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영의 보르도 샤토 방문기(7)
왜 돌팔이라고 할까 해서 인터넷에 어원을 찾아 보니 ‘돌다+팔다’의 합성어라고 한다.
옛날에는 무당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면서 병을 고쳐주기도 하고 굿을 하라고 영업도 하고 또는 스트레스 받아서 뚜껑 제대로 열린 사람을 위해 빌어도 주었기 때문에 생긴 말이라고 한다. 이런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는 사람은 ‘네이버’에 대고 따지기 바란다. 그래서 필자 생각에는 ‘선무당이 사람 잡네’와 같은 말도 위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속담이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해 본다.
지금부터 필자는 걸음마 돌팔이 약장수가 된 전설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시간은 바야흐로 이천십사 년 오월 갑오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왜 이렇게 ‘년’이 많이 나오는거야? 당시 한국에서 상당한 회원 수를 자랑하는 어느 와인 동호회에서 보르도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와인 동호회 회원들 중에는 프랑스를 한 여름에 모기에게 물리듯 자주 다녀간 회원도 있었고, 몇 몇 회원은 프랑스에 처음 머리를 올리는 회원도 있었다.그렇지만 이번에 온 회원들 모두가 보르도는 처음 방문한 듯 했다. 동호회 회원들은 미리 예약된 보르도 숙소에 무사히 터치 다운을 하고 나서 바로 계획된 일정을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을 타듯 매끄럽게 일정을 진행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 중에서 한 분이 처음 도착했을 당시에는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는데 둘째 날부터는 안색이 안 좋아 보였다. 웃는 모습도 사라지고…… 필자는 그 분에게 “혹시 어디 불편하세요?” 라고 물었다.
“네. 좀 체한 것 같기는 한데, 약을 먹었으니 괜찮아지겠죠!”라는 대답이 돌아 왔다.
차는 마고 지역으로 향했다. 샤토 마고에 도착 했을 때 다른 회원들은 차에서 내리는데 몸이 안 좋은 그 분은 차에 남아 있겠다는 것이었다. 분명 그 분도 이곳 보르도까지 오기 위해서 시간과 비용 그리고 와인에 대한 사랑으로 투자를 했을텐데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샤또 마고 앞에서 차에서 내리지도 못 할 정도로 몸 상태는 안 좋아 보였다.
필자는 농담인 듯 진담인 듯한 말로 “혹시 손 따 본 적 있으세요?” 라고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 필자는 어렸을 때부터 체기가 있으면 바로 엄지 손가락에 바늘로 아야! 자국을 냈다. 지금도 주위에 누가 체한 듯 하면 바로 엄지 손가락에 구멍을 뚫어 준다. 심하면 엄지 발가락까지 찌른다. 효과도 빠르고 좋다. 그렇지만 그 분은 필자가 손가락을 따는 꾼(?)인 것도 잘 모르고, 필자 또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의료 사고(?)에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흔쾌히 “네. 따주세요”하는 것이다.
다음날 아침 필자는 수술에 필요한 의료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똑딱 누르면 바늘이 튀어나오는 만년필 같은 침과 손가락을 묶을 신발끈과 그리고 휴지 두 장으로 대수술에 필요한 모든 수술 도구는 완비가 되었다.동호회 회원들이 머무르고 있는 숙소에 도착을 하자마자 필자는 수술 환자(?)를 찾았다. 수술대(?)로 쓸만한 흰색 플라스틱 의자에 환자를 앉히고는 등을 몇 번 두드리는 마취(?)를 했다.
그리고 팔을 쓸어 내리면서 환자를 안심시켰다. 환자의 혈압과 심장 박동수를 체크 해가면서 ㅎㅎㅎ.
수술은 이어졌다. 환자는 이와 같은 몇 번의 수술 경험이 있었지만 약간 긴장을 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역시나 환자의 손이 차가웠다. 걱정이다. 환자의 수온(手溫)이 내려갔다. 이 수술을 계속 진행을 해야 하는지 필자는 망설였다. 하지만 일단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바로 수술을 진행했다.
