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와인의 등급 총정리(3) – VDP 와인
며칠 전 우연히 최근에 유투브에 올라온 독일 와인에 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독일 와인의 등급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프레디카츠바인(Prädikatswein) 위에 VDP의 등급이 존재하고, VDP가 드라이한 와인의 등급을 매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설명은 큰 오류에 기인한 것이다. 이번 기회에 VDP 와인의 등급을 제대로 이해해보도록 하자.
VDP의 의미
VDP는 Verband Deutscher Prädikatsweingüter의 약자로서 독일우수와인생산자협회를 의미한다. 독일와인협회(DWI: Das Deutsche Weininstitut)는 정부기관인 DWF(Das Deutsche Weinfonds)가 독일와인생산협회(Der Deutsche Weinbauverband) 등과 함께 그 지분을 갖고 있는 일종의 공공기업이다. 반면에 VDP는 전혀 공공성을 갖고 있지 않는 사적인 단체다. 그러니 이런 사실만 보더라도 독일와인협회가 정한 독일 와인 등급 위에 VDP의 등급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VDP의 역사는 1910년에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VDNV(Verband Deutscher Naturweinversteigerer: 독일 내추럴와인 경매자협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내추럴와인이라는 이름이 선택된 것은 알코올 도수를 올리기 위한 보당을 하지 않는 와인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고, 경매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당시의 생산자들이 푸더(Fuder) 단위로 경매를 통해서 와인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1971년에 도입된 독일 와인의 등급에서 웩슬레(포도즙의 당도)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내추럴와인(Naturwein) 개념의 사용이 금지되자 그 명칭을 VDPV(Verband Deutscher Prädikatswein-Versteigerer, 독일 프레디카츠바인 경매자협회)로 바꾸었다. 1982년에는 다시 VDP(Verband Deutscher Prädikatswein- und Qualitätsweingüter)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가 지금은 간단히 VDP(Verband Deutscher Prädikatsweingüter)라고 부른다. Prädikatsweingüter는 독일 와인 최고의 등급인 프레디카츠바인(Prädikatswein)과 와이너리를 의미하는 독일어 바인굿(Weingut)의 복수인 바인귀터(Weingüter)를 합성해서 만든 이름이다. 즉, 독일 와인의 최고 등급인 프레디카츠바인을 생산하는 생산자 중에서 일부가 모여 만든 단체라고 해석하면 된다.
VDP의 회원 수는 매년 조금씩 바뀐다. 약 200개의 와이너리가 회원인데 현재에는 196개의 와이너리가 회원이다. VDP의 회원들이 독일 최고의 와인생산자이기는 하지만 VDP 회원이 아니라고 해서 그들만큼 우수한 와인을 생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VDP 회원이 되면 협회에 적지 않은 마케팅 비용을 지불해야 해서 그만큼 와인의 가격을 높여서 판매할 수 밖에 없다. 차라리 VDP 회원이 되지 않고 와인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회원이 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VDP 회원의 경우 각 와이너리가 소유하고 있는 포도밭에서 생산한 와인에는 VDP의 상징인 독수리 마크를 표시할 수 있다.
<라인가우에 있는 VDP 회원 와이너리 게오르크 뮐러 슈티프퉁(Gerog Müller Stiftung)의 와인들>
<VDP의 로고>
VDP는 독자적인 와인등급 체계를 갖고 있다. 1971년 독일 와인법 상의 와인등급에 대한 불만이 배경이 되었다. 독일 와인법 상의 와인등급에 따르면 특별한 포도밭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으며, 와인등급이 주로 웩슬레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또한 훌륭한 드라이 와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VDP는 2001년부터 단계적으로 독자적인 와인등급을 준비했으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와인등급은 2012년에 완성된 것이다. 세부적인 내용에는 그 후에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이제 이 등급을 자세히 소개해보자.
