트도 이에 따라 알파벳 순으로 되어있지 않고 1855년 당시의 리스트 순위를 따르고 있다. 예외는 1등급의 경우이다. 1973년 샤토 무통 로칠드가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승격될 때 동시에 내려진 결정 때문이다. 즉 1등급의 경우에는 순위를 정하지 않고 알파벳 순으로 하되 Château Haut-Brion(샤토 오-브리옹)이 1855년의 메독 등급에 포함된 유일한 非메독 지역의 와인이라는 이유에서 1등급의 맨 마지막에 넣기로 결정했다. 참고로 Château Haut-Brion(샤토 오-브리옹)은 1855년의 메독 등급에도 포함되고 1953년의 그라브(Graves) 크뤼 등급에도 포함됨으로써 보르도의 와인 중에서 유일하게 2개의 등급에 포함된 와인이다.

기타의 변화

1855년의 메독 등급에 포함되었던 와이너리들 중에서 그 이름이 현재까지 변하지 않은 것은 Château Latour(샤토 라투르), Château Margaux(샤토 마고), Château d’Issan(샤토 디상) 뿐이며 많은 경우에는 ‘샤토’라는 이름이 추가되는 형태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소유주의 가족이 바뀌지 않은 것은 Château Langoa Barton(샤토 랑고아 바르통)과 Château Mouton Rothschild(샤토 무통 로칠드)가 유일한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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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