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와인 알아보기, 프랑스 보르도(3편) 

이번 시간에는 보르도 우안(Right Bank)의 와인 생산지역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보르도는 지롱드(Gironde)강을 중심으로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많이 사용하는 좌안(Left Bank)과 메를로(Merlot)를 많이 사용하는 우안(Right Bank)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좌안 지역이 자갈토양 비율이 높아 배수도 잘되고 축열성이 뛰어나 따뜻한 성질을 가졌다면, 우안 지역은 진흙과 모래가 주요 토양 성분입니다. 때문에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비교적 빨리 익는 메를로 품종재배에 유리합니다.메를로를 베이스로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베르네 프랑(Cabernet Franc)을 블랜딩 하는 것이 일반적인 우안 와인 스타일 입니다.품종의 특성상 우안의 와인들은 좌안의 와인들에 비해 부드럽고 바로 오픈해서 마셔도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대표적인 생산지로는 생테밀리옹(Saint-Emillion)과 포므롤(Pomerol)을 들 수 있는데, 이 두 지역을 묶어서 리부르네(Libourne)지역이라고 합니다. 

보르도는 레드 와인 생산 비중이 90%일 정도로 레드 와인의 천국으로 불리는데 우안 지역도 마찬가지로 레드 와인 생산량이 월등히 많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우안 생산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생테밀로옹(Saint-Emillion)의 포도밭 

<생테밀리옹(Saint-Emillion)>

생테밀리옹은 다른 보르도의 AOC, 그랑 크뤼(Grand Cru) 등급체계와는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테밀리옹도 메독(Medoc), 그라브(Grave), 소테른(Sauternes)의 그랑크뤼처럼 1955년에 만들어진 개별적인 그랑크뤼 등급을 가지고 있는데, 프리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 A(Premiers Grand Crus Classe A), 프리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 B(Premiers Grand Crus Classe B), 그랑 크뤼 클라세(Grand Crus Classe) 3개 등급으로 나뉩니다. 특징적인 점은 다른 그랑 크뤼 등급들이 한 번 정해지면 변화가 없는 반면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등급은 10년에 한 번씩 개정을 통해 등급 조정이 된다는 점입니다. 보다 합리적이고 공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특징은 보르도 다른 지역의 그랑 크뤼 와인들이 등급과 상관없이 AOC명에는 그랑 크뤼라는 언급이 없는 것에 비해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와인들은 AOC명칭 자체에 그랑 크뤼라는 단어가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메독의 그랑 크뤼 1등급 와인인 샤토 마고(Chateau Margaux)의 AOC명은 아펠라시옹 마고 콩트롤레(Appellation Margaux Controlle)입니다. 어디에도 그랑 크뤼 또는 1등급이라는 말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지역 자체의 와인 등급이기 때문에 프랑스 와인 전체에 해당하는 AOC 시스템에는 단지 생산되는 마을 이름만 들어가는 것입니다. 

반면 생테밀리옹의 프리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 A등급 와인인, 샤토 오존(Chateau Ausone)을 예로 들면 이 와인은 그랑 크뤼 와인이지만 샤토 마고와는 다르게 AOC명에 아펠라시옹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콩트롤레(Appellation Saint-Emillion Grand Cru Controlle)라고 그랑 크뤼라는 언급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AOC에 그랑 크뤼가 표시된 생테밀리옹 와인은 모두 그랑 크뤼 등급 와인인가? 라고 묻는다면 정답은 애석하게도 아닙니다. 왜 아니냐 하면 여기에 표시된 그랑 크뤼라는 말은 메독, 그라브, 소테른 지역의 그랑 크뤼 와인처럼 진짜 그랑 크뤼 와인이 되기 위한 선행조건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정리를 하자면 샤토 마고와 같은 그랑 크뤼 등급 와인이 되기 위해서는 AOC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를 먼저 취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단 생테밀리옹 와인들 중 품질이 좋은 와인들을 심사를 통해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AOC 사용을 허가 해주는데 이 와인들을 대상으로 10년에 한 번씩 엄격한 심사를 통해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클라세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현재 생테밀리옹의 그랑 크뤼 와인들은 2012년 개정을 통해 82개가 있고, 프리미에 그랑 크뤼 클라세 A등급 와인은 샤토 슈발 블랑(Chateau Cheval Blanc), 샤토 오존, 샤토 파비(Chateau Pavie),샤토 안젤루스(Chateau Angelus) 4개 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생테밀리옹 그랑 크뤼 와인을 구매하실 때, 진짜 그랑 크뤼 클라세 와인인지 아니면 AOC명에만 그랑 크뤼란 말이 들어간 것인지를 살펴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샤토 슈발 블랑(Chateau Cheval Blanc) 

 

 샤토 안젤뤼스(Chateau Angelus) 

 

<포므롤>

포므롤은 아주 작은 생산지역으로서 이 지역에서 생산되었다는 자체가 어느 정도의 희소성을 갖고 가격도 높은 편입니다. 특히 이 지역은 토양에 산화 철 성분이 많이 포함된 것이 특징입니다. 그 때문인지 붉은 색을 띠는 이 곳 토양에서 생산된 와인은 피비린내를 연상시키는 향과 송로버섯 향이 느껴집니다. 

포므롤에는 공식적인 그랑 크뤼 등급은 없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관습적으로 그랑 크뤼 급으로 인정되는 와인이 10여 개 존재합니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 중 하나로 꼽히는 ‘페트뤼스(Petrus)’가 바로 포므롤 와인입니다. 이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100% 메를로 품종으로 양조하는 것이 특징이며 페트뤼스는 예수의 12사도 중 한명인 베드로의 프랑스식 발음입니다. 

또 하나 추가하자면 샤토 르 팽(Chateau Le Pan)을 들 수 있는데 생산량이 지극히 적어서 가격은 둘 째 치고 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 와인 가라지 와인(Garage Wine)의 원조 격으로 불리는데 가라지 와인이란 차고처럼 작은 공간에서 소량만 생산하는 와인입니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가라지 와인으론 샤토 발란드로(Chateau Valandraud)를 들 수 있습니다.

 

+WRITTEN BY 오형우(Dean 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