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영의 보르도 샤토 방문기 ‘열다섯 번째’ – 샤토 라퐁-로셰(Château Lafon-Rochet)

2021.04.25 최고관리자
프랑스 0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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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하면 떠오는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노사모’ 회원들은 털털하고 꾸밈없던 서민의 대통령, 고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릴 것 같고, 술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 ‘노란 손수건’을 부르던 사람은 가수 태진아씨가 떠오를 수도 있고, 입시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학교 끝난 시간이면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니는 학원버스, 인도를 갔다 온 사람은 카레가루… 이런 식으로 ‘노란색’ 한 단어로 떠올릴 수 있는 상상은 너무도 많을 것이다. 나도 노란색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단무지, 해바라기 밭, 병아리… 등이지만, 지금부터 노란색! 하면 뇌를 스치는 단어가 아마도 그랑 크뤼 4등급에 속해있는 샤토 라퐁-로셰(Château Lafon-Rochet)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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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라퐁-로셰는 그랑 크뤼 등급 중에서 메독지역의 제일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내가 샤토를 찾아 갔었을 때도 “헉!, 헉! 내가 이대로 계속 달려가다간 휴전선을 넘어 평양을 거쳐 개마고원을 넘고 만주벌판에 도착하는 것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북으로 북으로 향했다. 
누군가 샤토 라퐁-로셰를 방문하고 싶다면 메독의 와인도로라 불리우는 D2를 따라서 달리고 달리면 광할한 포도밭 사이에 노란색 건물이 하나 나온다는 것을 알면 된다. 노란색 건물은 샤토 라퐁-로셰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샤토 찾는 것은 전혀 어렵지가 않다. 찾지 않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눈만 뜨고 운전하면 찾을 수 밖에 없는 노란색이다.

내가 샤토 라퐁-로셰 방문 예약을 한 날은 다른 샤토 방문과 시간이 거의 겹쳐서 조금 늦게 도착했다.
 마음속으로 아~~이렇게 열심히 휴전선(?)을 넘어서 달려왔건만, 투어가 끝나버린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샤토 건물쪽으로 운전하고 들어가는데, 이런! 맞은 편에서 아우디 차량 3대가 동시에 빠져나오는게 아닌가? 헐~~, 내 머리 속에 뿌였게 스모그가 끼면서 ‘만약에 샤토 투어가 끝났다면 다시 38선(?)을 넘어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야 하나?’ 짜증지대로네. 이거 이거 맨붕이다. ‘어쨌거나, 왔으니 한 번 들이대보자!’ 왜? 오빤 들이대는 스타일이니깐.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샤토 안으로 걸어가서 초인종을 누르려고 하자 문이 저절로 열리면서 흰색T-셔츠를 입은 젊은 남자가 웃으면서 나를 맞이해 주는 게 아닌가? 어! 순간적으로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아마 이시간은 불교에서 말하는 ‘찰나’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 젊은이는 샤토 라퐁-로셰의 젊은 오너인 Basile이 아닌가? 야~~ 옛 속담에 “지성이면 박지성이다”(?)라더니… 들이대길 잘했네!

나는 약속한 시간에 늦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 가볍게 인사를 했다. 
Basile은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서 괜찮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Basile도 다른 선약이 있어서 길게 설명을 해줄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Basile이 다른 설명을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질문을 했다.

“메독지역 건물 색깔이 노란색은 좀처럼 보기 드문 색인데 노란색의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까?”
Basile의 입에서는 “노란색은 태양을 상징하고, 포도 농사를 짓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가족간의 결속력 그리고 기쁨과 희망을 나타내기 위해서 노란색을 선택했습니다.”라고 멋진 멘트가 나올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의외로 대답은 아래 내용처럼 아주 단순하면서 깔끔(?)했다. 

