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영의 보르도 샤토 방문기(12)

2021.04.25 최고관리자
프랑스 0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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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손가락에 침을 묻혔다. 그리고는 먹이 감을 찾듯 소테른 관광청에서 배포한 안내 책자를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기면서 방문할 샤토를 찾는 순간, 필자의 눈에 들어 온 샤토 듀동(Château Dudon)! 
샤토의 이름보다는 Agriculture Biologique의 약자 AB에 꽃잎 꽂아놓은 표시가 더욱 흥미로웠다. 
마치 예전에 장선우 감독의 <꽃잎>이라는 영화 포스터에 이정현이 머리에 꽃을 장식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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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묻었던 두번째 손가락으로 샤토 전화번호를 눌렀다.
“샤토 듀동입니다.”라는 굵직한 젊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 샤토 방문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남자는 오후 2시 넘어서 오면 된다는 것이었다. 
2시 반에 방문한다는 예약을 하고는 카메라, 노트, 볼펜 등 개나리 봇짐을 꾸려서 샤토 듀동으로 출발했다. 샤토로 향하는 포도밭 위에 떠있는 구름은 주방에 있는 국자로 떠도 떠질것 처럼 낮고 포근하게 깔려있었다. 포도가 여무는 포도밭, 애기 엉덩이에 분 발라놓은 것 같은 구름, 그리고 전체적인 시골 풍경을 완성시킨 돌 담벼락! 필자의 카메라는 정말 날 만나서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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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멋진 풍경에서 발견한 머리가 꽤나 벗겨진 어린 아이(?) 한 명.
“뭐 하는 아이지?”라고 중얼거리며 필자는 그 아이가 있는 쪽으로 차 방향을 돌렸다. 
아이는 원격 조정 헬리콥터를 포도밭 위로 날리고 있었다. 천진난만하게 헬리콥터와 노는 아이의 마음이 너무 순순해 보이기도 하고, 포도밭 위를 마음껏 날아다니는 헬리콥터가 부러워 보였다. 

아이가 노는 광경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느새 2시 반이 돼버렸다. 그 순순한 아이와 작별인사를 하고는 차를 샤토 정문에 주차했다. 주차하자마자 필자를 제일 처음 반긴 건 구리빛 선텐을 많이 한 개 한마리. 샤토 안쪽으로 들어가자 필자와 전화 통화를 했던 젊은 친구가 맞이해 줬다. 첫 느낌은 순수한 시골 청년에 조금만 꾸미면 자세 나올것 같은 준수한 외모였다. 처음엔 낯선 동양인의 방문에 조금은 긴장하는 듯 샤토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시골 토박이의 포도밭 현장 경험을 많이 설명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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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듀동은 현재 5대째 한 가문에서 계속 이어 내려오는 전통적인 가족운영 형태의 샤토다. 
그리고 필자에게 샤토 소개를 해주는 아들이 계속 이어갈 경우에는 6대째 이어지는 샤토다. 
6대째 샤토가 이어가는 경우는 절대로 흔하지 않다. 그만큼 전통성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가 ‘원조 할머니 보쌈’, ‘3대째 묵밥집’, ‘오오사까 5대째 라면집’을 찾는 이유는 그 집만의 전통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샤토 듀동의 역사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1800년 후반에 프랑스 4분의 3의 포도밭에 장난을 친 필록세라(phylloxera)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았던 순수 100% 프랑스 포도밭이라는 것이다. 

조금 전 원격조정 헬리콥터가 멋지게 날던 포도밭에 있던 돌담길이 그것을 증명하듯 말이다. 
돌담길이 세워진 것은 이미 250여년 전이라고 한다. 어떤 외세(?)로부터도 오랜 기간 샤토 듀동의 포도밭을 순수하게 지켜준 수문장 역할을 했던 돌담길이다.

필자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바이오 와인 생산에 관한 이야기였다. 프랑스는 바이오 제품을 생산한다고 신청을 하면 그 신청일부터 프랑스 정부의 허가를 받은 Bio 인증업체 (ECOCERT, DEMETER, BUREAU VERI,,,)에서 3년 동안 엄격하고 철저한 심사를 거친 후에 바이오 인증서를 발급해준다. 이혼한다고 법원에 소장을 내면 3개월 유예기간을 두듯이 말이다. 물론 인증서를 발급받은 후에 규칙을 어길 경우 또한 당연히 퇴출된다.

샤토 듀동이 Bio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부터이다. 시작은 2004년에 했지만, 바이오 와인이라는 인증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빈티지의 와인부터이다. 샤토 듀동만의 확실한 전통은 1868년부터 현재까지 150년 가까이 포도밭에 제초제와 같은 성분의 화학물질은 단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는 것이며, 프랑스 정부가 3년 전 토질 검사를 위해 샤토 듀동의 흙을 샘플로 가져갈 정도로 토양이 신비롭게 건강하다. 다대포항에 횟집이 쫘~악 있듯, 부산 서면에 술집이 셀 수도 없이 많이 있는 것처럼 Sauternes, Barsac, Bommes, Fargues, Preignac 지역에서 스위트 와인을 생산하는 샤토들은 많다. 하지만 이 다섯 지역에서 ‘바이오 소테른 와인’을 생산하는 샤토는 15개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샤토 듀동이다.