<VDP의 와인등급>
Gutswein(굿츠바인)
독일어로 와이너리를 의미하는 바인굿(Weingut)과 연관시키면 Estate Wine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등급에 속하기 위해서는 한 와이너리가 소유하고 있는 포도밭에서 재배한 포도로 와인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생산자의 포도로 와인을 만들거나 이미 만들어진 와인을 구입해서 병입만 하는 경우 이 등급을 받을 수 없다. 와인의 생산량은 1ha당 75hl로 제한되어 있다. 스위트한 경우에는 프레디카츠바인(Prädikatswein)의 등급을 가질 수 있다. 드라이한 경우에는 프레디카츠바인의 등급을 가질 수 없다(2019년 빈티지부터 해당). 따라서 크발리테츠바인(Qualitätswein)의 등급을 갖게 된다. VDP 와이너리가 아닌 경우에는 예를 들어 슈페트레제(Spätlese)를 드라이하게 생산할 수 있지만 VDP의 경우에는 슈페트레제 등급을 받으려면 와인이 드라이해서는 안 된다.
이미 Gutswein 등급에서 알 수 있듯이 VDP 와이너리는 일반적인 독일 와인의 등급과 VDP의 독자적인 등급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오해하지 않아야 할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VDP의 독자적인 등급을 쓴다고 해서 독일 와인의 일반적인 등급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일반적인 독일 와인 등급과는 달리 크발리테츠바인의 등급이 VDP 와인의 경우 프레디카츠바인의 등급보다 하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와인이 스위트한지, 드라이한지에 따라 프레디카츠바인이거나 크발리테츠바인으로 구분되기 때문이다.
Ortswein(오르츠바인)
Village Wine에 해당한다. Ort는 장소라는 뜻을 가진 독일어다. 굿츠바인에 비해 지역적인 특성이 강하다. 1ha당 생산량은 굿츠바인과 마찬가지로 75hl로 제한되어 있다. 드라이한 와인의 경우에는 프레디카츠바인의 등급을 받을 수 없다. 드라이한 경우 ‘크발리테츠바인 트로켄(Qualitätswein Trocken)‘이라고 라벨에 표시된다. 오르츠바인의 경우 포도를 수확한 다음해의 3월 1일 이전에 판매하지 않을 것을 추천하고 있다.
Erste Lage(에어스테 라게)
Premier Cru에 해당한다. 1ha당 생산량은 최고 60ha로 제한된다. 포도는 모두 손으로 수확해야 한다. 드라이한 와인의 경우 오르츠바인과 마찬가지로 ‘크발리테츠바인 트로켄(Qualitätswein Trocken)‘이라고 라벨에 표시되며 스위트한 경우에만 프레디카츠바인의 등급을 받을 수 있다. 라벨에는 생산자와 품종 이외에 지역과 포도밭의 이름을 표기해야 한다. 이 등급의 와인은 매년 4월 말에 마인츠(Mainz)에서 열리는 VDP 행사 이전에는 판매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Grosse Lage(그로쎄 라게)
Grand Cru에 해당한다. 1ha당 생산량은 최고 50hl로 제한되어 있다. 에어스테 라게와 마찬가지로 손수확은 의무사항이다. 이 등급에 해당하는 와인 중에서 드라이한 경우에는 Grosses Gewächs(그로쎼스 게백스)라고 표시한다. 약자인 GG가 각인된 병을 사용한다. 스위트한 경우에만 프레디카츠바인의 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로쎄 라게 등급의 와인 중에서 스위트한 경우에는 포도가 수확된 다음해의 5월 1일부터 판매가 가능하고, GG의 경우에는 9월 1일부터 가능하다. GG 중에서 레드 와인의 경우에는 적어도 12개월 오크통에서 숙성되어야 하고 포도가 수확된 다다음해의 9월 1일부터 판매가 가능하다.
<와인 병에 GG가 각인된 그로쎼스 게백스 와인>
독일의 VDP 와이너리는 독자적인 와인등급을 사용하지만 일반적인 독일의 와인등급보다 상위에 있는 등급이 아니다. 서로 등급의 기준이 다를 뿐이다. 또한 기존의 독일 와인등급에 추가로 사용하는 등급이다. 지역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로마식 와인법제도의 장점을 도입한 것이다. VDP 등급에서 알 수 있듯이 예를 들면 프레디카츠바인 등급의 아우스레제(Auslese)가 반드시 크발리테츠바인의 등급보다 상위에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VDP 와인의 경우 아우스레제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와인을 드라이하게 만들면 크발리테츠바인으로 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내용들이 독일 와인의 등급을 이해하기 어렵게 하지만 사실 조금만 정확하고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독일 와인의 등급에 대한 오해가 풀리기 바란다.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 University Lecturer
Asia Director of Asia Wine Tr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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