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와인산지 아르(Ahr)와 “Wineahrt” – A Homage to Tim Hippmann
독일의 와인산지 아르(Ahr)와 “Wineahrt” – A Homage to Tim Hippmann
독일의 13개 와인산지 중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것은 아르(Ahr)이다. 포도밭 재배면적이 563ha밖에 되지 않는 작은 와인산지인데 규모 면에서 독일의 와인산지 중 10위에 해당한다. 뷔르템베르크(Württemberg)와 더불어 레드 와인의 생산이 화이트 와인의 생산보다 많은 지역이다. 뷔르템베르크의 경우 68%가 레드 와인인 반면 아르는 83%에 달한다. 즉, 독일의 와인산지 중에서 레드 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산지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독일에서는 아르를 ‘레드 와인의 천국’이라고 부른다. 포도밭을 지나는 약 35km에 달하는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레드 와인 산책길(Rotweinwanderweg)”이라고 부르며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아르의 테라스 식 포도밭>
아르에서는 슈페트부르군더(Spätburgunder = Pinot Noir)가 65.4%로 가장 많이 재배되고 리슬링(8.2%)과 프뤼부르군더(Frühburgunder, 6.2%)가 뒤를 잇는다. 프뤼부르군더는 슈페트부르군더의 돌연변이라고 알려져 있다. 슈페트부르군더에서의 슈페트(Spät)는 언어상 late의 뜻을 가지고 있고, 프뤼부르군더의 프뤼(Früh)는 early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프뤼부르군더라는 이름은 이 품종이 슈페트부르군더에 비해서 약 2주 정도 먼저 수확기를 맞이한다는 데에서 유래한다. 아르 이외에 팔츠(Pfalz)와 라인헤센(Rheinhessen)에서 프뤼부르군더가 많이 재배된다.
그러나 아르는 역시 슈페트부르군더로 유명하다. 독일이 프랑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피노 누아 생산국인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니 아르가 피노 누아 산지로 유명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독일인을 제외하면 더더욱 적다. 독일의 피노 누아가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아르의 대표젹인 생산자 중의 하나인 마이어-내켈(Meyer-Näkel)이 데르나우어 파르빙거트 슈페트부르군더 그로쎄스 게벡스(Dernauer Pfarrwingert Spätburgunder Grosses Gewächts) 2005년 빈티지 와인으로 2008년에 Decanter World Wine Awards에서 International Trophy for Pinot Noir를 수상했기 때문이다.
<2010년 마이어-내켈 와이너리에서. 왼쪽부터 아티스트 라이너 헤스(Rainer Hess), 아티스트 팀 히프만(Tim Hippmann), 마이어-내켈의 오너 베르너 내켈(Werner Näkel)>
나는 다섯 번 이상이나 아르를 방문했고, 이 지역의 유명한 와이너리들을 거의 방문했다. 마이어-내켈 이외에 장 슈토덴(Jean Stodden), 도이처호프(Deutzerhof), 아데노이어(Adeneuer),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 넬레스(Nelles), 마시쇼쓰 알텐아르 포도생산자조합(Winzergenossenschaft Mayschoß-Altenahr) 등이 유명하다. 그런데 내가 2008년에 이 지역을 처음 방문했던 것은 와인 때문이 아니었고 와인과 관련된 예술활동을 하는 팀 히프만(Tim Hippmann)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아르에 속한 작은 마을인 레마겐(Remagen)에 살았는데 “Winearts”라는 이름으로 예술작품을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존의 예술작품을 본인이 개발한 특별한 기술을 통해 중고의 코르크마개에 전위하는 예술이다. 손재주가 많고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팀과의 만남은 와인과 연관된 예술작품에 관심이 많던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했다.
<팀 히프만의 코르크 작품 모나리자>
<팀 히프만의 코르크 작품 반 고흐 시리즈>
다음해인 2009년에 다시 아르를 방문해서 팀을 만났을 때 그는 아르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본인의 예술에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와인(Wine), 아르(Ahr), 아트(Art)를 합성해서 ‘Wineahrt’를 만들었고(http://www.wineahrt.de/wineahrt.html), 이 프로젝트에 마시쇼쓰 알텐아르 포도생산자조합의 포도재배자이면서 감사로 활동하며 레드 와인을 색재료로 사용하는 아티스트 라이너 헤스(Rainer Hess)를 파트너로 삼았다. 우리 셋은 금방 친구가 되었고 내가 아르를 방문할 때마다 함께 만나 와인 한 잔 마시며 공동 프로젝트의 꿈을 키웠다.
<2009년 독일에서 열린 전시회 “Wineahrt”에서 팀 히프만과 함께>
마침내 2010년 4월 30일에 서울에 있는 역삼1 문화센터에서 내가 기획하고 이 독일의 두 친구가 한국의 아티스트와 함께 참여한 전시회 “Wineart in Germany and Korea”가 열렸다. 주한독일대사관, 한독상공회의소, 한국관광공사,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EBS 방송국 등에서 관심을 가져주었고 생각보다 많은 방문객들이 와서 독일 친구들이 아주 행복해했다. 이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또한 진행하면서 우리 세 명의 우정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우리 셋이서 함께 보낸 시간들 중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2010년의 서울 전시회에서. 왼쪽부터 필자, 광고인 박웅현, 라이너 헤스, 팀 히프만>
<왼쪽부터 라이너 헤스, 팀 히프만>
<왼쪽부터 위르겐 뵐러 한독상공회의소 소장,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한스-울리히 자이트 주한독일대사>
그 후로 다시 한국에 오지 못한 팀과는 내가 아르에 갈 때마다 만났지만 그가 뮌헨 부근으로 이사간 후에는 아쉽게도 한 번도 만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연락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와 최근 몇 년 동안 동거하던 여친이 SNS를 통해 팀이 지병으로 지난 3월 13일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친구를 잃은 슬픔과 최근 몇 년 동안 자주 연락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나는 견디기 힘든 아픔을 느낀다.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는 <크눌프>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친구와 와인을 마시며 기묘한 인생에 대해 악의 없는 잡담을 나누는 것이 우리가 인생에서 가질 수 있는 최선의 것이다.”
이제 다시는 그를 만날 수 없지만 그가 아무런 병과 고통이 없는 세상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라며 슬픔으로 가득 찬 와인 잔을 들어 본다. RIP my friend Tim!
WRITTEN BY 박찬준 (Chan Jun Park)
Wine Writer / Consultant / University Lecturer
Asia Director of Asia Wine Tro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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