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영의 보르도 샤토 방문기 ‘열네 번째’ – 샤토 라 콘페시옹(Château La Confession)
겨울철에 샤토를 방문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다.
샤토도 휴면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일하는 직원들도 정말 꼭 필요한 인원만 빼고는 “레이오프” 시킨다. 큰 샤토라고 해도 풀타임으로 일하는 직원은 30명을 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들, 꺄브에서 일하는 직원들, 포도밭에서 가지치기를 하는 직원들 그리고 샤토에서 자잔한 일을 하는 직원들 이외에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을 채용할 때 ‘시즈널’로만 뽑고, 바쁜 시즌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시즈널 직원들의 일도 끝나는 구조다.
이런 노동 구조는 관광도시 또는 샤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곳 보르도의 메독지역 샤토들 또는 생테밀리옹지역 샤토들은 농업에 관련된 관광도시이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더욱 뚜렷하다. 매년 5월에서 10월까지는 관광객이 많이 찾고 또 포도 농사에 관한 일 때문에 아주 바쁘고, 10월이 넘어가면서부터 완전 비수기로 들어간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완전히 문을 닫는 곳도 많이 있다. 조금 덧붙이자면 생테밀리옹에서 와인 샵 또는 선물가게를 하는 사람들이 6개월 일을 하고, 나머지 6개월은 동남 아시아에서 휴가를 즐기는 일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오늘은 이런 꼭꼭 닫힌 샤토 문을 삐 집고 방문한 샤토 라 콘페시옹(Château La Confession)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샤토 라 콘페시옹은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록되어 있는 아름다운 생테밀리옹에 둥지를 틀고 있다.
“좌청룡 우백호”라고 표현하듯 보르도 또한 “좌 메독, 우 생테밀리옹”이라고 불린다. “좌 메독”이란 메독, 소테른, 그라브, 뻬싹 레오냥… 그리고 “우 생테밀리옹” 이란 생테밀리옹, 뽀므롤… 지역을 표현한다.
내가 지금까지 샤토를 방문하면서 샤토 오너의 직무실까지 초대받아 구경하기는 처음이었다.
샤토에 도착한 시간에 마침 샤토 오너가 직원들과 무엇인가를 열심히 상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덩치있는 사람이 오너인지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말이다.
문 맨 앞에 있는 여직원에게 “샤토 좀 둘러보고, 와인 테이스팅을 할 수 있나요?”라고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방문 예약도 안하고 왔으니 퇴짜 맞을 각오를 하고 턱을 들어 또박또박 이야기를 했다.
여직원은 내 질문을 받자 허리를 돌려 뒤쪽에 골격이 단단해 보이는 중년 남자쪽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남자는 나보다 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혀에 근육이 생길 정도로 딱딱하게 나를 쳐다보면서 “투어는 25유로입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포스에 한 번 기가 죽고, 투어 25유로 라는 소리에 다리 기운이 빠졌다.
그렇지만, 쪽 팔리게 “그러면 다음에 올게요.”라는 소리는 못했다. 내 머리 속에는 ‘까르프 가서치맛살 소고기 900g 사서 와인 한 병과 식구들이 다같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돈인데’라는 계산이 스쳐 지나갔다. 샤토 이름처럼 ‘고해성사’ 하듯 정직하게 “비싸서 안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또 꼼수를 한 번 부려봤다.
“네 지금 가능합니다. 혼자세요?”라는 확실하고 명확한 대답이 또 한 번 소고기하고 와인 한 병이 떠오르게했다. 이렇게 샤토 투어는 시작됐다. 그래도 운 좋게(?) 사장님이 직접 샤토 설명을 해주는 걸로 위안을 삼으려 애쓰고 또 노력했다.
샤토 투어를 해주는 동안 사장에게 카톨릭에 관한 설명을 많이 들었다. 여기저기 벽에 걸려 있는 그림들도 카톨릭에 관한 그림도 많이 있었고, 프랑스 사람들이 왜 와인을 많이 마시게 되는지 또한 카톨릭에 연관을 지어서 설명하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일요일에 분명히 하루도 빠지지않고 성당에 나가는가 보다. 못나갈 경우에는 집에서라도 혼자 기도를 할 정도의 독실한 카톨릭 신자 같아 보였다. 벽에 걸린 예수님 상과 십자가들, 그리고 성경책들이 마치 와인을 지켜주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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