“아니요. 별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1959년 할아버지가 꼬냑에서 메독지역으로 이사를 오셔서 지금의 샤토를 인수하실 때 샤토 건물의 색깔이 녹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별로 보기가 안 좋고 그냥 노란색 하나로 통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샤토 전체를 노란색으로 칠했어요.”라는 것이다. 
열심히 숙제를 해갔는데, 선생님이 숙제검사를 안 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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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숙성고 안으로 들어가자 오크통 하나가 북처럼 전시되어 있었다.‘나는 가수다’에서 가수 임재범 씨가 ‘여러분’이라는 노래를 부를 때 나왔던 북이 갑자기 생각났다. Basile의 샤토 색깔에 이어 현재 샤토의 전체 크기는 45헥타르이고 포도나무가 심어져 있는 면적은 41헥타르, 포도에 최대한으로 영양분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수확량은 1헥타르에서 50헥토리터를 넘기는 경우는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샤토 건물을 중심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그 뒤쪽으로 메를로가 심어져 있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프티 베르도와 카베르네 프랑도 포도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Basile의 와인 메이킹의 핵심은 복합다양성을 추구하는 듯했다. 우선, 포도밭을 40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서 관리를 하기 때문에 Vat(발효탱크)도 40개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1헥타르에 한 개의 Vat (발효탱크)를 사용한다. 그리고 일부분은 오크통에서, 또 다른 부분은 스테인레스 탱크에서 2차 발효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프루티한 향과 와인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손이 많이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젊은 샤토 오너의 패기와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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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ile과 같이 대화를 나눈 시간은 20분 정도로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다른 선약 때문에 자리를 떠나야 해서 나는 결혼식에 신부가 아버지의 손을 잡고 식장에 들어와서 신랑 손에 넘겨지는 것처럼 다른 샤토 직원에게 넘겨져(?) 와인 테이스팅을 하게 되었다. 2007년, 2009년 라퐁-로셰 그리고 2008년 Les Pelerins de Lafon Rochet 이렇게 3종류의 와인이 테이스팅 테이블 위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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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Pelerins de Lafon Rochet는 샤토 라퐁-로셰의 세컨드 와인이다. 생테스테프(Saint–Estèphe) 와인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거칠 것 같다는 생각이 와인을 마시기도 전에 머리 속에 떠올랐다. Les Pelerins de Lafon Rochet부터 시음을 했다. 빈티지는 2008년. 메를로의 블렌딩 비율이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높았는데도 김밥 네 개를 한 번에 입에 집어넣은 것처럼 입안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 약간의 토스팅 피니쉬가 매력적이었다.

다음 타자는 2007년 샤토 라퐁-로셰였다. 메인인 카베르네 소비뇽을 61% 사용하고 나머지 비율을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 등으로 블렌딩했다. 아마도 조금 전 세컨드 와인 마시지 않고, 바로 이 와인을 마셨더라면 식빵 2개를 입에 한번에 넣은 것 같은 굉장히 무게감이 있는 와인이었다. 무엇보다도 잇몸을 잡아당기는 듯한 탄닌은 압도적이었다. 식빵으로 잇몸을 한 번 닦아낸 듯 했다. 이 와인은 양 꼬치가 정답이다. 조그만 화로에 양 꼬치 살살 도려가면서 한 잔! 으~악 아름다운 상상이 아닌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치운 2009년. 얘가 물건이었다. 부드러운 탄닌, 딸기잼을 끓이는 듯한 향, 잘 쌓아놓은 레고같은 구조에 피니쉬까지 수퍼모델 다리 뻗듯이 길게 빠졌다. 뭐하고 먹으면 좋을까?를 생각할 필요도 없는 와인이다. 이 와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1시간 15분을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와인이었다. 
굳이 마리아주를 찾는다면 늦가을 낙엽 떨어진 오솔길 또는 좋아하는 사극드라마 한 편 정도면 충분하다.

샤토에서 투어를 마치고 나오니 로데오 경기로는 전혀 사용할 수 없는 부위 별로 잘려져 있는 소 조형물이 바람에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역시나 색깔은 노란색이다. 다음에 내가 누구에게 샤토 라퐁-로셰의 노란색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이렇게 설명해보고 싶다. 노란색이 상징하는 것은 재물과 부귀 그리고 경고의 의미. 따라서 샤토에서 와인을 생산해서 판매하면 금전적으로는 부유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와인을 너무 많이 마시면 건강에 해로우니 조심하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아닐까?라고 말이다. 
꿈이야 해몽하기 나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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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정민영 (Min Young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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