정맥피의 흐름을 잠시 멈추기 위해 신발끈으로 엄지 손가락을 세 번 정도 동여맸다. 그리고는 주저 없이 바늘로 엄지 손가락에 충격을 가했다. 예상됐던 출혈이 시작됐다. 아주 검은피를 동반한 출혈은 좀처럼 멈추질 않았다. 과다 출혈인가 싶었지만 필자는 긴장하지 않았다. 별다른 동요 없이 준비해 간 휴지를 사용해서 지혈을 했다.
이마에서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흐르면서 마침내 수술을 마칠 수가 있었다. 한 쪽 손가락 수술에 필요한 시간은 대략 43초 정도가 걸렸다. 두 손가락이니깐 대략 2분 정도가 걸리는 대수술이었다.
환자는 안정을 되찾는 듯 보였다. 혈압도 정상이고, 심장 박동 또한 규칙적이었다. 무엇보다도 환자 의식이 계속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료 사고는 없어 보였다.
휴우~~ 수술 후 필자는 항상 환자와 함께 시원한 콜라 한 잔을 나누어 마신다. 아니 꼭 콜라가 아니더라도, 탄산이 들어가 있는 음료를 한 잔 쭈~욱 마셔서 배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을 환자가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수술실 주위에는 같이 온 와인 동호회 회원들이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필자는 회원들에게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이젠 시간을 갖고 경과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습니다. 환자는 절대적으로 안정을 취해야 하니깐 위스키는 삼가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를 했다.
환자의 수술이 끝나고 우리는 바로 예약된 샤토 팔메(Château Palmer)로 향했다. 샤토에서 직원이 나오고 간단한 인사를 하면서 우리는 바로 뜨거운 햇볕의 포도밭으로 끌려 나가 포도밭의 떼루아 설명을 듣기 시작 했다.
“여기 보시면 자갈도 많고, 경사가 져서…… 콜록콜록 켁켁!” 목이 건조한지 설명을 하면서 콜록콜록 켁켁은 이어졌다. “미안합니다. 요즘 건조해서, 이렇게 잔기침이 많이 나네요.”하면서 설명을 이어 가는데 “여기 보시면 오크통이…… 콜록콜록 켁켁~”좀처럼 샤토 직원의 잔기침은 멎을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저 상황은 내가 잘 알지,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설명해야 하는데 잔기침이 멈추질 않으면 얼마나 당황스러운지……”직원은 결국 “미안합니다. 투어를 못할 것 같네요. 잠시만 쉬어 볼께요.”라고 샤토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거듭 사과를 하는 것이었다.
그때 필자는 또 다시 수술 가방을 열었다. 전날 사 놓은 ‘멘토스’가 갑자기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잔기침이 날 때는 사탕을 입에 물고 있으면 한 결 좋아진다는 사실을 의과 서적에서 본 듯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저기요, 제가 약이 있는데요. 하나 드릴까요?” 하면서 멘토스를 까서 권했다.
직원은 마치 필자가 만병 통치약이라도 권한 듯 아주 기뻐했다. 샤토 직원뿐만 아니라 같이 투어에 참여한 독일인 중에서도 잔기침을 하길래 멘토스를 권했다.
‘야~, 1300원 주고 산 멘토스가 이렇게까지 유용하게 쓰일 줄이야! ‘
멘토스 하나로 마치 필자가 유능한 약사(?)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어쩌면 멘토스는 비아그라 다음으로 탄생한 의료계의 위대한 유산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멘토스 투약 이후 직원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서 우리는 무사히 투어를 마칠 수가 있었다.
오히려 샤토 직원, 독일인, 와인 동호회 회원들간의 투어 분위기가 더 화기애애 해졌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큰 병은 아니지만 웃음으로 치료할 수 있었기 때문에 ‘걸음마 돌팔이 의사’도 나름대로 기억에 남고 뿌듯한 투어가 진행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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