샤토 듀동의 포도밭 면적은 11헥타르, 평수로 계산하면 약 33,000평 정도다. 포도나무의 평균 연령은 가장 농익은 포도를 생산한다는 40년이 평균적이다. 주 품종은 Semillion인데 85%를 차지하고, Sauvignon이 15% 심어져 있고, 당연히 수확은 손으로 한다. 당도와 산도의 조화가 스위트 와인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포도를 늦게 수확하거나, 얼린 다음에 수확을 하거나, 지푸라기 위에서 말리던가 등등의 방법으로 포도의 당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산도는 높여지는 게 아니다. 산도는 미네랄 성분이 충분한 석회석에 심어져 있는 포도에서의 수치가 높다. 샤토 듀동 포도밭을 삽으로 80cm만 파면 석회석이다. 한 병에 1,000만원 이상 하는 ‘로마네 콩티’는 60cm 삽질 하면 석회석 나오는 토양과 별별 차이가 없다.

소테른 지역에서 스위트한 와인이 생산되는 이유는 보트리티스 씨네리아(Botrytis Cinerea) 라는 곰팡이 균 때문이다. 이 균의 또 다른 명칭은 ‘Noble rot’, 그래서 귀부(貴腐) 와인이라고도 한다. 대서양에서부터 들어와서 피뢰네 산까지 장장 600km에 달하는 갸론강(Garrone River)과 씨롱강(Ciron) 줄기 바로 옆에 위치한 소테른 지역은 보트리티스 씨네리아가 증식시키기에는 더없이 좋은 지리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 가을철 새벽이 되면 기온이 떨어져 찬 공기와 두 강줄기에서 증발하는 따뜻한 수분이 만나서 안개를 이루게 되는데, 이 안개가 지형적 영향으로 인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수확할 포도밭에 착상이 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포도 수확철인 9월초가 되면 소테른 지역은 오전 10시 30분까지도 매일 안개가 자욱하다. 포도껍질에 착상이 된 보트리티스 씨네리아 균은 포도껍질에 구멍을 뚫기 시작한다. 이렇게 미세하게 뚫린 포도 껍질의 구멍 사이로 포도의 수분은 증발하게 된다. 하지만 보트라티스 씨네리아 균이 모든 포도에 균일하게 착상이 되면 포도를 수확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보트리티스 균에 일찍 노출이 되어 수분이 빨리 빠져나간 포도도 있고, 늦게까지 버팅기는 포도 또한 많이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소테른 지역의 포도수확은 일반 포도보다 더욱 손이 많이 간다. 왜냐하면 보트리티스 균에 많이 노출이 된 포도부터 순서대로 먼저 수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포도나무에서의 포도를 세 번에서 다섯 번까지 수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그러면 포도가 모두다 보트리티스 균에 노출이 된 다음 수확하면 간편하지 않나요?’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가 못하다. 이유는 소테른 와인의 포도는 이 삼일 수확 일의 차이로 포도자체내의 당분이 야생효모에 의해서 자체 발효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민감한 가격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가 금 한 돈에 지불하는 돈은 170,000원 정도다. 금이 비싼 이유는 흔하지 않고, 양이 적기 때문이다. 메독 지역, 생테밀리옹 지역 대부분의 아펠라씨옹은 1헥타르(3,025평)에 포도즙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 47헥토리터에서 50헥토리터 사이다. 하지만 소테른은 1헥타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양이 25헥토리터 밖에 되지 않는다. 양이 적다는 말이다. 그리고 포도 수확을 할 경우에도 수확에 경험이 없는 일반인을 고용하지 않는다. 보트리티스가 잘 확산이 된 포도를 일반인이 선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도 수확 철에 소테른 지역 포도밭에서는 노인대학처럼 경험과 연륜이 받으신 분들을 쉽게 만날수 가 있다.

샤토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와인 테니이스팅을 하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테이블 위에는 오늘 테이스팅 할 5종류의 와인이 이혼한 부부가 이마트 계산대에서 우연히 전 배우자를 만난 듯 제대로 칠링(Chiling) 되어있었다. 소테른 와인을 마실 때 적정 시음 온도를 9도라고 말하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는 5도 정도면 더 좋을 것 같다.  냉장실 2시간 17초 이상, 냉동실 39분 28초 정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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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듀동의 맛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14k 골드를 마셨다.’ 금은방에 들어가서 차가운 14k 골드 한 잔을 디저트로 마시고 나온 기분이었다. 와인을 마셔본 사람이라면 스위트 와인의 터줏대감인 샤토 디켐 정도는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격이 고가라서 디켐을 마셔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샤토 듀통이 샤토 디켐의 블라인딩 테이스팅에 절대로 허리 굽힐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 나름대로는 스위트 와인을 누구보다도 많이 테이스팅 해봤다. 필자가 캐나다 Inniskillin 와이너리에서 일을 할 때도 몸 속에 아이스와인, 토카이 와인, BA, TBA 꽤나 집어넣었지만...... 샤토 듀동 정말 훌륭하다.

더군다나 현재 샤토 듀동을 운영하는 부부는 모두 의사 출신이다. 마음의 병이 있다면 샤토 듀동으로 치유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마음의 병이 없다면,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하니깐, 미리 마셔두는 것도 좋고......ㅎㅎ

1시간 정도의 투어를 마치고 샤토 아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하늘은 누군가 리모콘으로 일지정지를 누른 듯 필자가 샤토에 도착했을 때와 똑같은 느낌이었다. 샤토로 오는 길에 만났던 헬리콥터를 가지고 놀던 천친한 아이(?)는 엄마가 불러서 집으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헬리콥터를 하늘로 날릴 때, 그 아이는 누구보다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라는 생각에 그 아이가 점점 더 부러워졌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져도 좋다. 행복한 사람의 얼굴 표정을 부러워할 줄 알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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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정민영 (Min Young 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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