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영의 보르도 샤토 방문기(10)

2021.04.25 최고관리자
프랑스 0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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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해방되고 난 후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다루어진 스토리는 어두운 뒷골목의 주먹세계, 일본에 항거하는 독립운동 또는 어느 위인이나 사람에 관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애마부인”, “젖소부인”, “연필부인” 이런 부인 시리즈도 많았지만…… 어두운 뒷골목의 건달의 세계를 다룬 영화에는 감초처럼 들어가있는 화면이 꼭 있다. 배호 또는 이미자의 트로트 배경음악이 나오고, 조그만 수족관 안에는 금붕어와 물레방아가 돌고 있고, 그 옆에는 백구두를 신고 호두 2알을 한 손으로 굴리면서 다방 마담이나 아가씨에게 환심을 사려고 농담을 건네려고 죽치고 앉아있는 남자들이 꼭 있다. “홍 마담 바빠?”, “오양아, 쌍화차에 계란 노란자 넣은 것 가져오고, 너도 이리 와서 요구르트 한잔해.” 이런 싸구려 멘트를 날리는 다방 죽돌이 아저씨들이 있었다. 내가 이런 ‘백구두 죽돌이형’ 인간을 이곳 프랑스에서 만난 사연이 있다.

생테밀리옹에 약속이 있어서 찾아갔는데 조금 일찍 도착해서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 샤토 한 곳을 방문하기로 하고, 생테밀리옹 센터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샤토 한 곳을 방문하려고 찾은 곳이 바로 샤토 수타르(Château Soutard)였다. 마침 필자가 이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인 오전 11시에 다른 그룹 샤토 투어가 있어서 같이 동참하기로 했다. 대략 10분 정도를 기다리니까 생테밀리옹 관광센터에서 운영하는 샤토 투어 미니버스가 대략 10명 정도를 태우고 샤토에 도착했다. 미니버스에서 내리면서 10명의 관광객들은 하나같이 우선 화장실로 향했다. 5분 정도를 더 기다렸더니 샤토 직원이 나와서 그들을 맞이했다. 투어는 영어로 진행되는 것 같았다. 네이티브 영어 스피커도 있었고, 왠지 영어 악센트가 강한 사람들도 있었다. 어느 나라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동유럽 사람들의 영어 악센트 같기도 했다.

샤토 직원은 방문한 사람들에게 본인의 소개를 하고 바로 샤토의 역사, 포도품종 등 열심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5분 정도가 지나자 백구두가 아닌 백모자를 쓴 인간이 슬슬 샤토 직원에게 농담을 건네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속으로 “어떤 그룹이나 저런 유형의 인간은 꼭 있다니까”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같이 온 다른 사람들도 접대성 미소를 띄워주는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백모자 노인 양반은 샤토 직원이 설명을 못할 정도로 중간중간에 계속해서 설명을 끊고 자기 농담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누구하나 그 사람을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기분좋게 온 와이너리 방문에 괜히 껄끄러워지는걸 싫어해서일까? 어쨌든 샤토 직원은 그 백모자 때문에 억지웃음을 지어가며 설명하느라 진을 뺐다. 알고보니 그 백모자는 러시아에서 온 인간이었다. 물론 러시아의 모든 사람이 저렇지야 않겠지만 꼭 필자가 상상하는 다방 백구두 죽돌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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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수타르는 생테밀리옹 센터에서 차로 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샤토를 들어가는 입구에서 샤토 건물까지의 길은 나무로 잘 정리되어 있어서 생테밀리옹 그랑 퀴르 클라세에 어울리는 조경이 느껴진다. 그리고 다른 샤토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특징은 유리로 된 투명 엘리베이터가 있다는 점이다. 오크통 숙성고 지나서 15명 정도가 한 번에 타도 별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 최신식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보긴 처음이다. 그리고 유리로 되어있어서 지하로 내려가는 동안 석회석을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샤토 수타르의 토양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내려갈 수가 있다. 꽤나 투자를 많이 한 엘리베이터 공사였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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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건물 정면을 바라보며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옛날부터 있었던 오리지날 건물이고 현재는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정면과 측면에 있는 건물은 2006년에 대대적인 보수, 증축 공사를 해서 지금의 모양을 갖추고 있지만,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개인은 많지 않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샤토 수타르 또한 몇 번의 매매가 이루어졌지만 2006년에 AG2R Mondiale 라고 하는 프랑스 보험회사에 매매가 되었었기 때문이다. 샤토 수타르의 총 포도밭 면적은 30헥타르 정도 된다. 이 와이너리가 처음부터 30헥타르의 포도밭을 가졌였던 것은 아니고, AG2R이 이미 샤토 수타르의 주의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었다. 샤토 건물의 정면에 서서 앞쪽에 심어져 있는 포도가 메를로, 샤토 건물의 옆쪽이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 그리고 건물의 뒤편에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심어져 있다. 그래서 수확을 하는 시기에 앞쪽부터 뒤로 이동을 하면서 수확을 하고 대략 70명의 인원이 100% 손으로만 수확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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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가 끝나고 두 종류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고, 부틱에서는 여러 가지 와인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샤토 투어에 참여했던 10명은 떠나고, 샤토를 설명해 주었던 직원과 다시 만나서 몇가지 와인에 대한 질문을 더 했다. 10명의 그룹과 함께 투어를 할 때 질문을 안 한 이유는 혹시나 백구두가 딴지를 걸 까봐서 참았기 때문이다. 샤토 직원 이름은 베네틱트였다. 아주 친절하고, 다른 샤토에서 일을 하다가 샤토 수타르에서 일을 한 지는 2013년부터라고 한다. 전에는 메독의 그랑 크뤼 2등급인 샤토 뒤크뤼 보카유에서도 일을 했고, 소테른 지역에서도 일을 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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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베네틱트에게 조금 전에 러시아 백구두 같은 손님을 상대하기 어렵지 않냐고 묻자, 베네틱트는 괜찮다고 하면서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웃으면서 답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것은 ‘그런 백구두 죽돌이들이 다방에서 그렇게 마담이나 아가씨들에게 공을 들이면 몇 %나 자기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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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정민영 (Min Young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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